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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이슈이슈!

토론 수업은 학생들을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게 하는 것이다

배광호 매천고등학교 수석교사

“현명한 사람치고 토론 외에 다른 방법으로 지혜를 얻은 사람은 없다.”
_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서



Ⅰ. 학생에게는 성장과 성숙의 능력과 가능성이 이미 무한하게 갖춰져 있다

이번 2학기에 토론 수업만 했다. 그저 매일 해가 뜨고 질뿐인데 세월이 가듯, 매시간 학생들 토론하는 것만 보다 보니 벌써 기말고사, 방학이 성큼 앞에 와 있다. 학기가 끝날 때쯤 이뤄지는 토론을 보면,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을 가진 알고리즘인 ‘딥러닝’을 하는 인공지능이 많이 연상된다. “딥러닝은 더 이상 인간이 기계에게 세상을 설명하지 않고 세상에 대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그냥 집어넣어주면 자체 인공신경망 구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들이 꼭 이렇다. 한 학기 동안 토론에 대한 기본 지식, 룰만 알려 준 뒤, 토론 실습을 실제 대회처럼 적어도 일곱 차례를 계속하니 저절로 토론을 보는 눈이 생기고 토론에 대한 능력이 길러졌다. 마치 작년에 이세돌과 대국했던 “알파고 v18은 16만 판의 바둑경기들을 학습”하면서 실력을 키웠던 것처럼. 원래 인간이 오리지널이고 인공지능이 짝퉁인데 인공지능의 위력이 워낙 거세니 인간이 인공지능을 따라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설프던 학생들이 끝으로 가면 갈수록 “토론, 꿀잼이에요! 다른 반도 우리 반처럼 토론 잘해요?”라고 으스대는 말이 저절로 나오곤 한다. 처음 했던 학생들이 열등하고 나중 한 학생들이 우수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자신이 실제로 한 번 해보고 다른 친구들이 하는 걸 여러 차례 보는 가운데 내면에서 스스로 학습이 일어난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이 이미 갖춰져 있다.

Ⅱ. 딥러닝으로 토론의 내공을 쌓다

1. ‘모둠별 반대신문 토론 대회’
학생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딥러닝을 했을까? 토론 수업을 토론 대회로 진행했다. 4~6명을 한 모둠으로 한 반을 6개의 모둠으로 편성하고 각 모둠을 다시 2:2 혹은 3:3으로 편을 갈라 토론 대회를 하게 한다. 모둠수는 왕중왕전에 진출할 사람수로 정한다. 대개는 3:3 아니면 2:2로 하므로 6모둠 아니면 4모둠으로 하면 된다. 반대신문 토론은 원래 2:2로 하는 것이므로 되도록 2:2로 하면 좋으나 한 반에 학생들이 많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3:3에서 4:4까지도 하게 된다. 그러면 누구나 반드시 한 번씩 토론 대회에 참가하고, 토론 왕중왕전까지 모두 6회의 토론을 지켜보며 심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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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별 토론 대회 수업에서 택한 토론 유형은 ‘반대신문 토론’으로 했다. 이 토론 유형은 1971년에 설립된 미국의 교차조사 토론 협회(CEDA - Cross Examination Debate Association)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세다(CEDA) 토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말로는 ‘교차조사 토론’ 혹은 ‘반대신문 토론’이라고 한다. 교육과정에는 ‘반대신문 토론’이라고 하였다. 이런 이름은 전통적인 토론 형식인 입론과 반론 사이에 조사,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책 명제를 다루기 적합하기 때문에 ‘정책 토론, 팔리시 디베이트(Policy Debate)’라고도 하고 토론을 공부하기에 좋은 방식이고 미국의 대학교나 고등학교 그리고 토론 대회에서 많이 실시되고 있어서 ‘아카데미식 토론’이라고도 한다.

