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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의 역량 평가 : 수집 가능한 증거를 최대한 확보하고 기록하기

주우연 혜화여자고등학교 교사
혜화여자고등학교 교사 주우연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가?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사람이다. 교사는 교실 안에서 수업과 평가를 통해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왜 배워야 하는지 안내하는 데 집중하고 그들을 이해하여야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2020년 현재 대한민국 교사는 ‘협력학습, 프로젝트 수업 등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을 통해 문제해결력, 의사 결정력 등 핵심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학습량을 적정화하고, 탐구 활동을 안내하여 하나의 정답을 찾기보다는 ‘다양한 답이 가능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참 어려운 일이다. 현재의 교사 대부분의 구성원은 지식을 암기하고 5지 선다형 문제에서 1개의 정답을 찾는 활동에 익숙한 세대인데 ‘다양한 답이 가능한 수업’을 시도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물론 다양한 답이 가능한 수업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등장했다. 현재 교사들은 질문이 있는 교실,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 등 다양한 표어 아래 여러 가지 수업 기법을 배우고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수행 평가와 학생 활동 중심 수업에 대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곤 한다. 이들은 입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봐,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적용되지 않을까 봐, 의사소통 역량이나 공동체 역량을 평가하겠다며 팀 활동을 할 때마다 나타나는 무임승차자로 인해 손해 볼까 봐 화를 내곤 한다. 현장에서 학생들은 수행평가 1점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 처음에는 교사로서 당황스럽고, 열의를 몰라주는 것이 섭섭하고, ‘열심히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 아닌데 왜 열심히 했다고 점수를 주라고 요구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 탓을 하면서 다시 문제 풀이에 집중하는 수업으로 돌아가기는 싫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주목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답을 찾아가는 수업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의 수업을 성찰했다. 혹시 다양한 수업 기법 적용에만 골몰해서 아이들이 피곤함을 느끼게 한 것은 아닌지, 다양한 답이 존재한다고 말하면서도 ‘하나의 정답’만을 요구한 것은 아닌지, ‘채점 기준이 불명확한 것은 아니었는지, 아이들이 원하는 바를 어떻게 충족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을 혼자서 하지 않고 주위의 동료와 멘토 선생님들과 나누었다. 다행히 내 주위에는 활동만 요란스럽게 하다가 아이들이 뭘 배우는지도 모르고 끝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활동하면서 왜 이러한 지식이 필요한지 이해하도록 만드는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그분들의 활동지와 수업을 관찰해보니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첫째, 이들은 학생에게 활동을 많이 시키는 것보다는 왜 배워야 하는지,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에 더 집중하고 이에 대해 아이들과 충분한 소통의 과정을 거친다. 둘째, 다양한 답이 가능한 수업을 만들기 위해 본인이 먼저 질문을 고민하고 다양한 답을 만들어 본다. 셋째, 현재 학생들의 능력을 추론하고 이들을 성장하도록 돕는 평가의 본질에 집중한다. 이들은 자신의 수업과 평가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한다.

배운 바를 어설프게나마 시도하기로 했다. 우선, 동료 교사와의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만든 수행평가 과제와 평가 기준을 안내할 때 학생들을 모아서 일종의 설명회를 개최했다. 수행평가 과제 운영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공정성 확보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안내하고 무엇보다도 왜 이 활동을 해야 하는지, 교사가 학생의 성장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안내하였다. 예를 들어 고1 통합사회 교과에서는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답을 찾아야 함을 강조하였다. 교과에서 다루는 주제인 ‘행복’을 배울 때, 학교 구성원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방안을 교과서에서 다룬 지식인 ‘통합적 관점’, ‘행복의 조건’을 활용하여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그림책을 제작하도록 하였다. ‘도시화, 산업화, 정보화로 인한 공간의 변화’를 배울 때 학교 공간의 변화 양상을 파악하고, 그로 인한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프로젝트는 ‘문제 해결 능력’,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고 여러 가지 답을 제시하는 능력’을 원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교사들이 만들어본 답을 안내하되, 여러 가지 답 중 하나일 뿐임을 강조했다. ‘인권’에 대해서 배울 때, ‘학교 화장실’이라는 공간에 주목하고 왜 이곳이 인권과 관련된 공간인지, 어떠한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존의 노력에는 무엇이 있으며 본인의 생각은 어떠한지 답을 찾도록 했다. 또 고1 통합 사회 교과에서는 ‘자본주의’, ‘정의와 사회 불평등’을 다룬다. 관련된 지식은 간단하지만, 평생을 고민하며 답을 찾기 어려운 주제들이다. 이에 학생들과 함께 영화 ‘레미제라블’ 영상의 일부를 함께 관람하고, 작가가 자신이 살아가던 시대의 ‘자본주의’, ‘사회 불평등’, ‘정의’를 어떻게 정의하고 표현하였는지 고민해보자고 안내하였다. 그리고 이 주제를 영화처럼 역할극으로 표현해보도록 하였다. 활동할 때마다 왜 하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안내하는 절차를 강조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교사 자신도 본인의 수업을 계속 성찰하게 되고 학생들도 방향을 잡기 쉽다.

