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이슈이슈!
교육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수도 있다..!

1. 교사, ‘무엇을’에서 ‘어떻게’로
대학교 시절 ‘교과교육학’ 수업 중 지도교수님께서 “자네들은 학생들에게 인정받는 교사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하셨던 말씀은 이후 줄곧 나의 교직 생활의 중심이 되었다. 처음 교직에 발을 들였을 때, 나는 학생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교사의 실력이라고 생각했고, 그 교사의 질이 교육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믿었다. 그러한 신념으로 수학 교사로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며 교과서 외에도 여러 수학 문제집들을 펼쳐놓고 빠트리는 유형의 문제가 없도록 수업 준비를 열심히 했다. 수능에서 출제되는 모든 유형의 문제들을 개연성 있게 스토리텔링을 하며 순서대로 정리하여 수업 시간 중 학생들에게 빠짐없이 알려주는 것이 학생들에게 인정받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2005년 자연 논술이 다시 시작되며 지도해야 하는 교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창의성 논술을 지도하기 위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공부하러 다녔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일반고에서 3학년 담임을 담당하게 되자 ‘진학’이라는 과제가 추가되고 우리 반 학생들을 인지도가 좀 더 높은 대학으로 진학시켜야겠다는 목표가 더 생겼다. 정량적인 성취는 다소 낮더라도 학교생활은 너무나도 예쁘게, 그리고 열심히 했던 우리 반 학생이 내가 작성한 교사 추천서와 첨삭을 거듭한 자기소개서,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 평가를 통해 본인이 희망하던 대학에 진학했을 때의 짜릿함을 시작으로 학생부종합전형에 매료되었다. 이후 가장 중요한 서류인 학교생활기록부에 ‘무엇을’ 기록해야 매력적인 학교생활기록부로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지역을 막론하고 여러 연수를 쫓아다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무엇을’에 집중하는 것보다 ‘어떻게’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학생 개인의 역량을 기재하려면 학생의 모습을 수업 시간에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껏 교사가 중심이 되어 학생들을 위해 이것까지도 해준다는 자기만족이 아니었던가를 반성하게 되었다. 매력적인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록이 나오기 위해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수업의 변화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한 학기의 수업 중 몇 시간이라도 해보자는 다짐으로 시도해 보았던 몇 가지 사례를 공유해 보려고 한다.
2. 경제 속 수학을 찾아볼까?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진로역량’이 강조되고 있었던 때, ‘진로기반 교과 연계 프로그램 개발’ 교사연구회활동 제안을 받았다. 당시 3학년 1학기 경제수학을 담당하고 있었고 인문사회계열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었다. 수학과 교육과정 내용이 진로 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등학교 교과연계 진로교육 교수‧학습 메뉴얼(2017년, 교육부)’에서 교과연계 진로교육이란 ‘학교 교육과정에서 운영되고 있는 교과 수업 시간에 학교 진로교육 성취기준을 자연스럽게 연계한 것으로, 진로교육 관련 내용이 반영된 교과 수업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2학년 과정까지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까지 모두 학습한 학생들이었기에 수학을 도구로 활용하여 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 탐색과 설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수업 시간 중 할애하면 될 것이라 판단하였다. 또, 그때는 매일 교실에 신문이 한 부씩 배포되고 있었는데, 신문이 읽히지 않고 방치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현장을 보며 안타깝다고 느꼈던 때다. 그래서, 경제수학 교과서를 통해 경제 현상을 수학으로 설명하는 것을 학습했으니, 신문의 경제 분야 기사를 활용하여 본인의 진로와 관련된 내용 속 경제 용어를 찾고 이를 수학으로 해석해 보자는 제안을 했다. 간단하게 수학을 도구로 활용해 보는 경험을 갖자는 의도이기도 했기에 4차시 정도로 구성하여 빠르게 진행했다. 학생들이 선정한 기사 내용은 자연스럽게 관심 분야로 이어졌고, 수학이 중심이 아니라 저마다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해서였는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학생 개개인이 선택한 신문 기사 속에 등장하는 표와 그래프 또는 수치적 정보 등을 수학으로 해석하고 공유하는 과정은 그대로 학교생활기록부에 담아낼 수 있었다.

