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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이슈이슈!

고교학점제에서 교양교과의 가치

양기훈 목포혜인여자고등학교 교사
목포혜인여고 양기훈

들어가며

2025년 고교학점제가 시행될 예정입니다.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의 확대를 위해 교원 연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학교 공간 혁신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가능하도록 학교 시설의 변화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준비와 함께 학생 개인별 시간표 도입, 이동식 수업의 증가, 교사의 시수 변동 및 지도 과목 증가 등 다양한 어려움 때문에 학교와 교사들은 고교학점제의 흐름에 힘겹게 적응 중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를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제가 ‘심리학’ 교과를 가르치며 겪었던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고교학점제와 ‘공동체 가치’ 함께 찾아가기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를 운영하며 긍정적인 변화가 많았습니다. 다양한 선택과목이 개설되었고, 공동교육과정이 활발하게 운영되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은 공동체에서 함께 ‘의미’를 찾아가고자 하는 대화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교과목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는 ‘어떤 교과목을 개설할 것인가?’, ‘왜 그 교과목이어야 하는가?’, ‘새로운 과목의 수업과 평가는 어떻게 할까?’ 등의 질문은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고, 한 교사의 교육철학을 넘어서 공동체의 교육철학으로까지 이어지는 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관성으로만 진행되던 교과협의회와 전문적 학습 공동체가 활력을 가지게 되었고, 수업과 학생에 관한 생각을 서로 이야기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생겨났습니다. 교실에서 홀로 아이들과 고군분투하는 외로운 교사가 아니라, 협력과 지지가 있는 공동체가 되어갔습니다.

SW Track 정보 → 프로그래밍 → 인공지능기초 → 정보과학
자연•이공 Track 과학사/지식재산일반 → 실험(물,화,생) → 고급과학(물,화,생) (과학II이수 필수)
도시•환경 Track 과학사/지식재산일반 → 실험(물,화,생) → 생태와환경 → 인간과환경
인문•사회 Track 사회탐구방법 → 사회과제연구 → 비교문화 → 독일어권문화
교양 심리학, 교육학, 철학, 환경, 논리학, 공중 보건, 간호의 기초 (학년무관)

[목포혜인여고-목포덕인고 공동교육과정 과목 이수 ‘Road-map’ (2021기준)]

공동체를 통해 교사로서의 나 발견하기

몇 년 전 전문적 학습 공동체 모임 날이었습니다. 동료 선생님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기 원하세요?”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여러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인간상과 교육목표? 서울대의 인재상? DeSeCo와 Education2030의 역량?’ 하지만 적절하게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늘 ‘질문’이 중요하다고 말했으면서 정작 스스로에게는 ‘질문’하지 않고 살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앞만 보고 지내온 10년여의 교직생활의 속도를 늦추었습니다.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배우기 원하는 것, 성장하기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천천히 고민하며 정리해봤습니다. ‘공감과 배려가 말과 행동에 배어나는 사람, 타인을 이해하고 존재로 여기는 사람, 주체성과 주도성을 가진 사람, 인간다움을 고민하고 그것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정리해보니 지식보다는 삶의 태도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나다움과 사람다움’을 발견하게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교양교과 ‘심리학’을 가르치면서 이런 바람을 조금씩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심리학을 가르치게 된 계기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를 운영하면서 우리학교 교육과정 편제에서 가장 먼저 지정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변경된 것은 3학년 ‘교양 교과’입니다. 그동안은 3학년에 ‘논술’이 지정과목으로 편성되어 국어 선생님께서 독서와 글쓰기를 중심으로 가르치셨는데, 교양 교과가 선택 과목으로 바뀐 후 많은 학생이 희망한 ‘심리학, 교육학, 환경’이 개설되었습니다. 지도교사를 선정하는 데에서는 약간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도 희망교사, 수업시수가 적은 교사, 유사 전공이거나 관련 연수 이수 교사 등 다양한 기준이 논의되었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선뜻 교양교과를 지도하겠다고 나서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고교학점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책임감으로 심리학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과목을 가르치는 것의 두려움

저는 대학에서 여러 교직과목 중에서 교육심리를 가장 재미있게 배웠었고, 관심이 더 생겨 심리학 개론을 수강하기도 했습니다. ‘미움받을 용기’나 ‘설득의 심리학’처럼 심리학 책을 재미있게 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목’으로서 심리학을 지도한다는 것은 두렵게만 느껴졌고, 특히 심리학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살펴보고서는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특히 최근까지 1종 뿐이었던 교과서는 지도서가 개발되지 않아 수업자료를 구하기 어려웠고, 교과서 내용을 스스로 공부해가며 수업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가르치던 영어 교과보다 수업준비에 훨씬 시간이 많이 걸렸고, 교과에 대해 물어보거나 상의할 동료가 없어 답답했습니다. “고교학점제만 시행을 하면 교사들은 다양한 과목을 저절로 지도할 수 있나?” 불평이 나왔습니다.

