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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이슈이슈!

함께 자라는 수업 이야기

지혜민 주성고등학교 교사
주성고등학교 교사 지혜민

1. 수업에 대한 고민

매일 밤늦게까지 남아 수업자료를 제작하는 내 모습을 보신 한 선생님께서 ‘수능에 들어가지도 않는 과목인데 왜 그렇게 수업준비를 열심히 해? 대충하고 얼른 집에 가~’ 라는 말을 건네셨다. 물론, 매일 아등바등 수업준비를 하는 내 모습이 안쓰러워 그러셨으리라 짐작되지만, 그때는 그 말이 마음에 비수로 날아와 꽂혔던 기억이 난다. 재미있는 수업으로 아이들에게 인식되려 노력했고, 암기에 능통한 학생만 좋은 점수를 받는 과목이 아닌 다방면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이 되기를 바랐으며, 실천 중심 교과답게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수업이 되기 위해 기울였던 나의 노력이 비수능 교과라는 이유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에 속이 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16, 17학년도 나의 수업에는 신규교사의 강한 포부와 열정만 있었을 뿐, 학생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 어쩌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10여 년 전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의 수업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부끄러운 수업이었을 수도 있다. 16, 17학년도에는 지필 평가를 2회 실시하였기에 진도의 압박으로 인하여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식 수업이 주가 되었고, 나름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자료들을 다양하게 제시한다곤 했지만 고작 동영상 자료와 스토리텔링이 전부였다. 또한 학창시절의 따분한 수업에 대한 반작용 때문인지 ‘수업은 반드시 재미있어야 한다!’라는 압박에 사로잡혀 50분 동안 나 혼자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일들이 가끔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실천 중심 교과라는 과목의 특성이 무색하리만큼 학생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실천해보게끔 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했고, 시험문제를 출제하기 위한 내용들을 가르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으며, 결국에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만 좋은 등급을 받아가는 수업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스스로 수업에 대한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고, 좋은 수업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시도를 경험해보아야겠다고 다짐하였다.

2. 배우고, 성장하기

나는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스스로 항상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배움에 대한 의지가 더 강한지도 모르겠다. 특히, 소비자학을 전공해 가정교사가 되었고, 과목 특성상 기술 수업도 해야 했으며, 심리학 수업까지 운영하게 되면서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교과 관련 연수뿐만 아니라 메이커 교육, 대학입시, 평가, 온라인 강의 등 다양한 분야의 연수를 수강하였다. 연수 수강이 당장 눈에 띄는 성장을 가져오지는 않지만, 분명 나의 전문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업 및 평가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자문을 구하고자 이런 나의 배움에의 즐거움을 활용하였다. 우선, 교수·학습 방법 관련 다양한 연수에의 참여와 기술·가정 연구회 활동 등에서 다양한 수업사례를 접해보며 견문을 넓혔다. 그리고 좋은 기회로 동교과 수석선생님과 같은 학교에 근무하게 되면서 교과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석선생님과 함께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참여하면서 학생들의 특성을 잘 아는 동교 선생님들과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겪는 문제들을 함께 진단하는 동시에 해결책을 모색하고, 이를 협력적으로 실천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수업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3. 변화하는 수업

1) 함께 성장하는 수업
모든 연수에서 빠짐없이 언급될 만큼 하나의 교육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교육과정-수업 – 평가 - 기록의 일체화를 통하여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교실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교재와 수업방식, 과제 수행내용 등으로 학생의 교과 학습 관련 우수성을 판단하게 되면서 수업, 평가, 기록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지필 평가를 기존 2회에서 1회로 축소하였고, 수행평가의 비중을 30%에서 60%로 확대하여 학생 참여 중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수행평가의 비중을 높이니 진도의 압박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게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구상해 수업을 운영하였다.