| [교사연구회 보고서에 소개한 교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 예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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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경제 속 수학찾기 활동(② 총 4차시)을 본인의 관심 분야인 교육과 접목하여 ‘교육생산함수’에 대해 심화, 탐구를 계획하고 보고서를 작성함. ③ 어떤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보다 많은 산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설명을 위해 필요한 교육생산함수 모델에 대해 조사하고, 그 중 가장 많이 적용되는 회귀방정식에 대해 더 알아봄. 회귀방정식이 무엇인지, 방정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등을 자세히 분석하고 이해하는 활동을 통해 ④ 교육에 관한 의사결정을 보다 합리적으로 하기 위한 과학적 검토 방법이 교육생산함수를 활용하는 방법이라는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잘 함. ⑤ 또한 교육생산함수를 이용하여 학업 성취 수준 탄력성을 추정도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과목의 학업 성취 수준의 생산 함수 형태를 탐색하는데도 시간을 투자하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지님. 수학의 기본 개념이 잘 잡혀 있고, 수업 시간 중 교사의 멘트에 집중하여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대표적인 학생임. ⑤ 특히, 학교에서 학습하는 수학적 지식들이 인문사회분야에서는 어떤 형태로 활용 가능한지에 대한 교사의 설명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본인이 희망하는 교육 분야와 관련한 연구에도 유용한 수학 지식을 의미파악에 포인트를 두고 많은 질문을 이어가는 주도적인 학습의 귀감이 됨. |
① 경제 속 수학찾기 활동(② 총 4차시) 중 환경과 같이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거나 신제품 같이 거래된 적이 없는 제품의 경제적 가치가 어떻게 측정되는지가 궁금하여 자료를 탐색하고 ‘조건부 가치 측정법’을 주제로 탐구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함. ④ 관련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효용함수의 개념이나 벡터와 같은 교과 수업에서 다루지 않았던 개념을 먼저 학습하고, 담당교사에게 질문을 이어가며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했음. ③ 조건부 가치 측정법이 지닌 가상적인 상황의 설정과 관련된 오류의 가능성, 설문조사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편의에 대한 고민 등이 필요함을 언급하는 등 수학 학습에서 키우고자 하는 논리적인 사고가 잘 이뤄지는 학생이라고 판단됨. ⑤ 이후, 수학의 활용 범위가 어디까지일까?라는 의문을 해결하고자 관련된 책을 읽고 생물, 인간이 만들어 낸 도시와 기업에까지 보편적인 수학적 원리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등 수학을 단순한 교과목으로 보지 않고 타 영역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매우 칭찬해 줌. SW중점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컴퓨터, 소프트웨어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사회학적 관점으로 들여다 볼 줄 알아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융통합적 인재라고 생각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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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수행평가명(또는 수업주제) ② 수업차시 ③ 수업 결과물 및 수업을 통해 보여진 학생의 역량(전공관련 진로역량) ④ 수업에서 관찰된 내용, 활동 및 결과물 ⑤ 후속활동(추가 탐구 또는 탐색활동 실천사항)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기록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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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업이 끝난 후 한 학생이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을 들고 수학 교사인 나를 찾아왔다. 독서 지문에 나온 연금의 현가와 관련한 내용이 수학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수학적 오류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모습을 보였고, 수학을 도구로 적절히 활용하기를 바랐던 마음이 학생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 ‘어떻게’를 실천할 방안을 하나 찾은 느낌이 들었다.
3. 통계포스터, 그리고...
수업나눔이나 교실수업개선 연수에 참여해 보니 고등학교 확률과 통계 수업에서도 통계포스터 만들기를 도입한 경우를 곧잘 볼 수 있었다. 2학년 확률과 통계 수업 파트너 선생님과 협의하여 과정중심평가 중 하나로 계획하고 진행하기로 했다. 네이버폼 또는 구글폼으로 설문조사를 하게 되면 그 결과를 원그래프 등으로 나타내어 주지만, 각각의 그래프가 어떤 특성을 파악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가를 고민하는 학생들의 논의 과정을 보면서 수학적 의사소통능력을 이렇게 키울 수 있구나를 실감하기도 했다. 물론 설문 문항 제작 단계에서 중간 점검을 하며 유의미한 질문과 선지가 만들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는 했지만, 통계 자료 분석을 하며 ‘조건부확률’을 적용해야 할 상황이냐 아니냐 등의 의견을 나누며 수업에서 학습한 것을 활용하고자 하는 모습이나 본인들이 세운 가설을 검증한 결과를 통계 자료 분석을 근거로 도출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교사의 입장에서도 매우 흥미로웠다. 통계포스터 만들기 평가 항목에는 발표와 오류 유무까지만 포함되어 있었지만, 다른 모둠에서 제작한 통계포스터를 분석하고 질의응답을 추가로 진행하면 그 진행과정을 관찰하여 교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모둠별로 완성된 통계포스터를 나란히 칠판과 교실 벽면에 부착한 후, 다른 모둠의 작품을 모둠원들과 함께 분석하는 시간을 가져보니 역시 학생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예리하게 문제점을 찾아내어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해 나름대로의 논리로 반응을 하고 있었다. 