심리학, 그리고 고등학교 교양 교과의 쓸모

하지만 심리학을 가르치면서 교양교과의 의미와 새로운 과목을 지도하는 것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학이 가장 우선순위인 고등학교에서 ‘교양교과’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을 표하는 시선들도 있지만, 오히려 입시를 앞두고 있기에 교양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르쳐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선택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되기 전에 교양의 쓸모를 아이들이 배우고 느낄 수 있다면, 이후의 삶에 서 보다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교양 교과마다 교육과정이 다르겠지만 큰 방향성은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양교과는 첫째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둘째 세상에 대한 이해, 셋째, 가치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꼭 필요한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심리학 교과의 교육과정 내용 체계는 ‘심리학에 대한 이해’, ‘나(self)알기’, ‘사회적 정체성’, ‘삶과 적응’으로 총 4개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성취기준 및 교과 역량의 특징을 쉽게 표현하자면 ‘자신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과 공동체를 더 잘 이해하고 이를 통해 좋은 관계를 맺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심리학 수업을 ‘나에서 타인으로’ 인식이 확장되어 가도록 설계했습니다.

심리학 수업의 장면들

첫 수업에서 아이들과 과목에 대한 OT를 통해 교과 성격과 내용체계를 설명하고 설문을 실시했습니다. 왜 심리학을 선택했는지, 진로희망분야는 무엇인지, 심리학 교과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교과서를 훑어보고 흥미를 느끼는 단원은 무엇인지 적어보게 했습니다. 교과서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뒤 설명하는 활동을 하거나, 자신이 흥미를 느낀 심리효과나 이론을 ppt로 발표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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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수업시간에 했었던 것은 ‘나를 표현하기’ 활동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기호와 선호를 분명하게 표현하기를 바랐는데, 예를 들어 “나는 짜장면보다 짬뽕을 좋아하고, 붐비는 곳보다 적당한 소음이 있지만, 사람은 많지 않은 카페의 구석 창가 자리를 좋아하고, TV 보는 시간이 더 많지만 오디오북을 들으며 산책하는 것을 좋아해”처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구체적으로 발견하고, 깨닫고, 표현할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예시와 같은 주제를 매시간 제시한 후 정해진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친구들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를 표현하기 주제 예시]
자신이 좋아하는 것 30개 쓰고 이유 말하기
친구나 가족이 좋아하는 것 30개 쓰고 동의 여부 피드백 받기
나를 잘 표현하는 물건(사진) 소개하고 이유 말하기
나의 방어기제 찾아보고 설명하기
최근 일주일 동안 행복했던(속상했던) 경험 설명하기
필요는 잘 알고 있는데 동기가 생기지 않아 걱정인 일 설명하기

[나를 표현하기 진행 순서]
1) 주어진 주제에 관해 쓰기 (3~5분 동안 쓰기)
2) 쓴 내용을 모둠에서 소개하기 (친밀한 친구끼리 자유롭게 모둠 구성)
3) 모둠별로 한 명씩 교실 전체를 대상으로 소개하기 (패스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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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아이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불편해할 것 같아서 친한 친구들끼리 자유롭게 모둠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은 모둠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과 싫어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깔깔거렸고, 투사형 심리검사를 배우며 체험해본 그림 검사(HTP, RITP) 결과물(그림)을 서로에게 보여주며 이야기했습니다. ‘정서’ 단원을 배우며 경험했던 행복한 순간과 앞으로 경험하고 싶은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고, ‘학습이론’을 배우며 인간성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장점 30개 쓰고 말하기 활동에서는 10개도 채 쓰지 못하고 주저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서로 쓴 것을 보고 나서야 나머지 빈칸을 채워가기도 했습니다. ‘방어기제’를 배우고 나서 ‘나는 너를 용서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쓰기 활동을 통해 내면의 감정들을 꺼내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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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글과 말로 꺼내 놓았습니다. 처음엔 친한 친구들끼리 했던 활동도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친구들과도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마음을 다해 들어주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것이므로 ‘환대’로 맞이하고 싶다는 시인의 마음을 아이들이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다름을 포용하며 서로를 존재로 ‘환대’하는 아이들이 기특했고, 저도 그렇게 교직생활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심리학 수업을 통해 갖는 바람

저는 10여년 넘게 영어만 가르쳤습니다. 영어를 가르치는 게 더 편하지만 ‘심리학’을 가르치는 게 더 가슴이 뜁니다.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나’를 발견하고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나’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나’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너’로 나아가 친구의 아픔을 공감하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학생들을 봤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수업이었습니다. 부담스럽고 두려운 일임이 분명하지만 고교학점제에서 개설되는 다양한 선택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 필요와 방법을 함께 고민하며 협력하는 공동체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교사 개인과 공동체 모두에게 성장의 계기와 행복한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우리 아이들이 자신과 세상을 이해해갈 수 있는 배움의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세계관과 인간관, 그리고 가치관을 배우는 교양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그려나가고, 자신과 공동체의 행복을 실현해가는 어른으로 성장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양기훈 선생님께서는 저의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으며, 1,2학년 영어과목 담당 선생님이셨습니다. 저는 철학과에 진학하기를 희망하였지만 주변의 많은 반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향후 인문학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하시며 제 꿈을 응원해주시고 관련된 책도 추천해주셨습니다. 또 제가 3학년 때 탐구하였던 기호학과 노동인권에 대해 더 공부해보시곤 제게도 좋은 자료를 추천해주실 만큼 열정 넘치신 분이셨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정말 힘들어 할 때 함께 산책을 하며 ‘남들보다 느려도 괜찮고 큰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모두가 대단한 사람일 순 없지만 내 눈에 너는 충분히 멋진 사람이다.’라고 해주신 말씀에 큰 위안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단순히 진로, 진학 뿐 아니라 ‘삶’의 방향성에 대해 도움을 주신 감사한 분입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재학생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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