반대신문 토론의 발언 순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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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복잡한 것 같지만 입론을 두 번, 반론을 두 번하는 기본 뼈대를 바탕으로 입론 뒤에 질문(반대신문)이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있다. 마지막 반론은 ‘답변과 마무리 발언’으로 약간 바꿨다. 발언 시간은 원래는 입론 9분씩, 질문 3분씩, 반론 6분씩에 숙의 시간을 팀당 10분씩 주어 총 92분이 걸리도록 되어있으나 토론자의 수준이나 상황에 따라 조정하면 된다. 교실에서는 수업 한 차시가 45 ~ 50분이므로 모든 발언 시간을 2분으로 했다. 그러면 각 팀에게 2분씩 숙의 시간을 주면 총 28분이 걸리게 된다. 원래의 토론 형식은 2:2로 하는 것이지만 3:3으로 할 경우에는 발언자의 순서와 횟수를 조금 바꿔야 한다. 즉 2:2일 경우엔 한 사람이 입론, 질문, 반론 각 한 번씩 해서 모두 3회 발언하지만 3:3이 되면 2회만 발언하게 된다. 매시간의 모둠별 토론 대회 수업의 큰 흐름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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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배치와 판서는 다음과 같이하고 사회자와 계시원은 다음 토론 모둠의 각 팀 첫째 토론자가 각각 맡도록 규칙을 정한다. 사회자는 인쇄하여 나눠주는 진행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하게 하고 계시원에게는 따로 방법을 가르쳐 준다. 이 때 토론자 이외의 청중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은 청중평가단으로 심사를 하게 한다. 활동지(평가지)를 작성하며 논리적으로 듣는 연습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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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중왕전도 진행은 위와 거의 같다. 각 모둠 토론 대회에서 한 명씩 뽑아놓은 토론왕(최고 토론자)을 추첨으로 팀을 나누고 입장과 역할을 정한다. 논제도 미리 준비했다가 즉석에서 제비뽑기로 정해서 10분 정도 준비시간을 주고 바로 진행한다. 진검 승부가 펼쳐진다. 처음엔 토론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싫어했던 애들도 한 학기 끄트머리에서 열리는 왕중왕전쯤 가면 토론의 묘미와 짜릿함을 알고 토론을 사랑하게 된다. 딥러닝이 된 것이다.

2. 이 수업이 이루어지기까지 교사와 학생은 무얼 준비하나? - ‘모둠 짜기와 논제 정하기’

이렇게 수업이 딥러닝으로 저절로 돌아가게 하려면 사전 작업과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모둠별 토론 대회를 하기 위해 모둠을 짜고 각 모둠에서 토론할 논제를 결정하는 수업을 1차시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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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유발하는 데에는 지난해 학생들, 그러니까 선배들의 토론 대회 수업 장면을 보여주는 게 아주 좋은 것 같다. 물론 한 시간 수업을 다 보여줄 필요는 없다. 그럴 시간도 없다. 시작해서 첫 입론 부분까지만 짤막하게 보여줘도 학생들은 바로 ‘우리도 저런 걸 한단 말이지?’ 하며 긴장감과 현실감을 갖는다. 그리고 이 수업들이 교내 토론 대회도 겸하고 있다고 하면 더욱 무게감을 갖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이야기하겠다.

그리고 바로 모둠을 짜고 논제 정하기로 들어가면 되지만 논제에 대한 이론을 깜짝쇼처럼 간단히 한다. ‘논제의 종류와 좋은 논제의 조건’에 대해서 안내하는데, 잠시 뒤의 ‘논제 정하기’를 할 때 참고로 삼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논제 정하기 활동하기 전에 하는 게 더 좋지만, 모둠을 짜고 모둠별로 모여 앉으면 여간해서는 수업 내용에 집중하지 못한다. 자리 이동하기 전에 이번 시간에 필요한 기초 이론이나 활동 방법을 한꺼번에 안내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효과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을지라도.

자신들이 토론할 주제는 스스로 정하게 하는 것이 참여도를 높이는 데에 좋다. 이때 주의할 점은 사형제나 안락사, 동물실험 등의 대중적인 논제, 즉 인터넷 검색하면 자료가 주루룩 나오는 것은 안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럴 경우에는 인터넷 자료를 읽는 연습에 그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되도록 주위에서, 학생들의 경우엔 학교생활이나 공부, 교육 정책 등에 대해 하는 것이 비판적 사고를 키우고 논리를 개발하는 연습을 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모둠별 논제 정하기는 준비한 활동지를 이용하여 브레인 라이팅 활동으로 진행했다. 그냥 모둠에서 하고 싶은 거 정해보라고 하면 막막해서 논의가 집중력있게 이뤄지기 어렵거나 목소리 큰 학생들이 논의를 독점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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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의 맨 위에 칸에 2분 정도의 시간을 주어 자신이 하고 싶은 논제를 세 개 쓰도록 한다. 너무 멋진 논제를 적으려 하면 오히려 생각이 잘 안 나니까 사소한 듯한 불편이나 불만 등을 적어보라고 권한다. 완성된 문장으로 적지 않아고 낱말로 적어도 된다고 안내하여 부담을 덜어준다. 개인별로 마치는 시간을 맞춰서 일제히 오른쪽으로 돌린다. 옆 친구의 활동지를 받아서는 이미 짝꿍이 적어 놓은 의견에 대해 떠오르는 대로 적어준다. 반대의 내용이라도 되고 심지어 별관계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도 상관없다. 아이디어를 발산적으로 많이 모으고 생각을 자극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꼭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규칙이나 답이 없다. 2분 정도 시간을 준 뒤 동시에 오른쪽으로 돌려 자기 것이 자신에게 돌아오면 끝난다. 이렇게 하며 한 사람 앞에 3 X 6 = 18개, 6명 한 모둠이라면 18 X 6 = 108개의 아이디어가 모인다. 이걸 모두 펼쳐 놓고 최종 논제를 결정하게 한다. 그 안에서 결정되지 않아도 되고 결합해서 만들어도 된다.