물론 학생들이 완벽하지 않은 결론을 도출하기도 하지만 해당 부분은 참관하고 있던 교사가 최종 정리 단계에서 보완하면서, 실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통계라는 수학적 도구를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교사의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경험하면서 느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통계포스터 만들기를 하면서 인문계열 학생들은 각 모둠의 주제 자체에 관심이 높은 편이었다. 학생들의 반응을 보니 흥미 있는 주제와 통계 결과에 대한 갑론을박을 하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그래서 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학급 내 통계포스터 주제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자유토론을 하기도 했었다. 본교에는 ‘토의‧토론’ 프로그램이 연간 운영되는데 토론을 할 때 본인 주장의 근거로 신뢰성 있는 통계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런 수업의 경험은 수학 교사이지만 인문사회계열의 제시문 면접을 지도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 학생의 성장이 교사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또, 자연계열 학생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학교 현안을 주제로 선택하기도 했다. 현안에 대한 전교생의 인식을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파악하고, 통계 결과를 재생산하거나 수학적 도구를 활용하여 해결 방안을 찾아 제안하기까지 이어지기도 하여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만나기도 한다. 통계포스터를 제작할 때 어느 범위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이전 학년의 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어 해를 거듭할수록 단순한 통계포스터라기보다는 통계 활용 탐구가 되고 있고, 혼자만 보기 아까워 교내에 게시하며 학생에 의한 수학 문화 전파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또한, 확률과 통계 과목이 어느 분야에서나 학습을 필요로 하는 과목이라는 것을 전달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 [학생들이 제작한 통계포스터와 교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 예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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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포스터 만들기 활동에서 '또래 교사 제도의 문제와 개선'이라는 제목으로 통계포스터를 제작하고 발표함. 학교 현장에서 실제 느끼는 문제 탐구를 통계를 통해 실현하고자 한 점에서 매우 칭찬함. 또, 결론 부분에서도 또래교사제도를 유지할 때와 폐지할 때의 경우로 나누어 통계 자료를 활용하여 정리한 점 등을 인정받아 최우수 모둠으로 선정됨. 온오프라인을 병행하여 진행된 활동임에도 모둠원전체가 활발하게 참여하는 모습이 온라인 수업 'ZOOM' 회의실에서도 한결같이 나타나는 것은 모둠장인학생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된 결과라 생각됨. 다른 모둠의 통계포스터 속 해석 오류를 찾아 질의를 하는 등 학습 내용을 내면화하는 모습을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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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포스터 제작하기 활동에서 설문 제작단계에서 가설 검증에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설문문항으로 다듬어지는데 큰 역할을 담당함. 보다 많은 설문을 얻고자 설문 참여를 독려하는 등 표본의 크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학생임. 또한, 설문결과 통계 자료 분석에서도 수학적 오류를 꼼꼼하게 체크하며 특히 조건부확률을 정확하게 적용하여 통계포스터의 완성도를 높이는 등 수학 교과에서 습득한 지식 활용이 뛰어남. 이후 통계 결과를 바탕으로 교실의 책상 배치를 고안하는 과정에서도 기하 과목에서 배웠던 벡터를 이용한 코사인 유사도를 추가하자는 의견을 내어 여러 유사도를 근거로 가장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는데 큰 역할을 함. 거리, 친구수를 각각 x축, y축으로 두고 교실 상황을 평면벡터로 재해석한 점이 돋보였고, 발표 시 타 모둠의 질문에도 막힘없이 잘 설명하며 이해를 돕는 등 창의적이고 수학적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난 학생임. |
4. 수학과제탐구, 수업량 유연화를 통한 교과 융합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수학과제탐구 과목이 신설되면서 교과서가 없는 상황이 다소 당황스러웠다. 신설과목 연수에서 본 지도 사례를 통해 ‘탐구’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순수하게 수학만으로 이루어진 탐구도 가능하고, 수학을 도구로 활용하여 타 분야와 접목한 탐구도 가능하다는 나름의 결론을 얻었다. 학생들에게는 가이드로 이것만 제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는데, 주제 선정 과정에서 학생들이 주고받는 여러 아이디어들이 꽤 재미있어 보였고 어느새 학생들 사이에 끼어 같이 의견을 나누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교복 블라우스나 자켓이 타이트하여 팔을 움직일 때마다 불편한 점을 개선한 교복 디자인을 이차곡선을 이용하여 제안할 계획을 하거나, 학교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비교‧분석하기 위해 방음 장치가 되어 있는 음악실에서 실제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녹음한다거나, 학교의 각 공간에 비치되어 있는 의자의 등받이의 곡률을 비교하여 가장 편안한 의자를 선별해 볼 의지를 보인다거나 등등 생동감 있는 학생들의 모습에 덩달아 신이 났다. 수학과제탐구 과목은 학생들의 활동을 관찰한 결과를 기록하기만 하면 되어 교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작성하기가 가장 수월했다. 