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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이슈이슈!

세상의 변화를 교사는 쫓아갈 수 있을까?

안태경 가온고등학교 교사


경기도 안성의 사립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평범한 교사로서 그다지 자랑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지만 지난 17년간의 교사 생활을 돌이켜보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여 어렵게 키보드를 두드려 봅니다. 아이들과 보낸 지난 시간이 그리 힘들고 불행하지는 않았다고 생각되기에 어느 정도는 성공한 교사 생활을 보낸 것이지 않을까 싶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훌륭한 교사분들의 노력과 열정에 대한 여러 사례를 접할 때마다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통의 교사로 살아오면서도 나름의 열정과 노력의 과정이 없지는 않았기에, 급격히 변해가는 세상과 복잡한 입시제도 속에서 나는 어떤 교사로 변해왔는지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특히 제가 근무한 학교의 특성과 관련하여 10여 년간 진행해 온 수업과 진학 지도에 관해 간단히 소개해보겠습니다.

1. 이 학교는 왜 이렇게 뭐가 자꾸 바뀌는거지?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학교들이 저마다의 특징이 있을 테지만 제가 근무하는 학교만큼 빠르고 다양한 변화를 겪은 학교는 드물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 변화상을 돌아보면, 제가 2009년 처음 근무를 시작한 이후 본교는 전문계 중심의 종합고에서 인문계 중심으로 학급을 증설한 바 있고, 교과교실제를 도입하고 운영하며 교과교실제 선도학교로 수년간 나름의 노하우를 쌓아갔으며, 특히 기숙사를 건축하며 기숙사 시스템이 도입된 학교로 탈바꿈하였습니다. 또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계절학기를 운영하며 다양한 진로 관련 교과를 추가로 이수하는 체계를 구축하였고, 이를 더욱 발전시켜 미술 중점과정을 시작으로 로봇, 빅데이터, 인문학 중점과정을 도입, 운영하며 일반고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다양한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학교로 발전하였습니다. 이러한 학교의 발전과정과 맞물려 진학 실적 또한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제 인근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한 번쯤은 진학을 고려해보는 학교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 역시 저의 청춘을 바쳤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힘들었던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역시 가장 어려웠던 부분 중의 하나는 ‘수업’이었습니다.

처음 2년간 초임 교사로 근무하던 시기에는 그다지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보통의 학생들과 그야말로 보통의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영어 교과서를 읽고 해석하고, 영어 듣기 문제를 풀고, 롤 플레이나 모둠학습을 통해 간단한 영어 회화 활동을 진행하는 그야말로 보통의 수업이었습니다. 그러한 수업조차 당시의 아이들은 잘 쫓아오지 못했을 정도로 영어 실력과 학습 의지가 낮은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재직 3년 차에 첫 번째 변화의 물결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교과교실제 도입과 기숙사 건축이었습니다. 교과교실제가 도입되면서 학교의 전체적인 운영은 교과 활동과 수업에 중점을 두는 스타일로 바뀌어 갔고, 교실 공간 구성과 일과 운영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특히 ‘블록 타임 운영’이 도입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100분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이제는 ‘보통의 수업’을 진행했다가는 아이들이 모두 책상 위에 엎드려 잠을 자게 될 것이 뻔한, 심각한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그제야 저는 수업 구상과 운영에 대한 고민과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고, 처음으로 ‘수업 디자인’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로 쭉, 세상과 학교의 변화에 저는 내동댕이쳐지게 됩니다.