모든 수업을 학생 중심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매 차시 시작이나 마무리를 학생 참여 중심 수업으로 운영하려 노력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진도 나가기에 급급하여 강의식 수업으로 정리해야 했던 내용을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다양한 활동 및 체험과 함께 가르침으로써 학생들의 이해와 흥미를 높였다는 점이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면, 첫 번째로 ‘건강한 임신과 출산’ 단원에서 임신부 체험 키트를 활용하여 전교생이 임신부 체험을 해보도록 함으로써 임신부가 느끼는 신체적 고통에 공감하고 자연스럽게 임신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하였다. 두 번째로 ‘가족 문화와 세대 간 관계’ 단원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주제로 한 영상을 보여주고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후, 부모님께 받은 답장과 느낀 점을 기록해보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때 일어난 에피소드가 있다. 굳이 표정을 보지 않아도 떨고 있음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학생의 안위를 묻는 학부모님의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평소에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지 않던 아이가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엄마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상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더니 휴대전화가 꺼져 있다며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으니 확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다행스럽게도 그 전화를 내가 받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렸더니 전화기 너머로 긴장이 풀리신 학부모님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수업을 진행했던 일주일 내내 학교로 비슷한 전화가 몇 통이나 걸려왔고, 학생들에게 이야기 해주었더니 활동 후 느낀 점에 평상시 쑥스러워 표현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자주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이 많이 적혀 있었다. 이론적으로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설명하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학생들이 부모님의 마음을 직접 느껴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수업이었음을 확신한다. 세 번째로 ‘미래의 기술과 직업 세계의 변화’ 단원에서 ‘나의 미래를 만나다.’라는 주제의 수행과제를 제시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장래희망 직업(군)에 다가올 변화와 이에 대비하여 자신이 갖추어야 할 역량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가상 직업 체험 영상 제작하기, 직업 소개하기, 직업인 인터뷰하기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직업을 탐색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또한 친구들의 결과물을 공유하며 다양한 직업 세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외에도 ‘earth hour 홍보 및 실천하기’, ‘공정여행 구상하기’, ‘적정 기술 개발하기’, ‘지속 가능한 주생활 문화 탐구 및 구상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이 단순히 좋은 점수를 받고자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흥미를 느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 협력이 살아있는 수업
주안점을 두었던 또 다른 하나는 ‘협력이 살아있는 수업’을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팀워크와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는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다양한 모둠별 과제를 부여하고, 실제 이를 수행평가 점수에 반영하였다. 처음에는 같은 모둠에 속해있는 학생들 전부가 동일한 점수를 받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루어졌고, 학생들이 직접 평가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배제하고 온전히 나의 평가로만 점수를 부여하였다. 하지만 내가 제시한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생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고, 무임승차 문제에 대해 속상한 마음을 구구절절 담은 편지를 받기도 하면서 평가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후, 오랜 고민 끝에 수행점수를 개인별 점수와 모둠 점수로 구분하였다. 함께 수행한 결과물에 대해서 동일한 모둠 점수를 부여하고, 개개인의 기여도에 따라 개인별 점수를 차등 부여함으로써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 또한 평가의 중요성과 평가방법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함께 연습용 평가를 실시하여 학생들을 직접 평가의 주체로 내세워 학생들이 평가한 점수를 실제로 반영하였다. 뿐만 아니라 평가는 모둠 ‘간’ 평가(우리 모둠이 다른 모둠을 평가), 모둠 ‘내’ 평가(모둠원 간 상호평가), 자기 평가 세 가지를 모두 실시하도록 하여 평가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물론 평가의 과정이 이전에 비해 훨씬 복잡해져 덩달아 평가 시간도 길어졌지만, 학생들의 불만이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되었으며, 나 스스로도 평가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도가 높아졌음이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나의 성공이 우리의 성공, 우리의 성공이 나의 성공’임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4. 마무리

활동 중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의 중요성이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실제 교육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지금 내가 하는 활동들이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경험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가 많다.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록이 중요시 되면서 어느 때보다 과정 중심 평가가 강조되고 있지만, 교사들이 느끼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 수업을 하면서 ‘아, 이걸 평가 계획에 넣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고, 패기 있게 시작했던 수행과제로 막상 평가를 진행하려고 하면 객관적인 평가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아 학기 초 세웠던 평가기준안을 수정하는 일도 다반사이다. 그래도 과정 중심 평가를 하려고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수업이 조금 더 체계적이고 구체화되며 재미있어지는 느낌이 있다. 내가 과정 중심 평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 있지만, 해보면 해볼수록 조금씩 교육과정 재구성과 평가할 영역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운 뒤 수업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협동학습도 마찬가지이다. 협동과제를 구상하고, 활동을 수행하는 학생들을 바라볼 때마다 매번 이런 의문들이 들곤 한다. 모둠 수업을 하고 있는 학생들 중에서 협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교사가 시키지 않아도 협동하면서 함께 작업하는 즐거움을 아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더 유익하고 좋다는 사실을 알고 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하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같이의 가치’를 믿는 사람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협동학습을 진행할 것이다. 다만, 협동학습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나의 고민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 역시도 학생들처럼 열심히 실패하며 배우고, 자라고 있는 중인 것 같다. 하나의 주제로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준비를 해도 막상 수업에 들어가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을 때도 있고, 수업의 결과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다양한 연수에 참여하고, 다른 선생님들께 끊임없이 자문을 구하는 나를 보며 가끔은 스스로 화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라 있는 화분에 물을 주면 당장은 물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에는 예쁜 꽃을 피우듯이 비록 당장 성장하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 하다보면 언젠가 꽤나 좋은 선생님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교실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선생님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어 글을 쓰고는 있지만, 여전히 수업도 평가도 서투르기 짝이 없어 쑥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나의 수업 및 평가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모범적인 사례가 아니라 여전히 메워야 할 빈틈이 많은 실패한 사례들이다. 그렇기에 구멍 뚫린 나의 사례에 선생님들의 더 좋은 아이디어 덧붙이는 과정이 수반된다면, 아이들에게 보다 유의미한 학습경험이 제공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다양한 학습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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