  • 교과서의 지식을 변형해본 후, 활동에 참여한다. 교과서의 지식을 변형해본 후, 활동에 참여한다.
  • 온라인상의 자료를 분석하는 글쓰기도 안내하였다. 온라인상의 자료를 분석하는 글쓰기도 안내하였다.
역할극 대본 작성 시 자료 조사 및 분석, 토의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활동의 목적은 연기력 평가가 아닌, 사회 불평등 현상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득의 과정을 통해 왜 역할극 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역할극 대본 작성 시 자료 조사 및 분석, 토의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활동의 목적은 연기력 평가가 아닌, 사회 불평등 현상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득의 과정을 통해 왜 역할극 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수업만큼 중요한 것은 평가이다. 평가는 결국 학생들의 능력을 ‘추론’하는 과정이며, 이를 위해서는 수집 가능한 증거가 많이 필요하다. 지필 평가는 역량 중 지식을 잘 이해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며, 수행 평가는 역량 전반을 판단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수집 가능한 증거를 최대한 많이, 다양하게 확보할수록 교사는 학생에 대하여 더 잘 이해하게 된다. 특히 하나의 정답이 아닌,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음을 인정하면 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이에 채점 루브릭을 혼자서 만들지 않고, 활동지를 함께 제작한 교사들과 공동으로 만든 후 여러 차례 검토하였다. 활동 전에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실제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변경된 기준이 있다. 학생들은 팀 내 동료 평가 시, 상대 평가 방식을 적용하면 어떤 점을 잘했는지 칭찬하기보다는 비판하는 데 집중하게 되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팀 내 동료 평가 기준을 세분화하고 비판보다는 어떤 점을 잘했는지 집중하도록 바꾸고 절대 평가 방식을 적용하였더니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절대 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면, 학생들이 서로에게 무조건 만점을 주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기우였다. 학생들은 교사가 미처 관찰하지 못한 장점과 개선점을 서로에게 발견했으며 평균적으로 공정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 팀 간 동료 평가 시, 채점 기준을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상세하게 제시하였다. 평가 이유까지 구체적으로 작성하도록 하였다. 팀 간 동료 평가 시, 채점 기준을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상세하게 제시하였다. 평가 이유까지 구체적으로 작성하도록 하였다.
  • 팀 내 동료 평가 시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여 채점하도록 안내하였다. 이는 학생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팀 내 동료 평가 시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여 채점하도록 안내하였다. 이는 학생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1장의 종이 안에 학생 개인 과제, 팀 전체 과제를 요약하여 정리하였다. 학생들은 이전에 다른 활동지를 통해 학교 공간을 탐방하고,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공간상의 변화를 정리한 후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각자 2가지씩 제시한다. 개별 아이디어에 대하여 팀원들이 피드백을 한 후, 팀 전체가 토의하여 베스트 아이디어를 선정한다. 베스트 아이디어에 대하여 교사가 피드백한 후 이를 반영하고 다시 다른 팀의 피드백을 받아서 1주일간 실제 아이디어를 실천한다. 팀 내 피드백, 교사 피드백, 팀 간 피드백이 3차례에 걸쳐 이루어진다. 1장의 종이 안에 학생 개인 과제, 팀 전체 과제를 요약하여 정리하였다. 학생들은 이전에 다른 활동지를 통해 학교 공간을 탐방하고,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공간상의 변화를 정리한 후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각자 2가지씩 제시한다. 개별 아이디어에 대하여 팀원들이 피드백을 한 후, 팀 전체가 토의하여 베스트 아이디어를 선정한다. 베스트 아이디어에 대하여 교사가 피드백한 후 이를 반영하고 다시 다른 팀의 피드백을 받아서 1주일간 실제 아이디어를 실천한다. 팀 내 피드백, 교사 피드백, 팀 간 피드백이 3차례에 걸쳐 이루어진다.