1) 블록 타임 수업
우선 100분간 아이들을 깨어있게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크게 2개의 session으로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session에서는 우선 기본적인 해당 차시의 학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익숙한 보통의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session이 끝나기 전 두 번째 session에서 진행할 수업 내용과 관련된 activity에 대해 간단한 연습과 정보를 제공하며 사전 연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집중력이 한계에 달하는 시점에 수업 내용에 관련한 가벼운 영어 동영상이나 읽기 자료 등을 제공하고 아이들이 서로 떠들면서 마음 편하게 머리를 식힐 수 있도록 시간을 제공한 후(가끔은 소소한 간식을 제공하기도...), 두 번째 session에서는 모둠학습에 기반한 과업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블록 타임 수업을 구상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보통의 학생들과 영어 수업 시간에 해볼 수 있는 모둠 활동은 웬만한 것들은 한 번쯤 수행해보았을 정도로 정말 수업 준비에 공을 많이 들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렇게 2년 정도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기숙사가 완공이 되면서 갑자기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대거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학교는 현격하게 벌어진 학생들의 학력 격차 문제를 고심하다가 결국 ‘수준별 수업’을 도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이후 10여 년간 2학년 영어 최상위반 수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2) 수준별 수업
일정 수준 이상의 우수한 영어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참여하는 영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면 어떤 수업을 진행해야 할까요? 자사고나 외국어 고등학교에서나 있을법한 일이 저에게도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교과교실제 운영 예산 지원으로 수업반을 소규모로 구성할 수 있어서 가능한 변화였지만, 이제 기존의 방식대로 수업을 진행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되었죠. 다시 새로운 수업을 구상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진로 관련 원서 번역 프로젝트와 영어 탐구보고서 작성 프로젝트가 기반이 되는 영어 수업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이 수업은 1, 2학기가 연결되어 1학기에 진로 관련 원서 번역을 통해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원서를 읽고 번역하는 과정에서 배경지식의 깊이를 갖추고, 2학기에는 이러한 확장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탐구과정을 거쳐 영어로 탐구보고서를 작성하는 연간 단위의 프로젝트 수업이었습니다. 상당한 영어 역량을 가진 소수의 학생들을 데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들어있는 100분짜리 블록 수업을 활용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수업 스타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비슷한 관심 분야의 학생들을 모둠으로 구성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지만, 아이들의 차별화 된 탐구과정 진행을 위해 점차 개별 프로젝트로 바꾸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 수업이 종료되고 나면 아이들은 저마다의 번역본과 탐구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었고, 그러한 결과물은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으로 자연스레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후 입학사정관제와 학생부종합전형과 같은 입시제도와 궤를 같이하며 제 수업은 최상위 수준의 학생들을 위한 진로 탐구 역량을 키워가는 방향으로 운영되게 되었습니다.

2. 세상은 왜 이리 빨리 바뀌는 거지? (교사의 입장에서는 특히 입시제도!)