그런 다음 모둠의 이름과 구호를 짓도록 한다. 이걸 먼저 하게 하면 시간이 늘어져서 정작 논제는 못 정하는 수가 있다. 모둠 이름은 기록하거나 수업을 진행하는 데에 유용하게 쓰인다. 구호는 잠시 뒤에 각 모둠의 논제를 발표할 때, 모둠원이 모두 나가거나, 대표가 나가서 함께 외치게 하면 분위기를 띄우고 유대감을 갖게 하는 데에 좋다.

‘모둠짜기와 논제 정하기’ 활동지 작성 사례 ‘모둠짜기와 논제 정하기’ 활동지 작성 사례

서로 의논하여 합의점을 이끌어내는 활동은 시간을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 각 모둠의 진행 상황을 세심히 살펴서 완급을 조절하면서 남은 시간과 해야 할 활동의 소요 시간을 늘 확인해야 한다. 그러기에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활동을 끝낸 모둠은 환호성과 손뼉을 치도록 하는 것이다. 진행 상황도 파악할 수 있고 다른 모둠에게 독촉의 압력을 보내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그리고 미리 칠판에 발표할 수 있도록 구획을 정해 놓은 다음, 다 끝내는 대로 나가서 적도록 하면 진행이 좀 더 원활하게 된다. 칠판에는 모둠 이름, 모둠 구호, 모둠 논제를 쓰게 한다.

칠판에 모든 모둠의 논제가 적히면 각 모둠의 대표나 아니면 모두 나와서 구호를 외치며 인사를 하고 논제를 정하게 된 이유, 중요성 등을 발표하게 한다. 발표 뒤에는 청중과의 질의응답을 거쳐 논제를 확정한다. 예를 들어 ‘학원을 가지 말아야 한다’라는 논제를 정한 모둠이 있었는데 질의 응답 과정에서 ‘학원에 가고 안 가고는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인데 토론해 볼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학원의 심야 교습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라는 제도적인 내용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제 모둠별 토론 대회 수업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다 됐다. 다음 주에 첫 모둠부터 토론 대회에 들어감을 알리고 해당 모둠의 학생들을 따로 불러 준비할 것에 대해 안내한다.

* 나눠줄 유인물 (각 팀당)
1. 긍정 입론서 2. 부정 입론서 3. 반론 및 답변서
(이것은 3:3의 경우임. 2:2일 경우는 긍정 입론서와 반대 입론서만 줌. 양식이 약간 다름)
* 당부할 말
1.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2. 찬성 입장과 반대 입장을 모두 준비할 것.(역할 분담 후 공유)
3. 토론 수업 전날에 준비 모임이 있음.

여기서 2번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토론 수업의 중요한 원칙은 찬반의 입장을 자신의 뜻대로 맡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두 가지 입장 모두에 대한 논리를 구성해야 한다. 그래야 폭넓은 관점을 가질 수 있으며 상대 입장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고 토론을 하면 자기의 고집만 더욱 세지고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며 토론이 끝나고 나서도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이 정도 읽고 나면, 의아심이 들 것 같다. 학생들에게 바로 모둠을 짜고 준비해오라고 하면 모둠별 토론 대회 수업이 저절로 돌아가고 딥러님이 일어난다는 것인가? 그럴 수도 있지만 입력 정보가 너무 없으면 딥러닝이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시행착오도 너무 많이 일어날 것이다. 그 이전에 토론에 관한 뭔가 유익한 정보를 넣어줘야 한다. 더 이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여기에 오기까지 어떤 수업이 있었는지 소개하겠다.