수행평가에서 동료와의 협력은 매우 민감한 주제이다. 학생들의 불만 사항이 가장 많고, ‘상호 간의 협력’을 도모하기 보다는 ‘상호 간의 원수 사이 형성’에 더 기여하기 때문이다. 팀 활동 시 동료 평가는 필요하다. 교사가 모든 것을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수집 가능한 증거를 더 많이 확보해야 팀 활동에서의 협력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팀 간 평가와 팀 내 평가 활동을 포함하고 채점 기준을 상세화하는 것만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고민하다가 평가의 본질이 ‘성장을 돕는 것’임을 떠올리고 피드백에 주목하였다. 학생이 개인과 팀 전체의 과제 완성도를 높이고 부족한 점을 사전에 수정할 기회를 준다면, 그리고 교사뿐 아니라 동료의 도움을 통해서 이를 달성한다면 ‘성장’이라는 목표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실제로 예전에 동료의 피드백을 통해서 과제를 개선하는 방식의 활동을 할 때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이에, 피드백 과정을 추가하였다. 동료 피드백 시 가장 강조한 점은 학생들이 ‘비판’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구의 활동에서 잘한 점, 부족한 점, 그리고 더 나아가서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할 때 가장 좋은 피드백이라고 안내하였다. 피드백 활동을 포함하자 학생들은 동료와 협력할수록 본인의 과제가 질이 좋아진다는 점을 파악하고 만족하였다. 교사에게 가장 유용했던 점은 학생들의 피드백 활동을 통해서도 비판적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실천 과정과 느낀 점 정리하는 활동>

  • 사례1. 인사 스티커 만들기 사례1. 인사 스티커 만들기
  • 사례2. 안심 벨 설치를 위한 학교 옆 경찰서 방문 사례2. 안심 벨 설치를 위한 학교 옆 경찰서 방문

정말로 학생의 역량을 학교 현장에서 평가할 수 있을까? 교사로서 지금까지 도전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답하자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특히 위의 사례처럼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과정을 포함하자 아이들은 팀 간 동료 평가와 팀 내 동료 평가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생각’이 아닌, 구체적인 고민을 통해서 얻을 수 있고, 함께 다듬어가야 현실에 적용될 수 있음을 배웠다. 학교 내 공유 공간 및 질문 앱 개발, 1인 식사 공간 마련,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아닌 모든 화장실을 장애인이 쓸 수 있도록 설치 등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다.

최근 생활기록부가 개편되면서, 교과 세부 능력 특기 사항 기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답이 나오는 수업을 하면, ‘수업에 성실하게 참여하였음’ 또는 ‘선생님에게 질문을 많이 함’이라는 내용 이상의 것들을 정리하게 된다.

1학기 동안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학생 개인별로 기록한 엑셀 파일이다. 이를 간추려서 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 1학기 동안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학생 개인별로 기록한 엑셀 파일이다. 이를 간추려서 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

학교에서 강의식 수업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짧은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다수의 인원에게 가장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업은 학생의 역량을 키우기에 부족한 점이 있고, 공부를 잘하거나 성격이 활발한 학생만 주목을 받는 문제점이 있기에, 현재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다양한 수업과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다양한 답이 있는 수업, 활동 중심 수업을 하면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성향과 관심사, 현재의 능력과 잠재력을 추론할 수 있는 더 많은 증거를 수집하게 된다. 교사가 학생을 평가하는 증거가 많을수록, 그리고 다양할수록 학생의 역량을 키우는 수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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