역시나 수학이 단순히 문제를 푸는 교과가 아니라 학생들의 실제 삶에 필요한 도구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수업이 필요함을 실감했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또 하나의 해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수학과제탐구 과목을 지도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수학이 도구로 활용될 때, 타 교과에 관한 지식의 부족이 학생들의 탐구 과정을 지도하는 데 있어 한계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필요할 때마다 다른 교과 선생님께 여쭤보며 이해를 하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완전히 해소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눈에 띈 것이 ‘수업량 유연화’였다. 진학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업무담당자로서 학교생활기록부의 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학년별로 500자씩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생겼던 것이기는 하지만, 수학과제탐구를 담당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기에 실현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실제 학기말 고사가 끝나고 일주일간 수업량 유연화 주간을 운영하면서 다른 교과 선생님들과 융합 수업을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본교에서는 수업량 유연화의 집중도를 높이고자 수업의 주제에 따라 분반을 하여 운영하였기에 오늘 2-3시간 분량의 수업을 하고 바로 내일 또 같은 분량의 수업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 학생 활동이 진행된 이후에는 몇 시간 후 또는 다음날 학생 활동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게 진행되어야 했고, 함께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동료 선생님과의 협의가 끊임없이 필요했기에 일과 시간 중 쉬는 시간이 거의 없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진도를 맞춰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 없이 학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고, 동료교사와의 협의만 잘 된다면 수업의 변화를 도모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후반부 모둠별 프로젝트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어떤 산출물이 결과로 이어질까 기대하게 되었고, 실제 발표회 때 다양한 주제와 방법으로, 신선하기까지 한 학생들의 모둠별 프로젝트 결과물들을 확인하면서 이 수업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주는 교육적 효과를 실감하였다.
| [탐구보고서‘주제: 앉아있는 자세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및 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 예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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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량 유연화에 따른 학교 자율적 교육과정에서 '세상과 나의 이치 미래탐구'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앉아있는 자세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수학적으로 검증하는 탐구를 진행함. 대다수가 사용하는 독서대나 태블릿의 각도, 앉은 자세에서 목과 허리 각도 등에 따라 목에 가해지는 힘의 정도를 수치적으로 산출하고자 관련된 선행연구문을 탐독함. 교실에서 관찰된 대표적인 자세를 9가지로 분류하고 각각의 자세 사진 촬영 후 머리가 기울어진 각도를 체크, 간단한 코딩으로 프로그램화하여 여러 상황을 비교하는 등 뛰어난 이해력과 수학적 분석력을 보임. 또, 각각의 자세에 따른 몸의 중심점 변화를 공간좌표로 나타내고 지오지브라 3차원 계산기를 활용하여 시각화한 자료를 함께 제시함. 이때 무게중심을 정의하는데 있어 의자에 앉아있는 자세에서 상반신의 전면과 후면의 무게나 부피가 비슷함을 파악하고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무게중심을 설정하는 등 활동 전반에 걸쳐 풍부한 아이디어 제시와 융합적 문제해결력을 바탕으로 모둠장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함. | |
5. 수업과 기록에 대한 고민, 현재진행형
수학 교사로서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여전히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교직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교육의 본질은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에 있다는 것이다. 선배 선생님께서 추천해 준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존 카우치‧제이슨 타운)’ 책 속에 수록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 “나는 내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뿐이다.”라는 글귀의 의미를 깊이 깨닫고 있는 중이다. 물론 수학 교과에서 지식의 전달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교사 중심의 설명식 수업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될 때도 많기 때문에 프로젝트형태의 학습이 교육활동 전반에서 조화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딜레마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교사의 질은 단순히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에 달려있다기 보다는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잘 배우고 성장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수업 중 학생들의 성장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 그로 인해 교사가 다시 성장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교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지 않는 것이 교사로서의 자존심을 잃지 않는 방법이며, 그래야 교직 생활이 즐겁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