3. 어서와 토론은 처음이지? – ‘토론의 달인, 세상을 이끌다’

영상물을 좋아하는 요즘 학생들이지만 아무 영상이나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조심스레 선택한 것이 KBS에서 오래전 2008년 12월 17일, 수요기획으로 방영된 ‘토론의 달인, 세상을 이끌다’라는 프로그램이다. 당시, 불과 한 달 전에 선출되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을 소재로 그의 화법의 비밀을 밝히면서 영상물은 시작된다. 이어서 그가 졸업한 콜롬비아 대학의 50개가 넘는 토론 클럽을 소개하며 오바마의 화법이 미국의 토론 교육에서 길러진 것임을 말하고 마침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렸던 ‘세계 고등학교 토론 대회’ 이야기로 넘어간다. 거기에 참가하는 한국 대표 고등학생들의 토론 준비와 토론 대회 과정과 결과를 따라가면서 미국의 토론 교육 상황과 한국의 상황, 토론 대회에 참가한 전 세계 학생들의 토론에 대한 생각들, 반대신문(교차조사, CEDA) 토론 방법과 주의점 등이 상당히 자세히 소개되는 토론 입문에 알맞은 종합 소개 영상이었다.

같은 또래의 고등학생이 나오기 때문에 자신들의 수준과도 비교해 보면서 꽤 열심히 집중해서 영상물을 시청한다. 토론에 대한 인식을 새롭고 더 깊게 가지게 되는 것 같아서 오래된 영상이지만 아직까지 틀어주고 있다. 1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우리의 토론 교육 수준이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 씁쓸하면서도 놀라울 뿐이다.

학습 활동은 간단하다. 마인드맵으로 느낌과 생각을 정리하고 짝꿍과 이야기해보는 것이 다이다. 다음은 활동지이다. 이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영상물을 보기 전에 주어진 항목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더욱 영상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영상물을 보면서 활동지를 작성하고 시청 후에 짝꿍과 이야기해 보도록 하고 전체적으로 수업 소감을 몇몇 학생에게 들어보고 마친다.

‘토론의 달인, 세상을 이끌다’ 활동지 작성 사례 ‘토론의 달인, 세상을 이끌다’ 활동지 작성 사례

4. 토론을 왜 배워야 하나 - ‘두마음 토론’과 토론 수업의 목표

둘째 시간은 ‘두마음 토론’ 활동을 했다. 두마음 토론은 토론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말문을 트는 데에 좋은 활동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방법은 생략해도 될 것 같다.

두마음 토론 자체만으로는 시간이 20분 정도이므로 실습으로 들어가기 전에 토론 수업의 목표와 심사 기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 찬성, 반대, 심판의 3인으로 구성된 한 모둠으로 활동을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심사 기준이다. 심사 기준에서 지난 시간에 나왔던 토론 정신을 적용한다. 토론 정신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 역지사지의 정신, 비판정신’이다. 이런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는지를 볼 수 있는 행동 지표는 다른 사람의 발언권을 인정하고 보장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그 내용의 문제점과 허점을 잘 찾아내는 것이다. 이런 정신을 잘 실천하는가를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토론자들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다음엔 논리력과 비판력을 본다. 논리력은 주장에 타당한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며 비판력은 상대 발언의 논리적 오류나 현실적 문제점 등을 찾아 근거를 제시하여 지적하는 능력이다. 이 세 가지를 분명한 잣대로 사용하고 특히 심판 자신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시킨다.

이번 수업이 토론 둘째 수업이다. 지난 시간엔 영상물 시청 활동으로 시간이 다 지나갔으므로 이번 시간엔 좀 더 차분하게 토론 수업의 의미와 목표를 이야기한다. 토론 수업은 왜 하는가?