그리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세상은 너무 빨리 바뀌는 것 같습니다. 특히 교사로서 입시제도의 변화를 온몸으로 막아내다 보면 너무 힘이 듭니다. 첫 담임부터 고3 담임으로 시작한 저는, 우리 학교에서는 가장 진학업무를 많이 맡아온 사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15년 전 처음 고 3 담임이 되어 본격적으로 입시제도의 최전선에 뛰어들고 하나하나 경험을 쌓아가면서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가는데 그에 비해 학교 현장은 그러한 변화에 제대로 다 대처하기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교사로서는 입시제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데,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어 버리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습니다. 처음 고 3 담임을 맡았을 때, 저는 이과반 담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인문계 학급이 3학급밖에 없던 시절이었고 이과반은 1개 반밖에 없었으니 우리 학교 이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진학은 오롯이 저에게 책임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내신등급에 따라 대학 진학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저는 기계적으로 전년도 입시 결과와 학생의 내신등급을 비교하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큰 고민 없이 지원 대학을 결정하고, 아이들도 그냥 제 말을 따라 대학을 지원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아이들을 대학을 보내고 난 후 몇 년 상간에 저는 여러 가지를 후회하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학생 하나가 경찰이 되고 싶다 해서 별생각 없이 모 대학의 경찰행정학과에 지원하도록 했더니 졸업하고도 4년간 경찰공무원 시험에 낙방하는 것을 보게 되면서, 정말 ‘아뿔싸’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다행히 5수 끝에 합격을 해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지만, 이 학생의 미래에 내가 무슨 짓을 할 뻔했나 하는 깊은 반성과 후회가 몇 년 동안 저를 괴롭혔던 기억이 납니다. 또 어떤 학생은 내신등급이 정말 엄청 낮았음에도 자신이 갈 수 있는 4년제 대학을 찾길래 모 대학을 지원시켰습니다. 그런데 금방 자퇴를 해버리고 결국 시간만 버리는 상황이 되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것이지 이러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부족한 지도로 아이들의 미래에 악영향을 주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고 3 담임을 맡을 때마다 저는 이런 경험을 떠올리며 가능하면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하고, 특히 입시제도에 대해 공부하며 최대한 정보를 잘 모으고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정말 너무한 것 같습니다. 진학과 관련한 베테랑 교사들조차 다 쫒아가기 힘들 만큼 큰 변화와 수많은 작은 변화들이 난무하여 진학 지도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하소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처음 고 3 담임으로 학생을 지도할 때는 내신등급을 활용한 수시와 수능 점수를 활용하는 정시의 두 가지가 대학 진학의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에 고 3 담임을 맡게 되자 입학사정관 전형이 등장합니다. 이 전형은 내신등급만으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고 학교에서 활동한 내용,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되었고, 심지어 포트폴리오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이 전형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은 3학년 1학기 후반이 되면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 준비에 어마어마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이를 지도하는 교과 선생님이나 담임교사 또한 더불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습니다. 학기 말에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학생들이나 교사들 모두 자기소개서, 추천서, 포트폴리오 작성과 첨삭에 공을 들여야 했죠. 그리고 몇 년 후, 입학사정관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탈바꿈되고, 생기부 반영 영역은 해마다 줄어들어 갔습니다. 교과 전형이야 내신등급과 수능 최저 조건만 고려하면 되니 그래도 간단명료한 편이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마다 평가 방식도 내용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고 해마다 전형명, 전형 방식이 바뀌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작성이 대부분 사라지면서 생기부 작성은 더욱 중요해졌는데 반영 영역은 줄어들었으니 이도 참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해마다 변화하는 입시제도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는 이에 대응하고 또 변화를 예상하며 학교 교육과정을 더욱 다채롭게 꾸려갔고, 고교학점제가 등장하며 이제 모든 학생들은 저마다의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교과목이 다양해진 만큼 내신등급도 변화하고 세부능력 특기사항 기재도 한층 더 어려워졌습니다. 수능 시험은 이제 곧 통합형 수능으로 바뀌어 수험생은 사탐과 과탐을 모두 응시하게 되고 수학의 수능 출제 범위는 더욱 축소되었습니다. 내신은 올해 1학년 학생부터 5등급제로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입시제도만 변화하는 것도 아닙니다. 코로나 시절을 겪으며 온라인 수업이 학교 현장에 불어닥친 바 있고, AI 기술의 대두와 함께 이제 학교 현장의 최대 화두는 ‘에듀테크’ 활용 수업이라 할 만큼 수업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입니다. 고교학점제의 정착과 함께 일선 학교는 최대한 교육과정을 멋지게? 꾸려보려고 애를 쓰고 있고, IB 과정에 대한 관심도 최근 들어 많이 높아진 느낌입니다. 아마 몇 년 안에 또 다른 굵직한 변화가 또 찾아오겠죠. 그리고 우리 교사들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든 적응하고 대응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학교는 도태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 명의 교사로서, 이 모든 변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를 예상하고 준비해야만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3. Connecting the dots