흔히 토론을 배우면 아이들이 까칠해진다거나 못돼진다는 말을 하지만 그건 토론을 제대로 배우지 않아서이다. 토론을 제대로 배우면 절대로 그렇게 될 수가 없다. 토론 수업은 말싸움도 아니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러면 토론은 왜 배우는가? 첫째가 ‘자율성’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자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자신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이다. 진짜 나의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이 너의 의견을 묻지 않는다. 타당한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기만 하면 어떤 주장이든 마음껏 하라고 하지 않는다. 제시한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지 말고 그대로 외워서 답하라고만 한다. 원래부터 그렇진 않았겠지만, 모든 과목이 그렇게 하고 있다. 오직 토론 수업시간만을 제외하고. 토론 수업이 중요하고 위대한 것은 바로 이 자율성 때문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논리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고 주장하고 실천하도록 하는 소중한 과목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포용력이다. 자율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자칫 안하무인, 독불장군의 독선과 독단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자율성을 존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자율성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포용성은 토론 수업으로 잘 기를 수 있다. 토론은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논리 훈련을 하면서 ‘역지사지’의 마음을 훈련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평소 생각과 반대되는 입장을 맡아서 토론을 하고 나면 상대의 논리도 일리가 있다든가 아예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 두 가지 심성적 덕목에다가 전문적이고도 실용적인 능력이 더해지는데 그것은 바로 비판정신이다. 모두가 옳다고 하는 것도 의심하고 따져보고 받아들이는 태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태도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왔다. 이런 태도는 인문과학은 물론 자연과학을 하는 데에도 꼭 필요한 태도이다. 토론은 상대방의 모든 발언의 논리적 타당도나 신뢰도를 따져 보는 활동이므로 저절로 비판정신과 비판력이 길러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바탕으로 심사 기준을 알려주고 두마음 토론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토론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 정신도 저절로 함양할 수 있게 된다. 논제는 딜레마 상황을 제시한다. ‘내일이 시험 날인데 마침 오늘이 절친의 생일파티이다. 지난달의 내 생일에 선물도 하고 노래방에 가서 놀아주기도 해서 고마운 마음에 네 생일도 꼭 챙겨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자, 가야할 곳은 생일파티인가 독서실인가?’

5. 토론의 언어는 논증이다 - ‘논증과 프렙 기법’

두마음 토론은 비격식 토론으로 토론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토론 정신을 함양하는 수업이라면 이번 차시의 ‘논증과 프렙 기법’은 논리적인 기본 훈련을 하는 시간이다. 논증의 개념과 논증의 구성 요소를 알고 토론의 입론과 반론 연습을 해 본다. 그리고 토론 정신 중에서 ‘역지사지’의 덕목을 집중적으로 훈련해 본다.

프렙 기법에서 중점적으로 배우는 토론 정신은 역지사지이다. 마침 역지사지에 대한 코믹한 영상물이 있어서 동기유발로 보여줬다. 상대를 공격했던 사람이 똑같은 논리로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 역지사지의 필요성을 생각해 보게 한 것 같다. 이어서 논증의 개념, 논증의 구성 요소, 논증과 실증의 차이점 등을 설명하고 논증을 연습할 수 있는 틀인 프렙(PREP)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한다

토론의 언어는 논증이다. 토론에서 주고받는 모든 발언은 논증의 짜임새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 주장의 올바름을 증명할 수 있고 상대의 주장에 반박할 수도 있다. 이것이 없으면 수다 아니면 말싸움이 된다. 우리나라 정치판이나 국회를 보면 이런 경우가 가끔 있다. 근거 없이, 아니면 잘못된 근거로 엉뚱한 주장을 소리 높여 떠들고 상대 주장에 대해서 논리적인 반박도 없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몰아붙이는 어이없는 억지가, 그것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론 주도층이란 인사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토론 교육의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게 된다.

다음엔 입론, 반론에 대해 간단히 확인한 후, 바로 프렙 기법 연습으로 들어간다. 입론 반론의 용어를 쓰기는 했지만 입론과 반론 연습까지는 가지 못한다. 논증 연습을 짝을 이뤄 활동식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입론, 반론의 상반된 역할을 놀이처럼 해 볼 수 있게 하였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수업이다. 그래서 활동지 오른쪽에 ‘교내 CCTV 설치는 문제가 많다’는 논제로 예시를 보여 준 뒤, 진행하였다.

연습 논제로는 ‘우리학교의 두발, 화장 단속은 문제가 많다’로 했다. 남학생은 두발에 대해, 여학생은 화장에 대해 하도록 했다. 실제로 겪고 있는 친숙한 논제가 생각하기도 쉽고 흥미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각자 긍정과 부정의 입론을 모두 쓴다. 다 쓰고 나면 옆 짝꿍과 맞바꿔서 반론을 달아 준다. 반론을 쓰고 나서 다시 돌려주면 그걸 읽어 보고 답변은 말로 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 논증의 구조를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실제 토론에서 어떻게 입론하고 반론해야 하는지 대강 감을 잡을 수 있게 된다.

‘프렙 기법’ 활동지 작성 사례 ‘프렙 기법’ 활동지 작성 사례

6. 입론은 쟁점을 찾는 것이다 - ‘논제 분석과 원탁 토론 연습’

프렙 기법으로 논증의 기본을 공부한 다음에는 본격적인 입론의 방법을 공부한다. 입론은 논제를 분석하여 쟁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논제가 가진 문제점을 찾아내어 가장 중요한 것부터 논증하는 것이 입론이다.

어떤 논제든지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이나 관점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타당성 관점, 현실성(상당성) 관점, 보편성 관점이다. 타당성 관점은 논제에서 다룰 정책이 그 정책의 본래 취지, 목적에 들어맞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고, 현실성 관점은 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더 큰 이득을 주는지를, 보편성 관점은 인권, 양심, 헌법에 어긋나는 점은 없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실제 수업에서는 ‘우리학교의 교문지도(두발, 화장)는 자유권 침해이다.’라는 주제로 논제 분석 연습과 원탁 토론 연습을 했다. 이 논제는 전 시간의 프렙 기법 연습 때 가장 많이 나온 주장이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자유권’의 용어 정의에 ‘최소 침해의 원칙’ 있어서 검토 기준(관점)에 더해서 활동지를 만들어 활동했다.

논제 분석 = 쟁점 찾기 = 무엇을 문제 삼을까? 논제 분석 = 쟁점 찾기 = 무엇을 문제 삼을까?

검토 기준에 따라 그런지 안 그런지를 체크하고 그 이유를 적으면서 논제에 대해 어떤 걸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내세울지를 결정해 본다. 자기의 의사대로 하라고 하니 긍정 의견에 치우쳐서 원탁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 임의로 정해 주기도 했다.

이 연습이 끝나면 실제로 원탁 토론에 적용하여 활용하는 방법을 실습하도록 한다. 원탁토론은 1,2,3차 발언으로 정해진 순서 없이 의견을 들어보고 반론을 해보는 토론이다. 여러 가지 의견을 넓게 들을 때 쓰는 토론이다. 토론 유형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원탁 토론 유형도 익히면서 논제 분석과 입론하는 방법도 연습하도록 했다. 4인을 한 모둠으로 하고 발언 시간은 모두 1분으로 해서 교사가 전체적으로 진행한다.

‘논제 분석과 원탁 토론’ 활동지 작성 사례 ‘논제 분석과 원탁 토론’ 활동지 작성 사례

7. 위대한 질문이 위대한 답을 찾는다 - ‘반대신문과 반대신문 토론 연습’

이 시간은 이후 모둠별 토론 대회 수업에서 쓰게 될 토론 유형이므로 반대신문 토론을 미리 연습을 해 보는 것이 주된 활동이지만 겸해서 반대신문, 질문도 간단히 연습한다. 만약 시간이 없어서 원탁 토론 연습을 못하게 되면 여기서 논제 분석 연습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문제이긴 하겠지만.

세다 토론이라고도 불리는 반대신문 토론의 역사와 특징은 앞에서 말했다. 질문의 유형은 사실적 질문, 추론적 질문, 비판적 질문, 창의적 질문, 성찰적 질문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반대신문에서는 사실적, 추론적 질문을 하도록 하고 비판적 질문, 즉 의견을 묻는 반론성 질문이 되지 않도록 강조해서 일러둔다. 그래도 그 두 가지를 헷갈려 하는 경우도 많으며 거의 반론성 질문을 한다.

토론의 입장은 앉아있는 자리를 기준으로 2:2로 마주 보게 해서 왼쪽은 찬성, 오른쪽은 반대로 일률적으로 정한다. 개인의 의견대로 입장을 나누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같은 역할을 맡은 사람이 같은 자리에 앉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왼쪽 앞자리는 긍정 첫째 토론자, 왼쪽 뒷자리는 긍정 둘째 토론자로 정한다. 그래야 연습에 들어갔을 때 맡은 발언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발언 순서를 알려 준 뒤 토론 준비할 시간을 5분 정도 준다. 토론 준비란 곧 논제 분석을 말하는데 아래의 틀에 맞춰 생각을 해보면 쉽게 할 수 있다. 논제는 ‘우리학교에서 내년에 남녀합반을 해야 한다’로 했다. 토론 연습은 순서에 따라 교사가 전체적으로 진행한다.