한 10년도 넘은 것 같은데, 수업 중에 읽기 자료를 찾다가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을 활용했던 적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문 중에 나왔던 이 표현은, 현재는 점에 불과한 사건들이 의미 있는 연결고리를 만나 미래에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학교에서 번역 동아리 회장을 맡아 2년 정도 동아리 활동을 했던 경험이 학교 교사가 되어 8년간 번역 동아리를 운영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수업에 번역 프로젝트를 도입하게 된 것도 아마 그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대학원에서 수학하며 논문 작성을 실제로 해본 덕에 학생들의 소논문 작성 프로젝트 활동을 수업에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또 올해는 대중음악의 역사 관련 동아리를 구성, 지도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팝, 록 음악을 관심 있게 들으며 플레이 리스트를 꾸준히 넓혀온 저의 개인적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인데, ‘교사는 자신이 알고 경험한 것 안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앞으로 제가 경험하고 학습한 내용들이 어떤 것이며, 어떤 깊이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학생들에게 지도할 수 있는 내용과 깊이가 달라질 것이라는 점은 이제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그러한 변화의 속도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제가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지나가 버린 낡은 것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어떤 분야 못지않게 학교야말로, 교사야말로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고 이를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하나의 점이 되고, 그러한 점들이 연결되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수업과 활동 경험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아쉽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미 그러한 점과 연결들을 다 소진해 버린 것 같습니다. 이제 새로운 점들을 다시 만들어야 할 것 같네요. 그러면 앞으로 남은 교사 생활 중에 한두 번은 또 다른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좋은 기회를 주셔서 교사로서의 인생으로 치면 딱 중간 지점에 와 있는 즈음에 이렇게 한번 자신을 돌아봅니다. 덕분에 다시 정신을 차려보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수많은 선생님들께서 정말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하고 계심을 알고 있기에 그분들의 열정과 노력을 본받아 다시 한번 저도 힘내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전국에 계신 모든 선생님께 존경의 마음 보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곳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서울대학교 입학본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세 명의 귀인을 만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세 분 중 한 분이 저의 고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이라고 믿습니다. 입시를 앞두고 가장 불안하던 시기에 안태경 선생님께서는 2년간 저의 담임을 맡아주셨고, 그 분의 말씀을 믿고 따른 결과 운 좋게도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들마다 모두 각자의 장점이 있고 배울점이 있다고 하지만, 진정한 어른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듯합니다. 그리고 인생의 모토로 삼고 귀감이 되는 참스승이라고 부를 만한 선생님은 더욱이 찾아보기 힘든 것 같아 못내 아쉽습니다.
제가 감히 선생님을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저의 담임 선생님께서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참스승님의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안태경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시고 길을 열어주시는 분이셨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과 처음 만나게 되었고, 이때 저는 내신시험과 모의고사 성적표에 찍히는 숫자들로 인해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등급은 그대로였기에 공부를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애초에 공부가 나의 길이 맞는지 자체가 의문이었습니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으며 힘들어하던 저에게 선생님께서는 상담 때 마다 잘 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스스로를 믿고 계속해서 나아가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에 제가 저 자신을 믿지 못하겠다고 답했을 때 선생님께서는 당신이 전문가이시니 “너를 못 믿겠으면 나를 믿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저에게는 참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과 스스로조차도 저를 믿지 못하던 시기에, 누군가가 저의 가능성을 확신하며 믿어준다는 것은 엄청난 힘이 되었거든요.
저는 제가 선생님을 좋아하고 따랐던 만큼 선생님께서도 저를 잘 챙겨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학업 성적뿐만 아니라 생활 패턴이나 교우 관계에도 관심을 가져주셨고, 덕분에 학업 외적으로도 상담과 도움을 많이 받으며 의지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교우관계 때문에 힘들어했을 때 선생님께서는 위로의 말씀과 함께 현실적인 해결책을 주셨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저 또한 많이 성숙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선생님을 단순히 ‘교사’로서뿐만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도 많이 존경하게 되었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실 때 언뜻 비추어지는 선생님의 훌륭한 마음가짐을 본받아 따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학생의 인격적 성장을 돕고 어른이 되는 과정을 지켜봐 주시며 조언해 주시는 것 또한 제가 생각했던 참스승의 모습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안태경 선생님께서는 제게 감사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선생님이시자 귀인이십니다. 저뿐만 아니라 학교의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으로부터 은혜를 받았고, 그분을 참 존경했습니다. 다소 서툰 글솜씨이기에 저의 진심이 잘 전달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을 담아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재학생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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