8. 반론은 입론의 오류를 찾는 것이다 - ‘오류 찾기 퀴즈 대회’

반론은 곧 ‘입론의 오류 찾기’이므로 반론을 제대로 하려면 오류에 대한 공부를 반드시 해야 한다. 오류는 토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겪게 되는 상황이므로 흥미와 관심이 높은 수업이다. 활동지 중심으로 퀴즈 대회 형식으로 진행한다.

‘오류 찾기’ 활동지 예시 ‘오류 찾기’ 활동지 예시

9. 한 학기 토론 수업, 이렇게 했어요!

지금까지의 내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한 학기동안 진행한 실제 수업이다.

차시 날짜 수업 주제 활동 내용 비고
1 8/14~19 토론소개 1. 오바마의 화법의 장점
2. 토론의 중요성
3. 토론 정신
2 8/21~25 두마음토론 1. 토론 공부의 목표
2. 토론의 친밀감 높이기
3 8/28~9/1 프렙 기법 1. 논증의 개념과 구조
2. 입론과 반론의 방법
4 9/4~8 원탁 토론 1. 논제 분석 방법
2. 원탁 토론 연습
수-모의고사
5 9/11~15 세다 연습 반대신문(교차조사, CEDA) 토론 연습
6 9/18~22 오류 찾기 비형식적 오류의 이론과 연습 화-영어듣기
7 9/25~29 예비 시간 수~금-중간
8 10/2~6 연휴
9 10/9~13 월-한글날
10 10/16~20 모둠 짜기와 논제 정하기 1. 모둠 편성 및 역할 확인
2. 논제 결정
11 10/23~27 1조 토론 모둠별 반대신문 토론 대회 수업
12 10/30~11/3 2조 토론
13 11/6~10 3조 토론
14 11/13~17 4조 토론 수,목-수능
15 11/20~24 5조 토론
16 11/27~12/1 6조 토론
17 12/4~8 왕중왕전
18 12/11~15 예비 시간
(설문조사)
19 12/18~22 월~목-기말고사
20 12/25~29 설문조사 금-방학

10. 교내 토론 대회를 겸하는 토론 수업

이번 학기 토론 수업의 다른 점은 토론 수업을 교내 토론 대회와 이어지게 했다는 점이다. 이는 교육청의 권고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교육적으로나 업무적으로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모든 학생이 실질적으로 토론 대회에 참여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점 같다. 일반적인 교내 토론 대회도 모든 학생에게 참여 기회가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선뜻 엄두를 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용기 있고 자신 있는 학생만 참가를 하게 되고 그 다음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버린다. 관심이 없는 학생은 그런 대회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토론 수업에서 각 모둠별 토론을 예선전으로 하고 각 반별 우승팀을 조로 편성하여 토너먼트로 본선전을 진행하면 모두가 저절로 토론 대회에 참여하는 셈이 된다. 모두가 직간접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학기 내내 토론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학교 내에 토론 문화를 형성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시지고 1학년 담임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토론 수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기 반이나 다른 반의 토론 실습 수업을 참관하는 경우도 많았다.

다음에는 토론 수업에 대한 긴장감과 집중도가 약간은 높아지는 것 같다. 모둠별 토론 대회 수업 때에도 그렇지만 특히 왕중왕전의 경우에는 바로 시상 등위가 결정되므로 은근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왕중왕전은 자료적 가치를 대비해서 모두 영상으로 촬영했는데 그것도 긴장감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업무가 경감될 것 같다. 지금까지는 인문사회부에서 교내 토론 대회를 기획, 기안, 진행, 시상하였으나 이번에는 1학년 국어팀에서 모두 맡아서 했기 때문에 해당 업무부서에서는 약간 일손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대신 1학년 국어팀에서 할 일이 약간 늘어났다고도 볼 수 있으나 수업 진행의 하나로 생각해서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진행할 수 있는 것이므로 오히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본선전은 각 반의 왕중왕전의 최고 토론자 1명씩 1학년 전체 12명을 4개조(1팀 3명)로 편성하여 토너멘트로 진행하여 최종 우승팀 결정한다. 다음은 구체적인 진행 로드맵이다.

Ⅲ. 토론 수업은 학생들을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게 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중, 고등학교에도 2015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교육과정은 거칠게 말하면 ‘무엇’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새로운 교육과정이란 가르치고 배우는 내용이 바뀐다는 뜻이다. 과거처럼 배워서는 급변하는 세상과 미래에 대비할 수 없으므로 공부해야 할 것이 자꾸 바뀌게 마련이고 거기에 따라 교육과정도 바뀌게 된다.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제시하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네 가지 인간형과 이런 사람을 기르기 위해 6가지 핵심 역량을 제시하였다.

여기에 제시된 ‘자주적인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 있는 사람’을 기르는 수업 방법으로 매우 적합한 것이 토론 수업이다. 토론 수업은 자기의 논리를 만들고 주장해야 하기 때문에 자주적인 사람이 될 수 있고, 역지사지의 여러 가지 관점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표용력을 가지고 더불어 사는 사람이 될 수 있고, 새로운 논리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고, 어떤 문제든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검증하고 비판하여 수용하면서 상대방의 논리도 경청하기 때문에 교양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6가지 핵심 역량에서도 심미적 감성 역량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가지를 직접적으로 기를 수 있다. 이는 CCR(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이라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국제 조직의 전문가들이 21세기의 학생들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틀을 제시한 내용과도 이어진다.

CCR 21세기 교육 프레임워크 CCR 21세기 교육 프레임워크

여기에서 스킬 항목을 보면 4C가 나온다. 즉,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적 사고(Creative thinking), 의사소통(Communication), 협업(Collaboration)이다. 이 네 가지 스킬을 익히는 데에도 토론이 매우 적합하다. 토론 과정에서 발휘하게 되는 능력이 모두 이 네가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교육은 거짓에서 참을 분간하고, 허위에서 진실을 구분하며, 허구에서 사실을 판별할 수 있도록 근거를 거르고 따져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라는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말은 그대로 토론의 과정에서 길러지는 능력과 일치한다.

토론이 좋다는 걸 듣고 토론을 가르친다고 하면 토론 자체에 대한 지식, 예를 들어 토론의 정의와 역사, 논리의 종류, 방법, 오류 등을 교과서로 만들어 외우게 하고 시험 쳐서 점수 매기려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토론 관련 인증제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나쁜 건 아니지만, 실제로 토론할 수 있는 정신과 역량이 없이 토론 이론만을 잘 안들 어디에 써먹겠는가? 그리고 토론 대회를 위해서 토론을 아주 잘하는 기법, 방법과 역량을 기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토론은 토론대회를 위해서 배우는 것도 아니다. 토론대회는 토론 문화를 일으키고 퍼트리기 위해 방편적으로 하는 행사이지 승패가 목적은 아니다.

토론은 도구이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알고리즘이라도 할 수도 있다.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고 모든 사안을 검증하고 결국은 지혜에 이르는 일련의 처리 과정이다. 이것이 정밀하고 심오할수록 더 나은, 더 지혜로운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마치 인공지능이 알고리즘을 더욱 정밀하게 만들어 인간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기 위해 토론 그 차제를 많이 경험할수록 좋다.

그러려면 모든 교과에서 토론식으로 수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토론의 기본 알고리즘을 모르면 토론을 수업에 적용하여 진행하기가 어렵다. 그런 기본 알고리즘은 국어과에서 마련하면 될 것 같다. 교육과정에도 토론이 국어 교과에 들어가 있다. 국어과에서 학생들에게 토론의 기본을 공부시키면 다른 교과에서는 교과 내용을 쟁점으로 바꿔서 매시간을 토론으로 수업할 수 있을 것이다. 토론하면서 해당 교과 내용은 물론 부수적인 참고 내용까지 학생들이 자진해서 적극적으로 공부하게 됨으로써 적극적, 주도적, 탐구학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토론이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세상을 독자적으로 열린 관점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세밀하게 따져보며 자신 삶의 주인이 되게 한다는 점이다. 토론을 안 배워도 자율성을 갖지 않아도 다들 잘 살아가고 있다. 남이 사는 대로, 매스컴에서 떠드는 대로, 학교에서 배운 대로 살아가는 삶은 진정한 자신의 삶이 아니다. 비록 같은 결론에 이를지라도, 누구나 옳다고 하는 것일지라도, 생각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질문을 던지며 다른 각도로도 따져보고 나서 스스로 책임을 지고 결정할 때만이 진정한 나의 삶인 것이다.

참고문헌
김대식,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동아시아, 2016.
배광호, 『중고교 선생님을 위한 토론 수업 34차시』, 뜨인돌, 2017.
버니 트릴링ㆍ찰스 파델ㆍ마야 비알릭, 이미소 옮김, 『4차원 교육 4차원 미래 역량』, 새로온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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