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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서서, 서로를 돌보는 수업
안녕하세요. 저는 충북과학고 물리교사입니다. 먼저 소속 학교와 담당 과목을 밝히는 상투적 방식으로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수업은 수업이 이루어지는 환경(맥락)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맥락을 거세하고 수업은 모름지기 어떠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수업을 내 자신의 이해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만드는 행위입니다. 저는 오직 제가 속한 수업 맥락 속에서 제가 행한 수업 실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서로 다른 맥락을 가진 개인적인 수업 실천을 드러내는 것은 대단하지 않지만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개개의 실천을 섣불리 일반화할 수는 없어도 서로에게 참조점은 될 수 있고 누군가 멋지게 표현한 것처럼 ‘사적 고백은 공적 증언’이 되니까요. 그래서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에 대해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사례가 늘어나 서로가 서로의 참조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저 또한 평범한 수업 실천이지만 그러한 사례를 보태고자 합니다.>
‘수업을 잘하고 싶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욕구는 교사라면 누구나 가지는 욕구지요. 저 또한 그렇습니다. 그래서 교사가 된 이후로 협동학습, 거꾸로 수업, 하브루타, 배움의 공동체, 펀러닝 등 수업 방식과 관련된 다양한 책을 읽고 자료를 찾아 시도해 보기도 했습니다. 어떤 때는 수업이 매우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우쭐해하다가 어떤 때는 완전히 실패한 ‘느낌’에 좌절했습니다.(제 글 이전에 글을 쓴 다른 선생님의 글을 보아도 그러한 경험은 교사의 공통된 경험 가운데 하나 같습니다.) 언제 수업이 성공하고 언제 실패하는지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해 불안했습니다. 수업의 성공이 전적으로 아이들의 협조에 달린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수업 방식의 바탕이 되는 신념과 철학을 이해하기보다 수업에 일반적으로 ‘먹히는’ 일반적인 매뉴얼을 찾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일관된 흐름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러한 중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만났습니다. 읽다보면 다른 책보다 유난히 자신에게 맞고 스스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책이 있습니다. 제게는 <뇌과학과 학습혁명>과 <동료교수법>이 그러합니다.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저는 비로소 수업 매뉴얼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수업 자체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뇌과학과 학습혁명>으로 번역된 책의 원제목은 <Learner Centered Teaching>입니다. 이 책은 학습자 중심으로 가르쳐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할만한 연구결과를 이용해 정당화하고 학습자 중심의 교수가 필요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제시합니다. <동료교수법>은 가르침/배움과 관련된 책임에도 특이하게도 교육학 관련 교수가 아니라 물리학 전공 교수가 쓴 책입니다. 그래서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 또한 강의보다 왜 동료교수(Peer Instruction)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동료교수를 통한 수업을 실시했을 때 교사들이 느끼는 불안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이 책들을 통해 수업에 대해 항상 견지해야할 바를 정리했습니다. 정리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학생들은 저마다 배움의 속도가 다르다.
• 제시된 문제를 푼다고 해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 풀이 전략과 이해는 다를 수 있다.)
• 학생들마다 잘하는 영역이 다르다.(교과단원)
• 가르침과 배움은 각기 반대되는 것이 아니다. 가르침/배움은 나선형처럼 서로 얽혀있다.
• 학생들마다 자신이 아는 것을 풀어내는 속도가 다르다.
• 학생들마다 잘하는 분야가 다르다.(이론 문제 풀이, 실험 설계, 분석, 정리 및 발표)
• 수업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성장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 교사와 학생 모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수업성찰)
제 수업은 이 내용들을 수업에서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를 고민하며 조금씩 변해가고 있습니다. 수업이 이루어지는 맥락에 달라지면 수업 또한 바뀌겠지만 기본적인 생각과 큰 틀은 유지되지 않을까 합니다.
1. 학습 속도
요즘 많은 선생님들께서 선호하는 수업방식 중에 거꾸로 수업이 있습니다. 거꾸로 수업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디딤 영상’이라고 불리는 사전수업동영상이 마치 거꾸로 수업의 본질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입니다. ‘디딤 영상’은 수업시간을 학생들에게 온전히 내어주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입니다. 수업시간에 교사 ⇒ 학생으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기본개념 설명은 빠져도 되며 수업 시간은 상호작용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핵심입니다.
저 또한 그러한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사전에 수업 동영상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동영상을 제공하는 이유가 비단 개념 설명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학생들은 저마다 배움의 속도가 다릅니다. 교사 한 명이 학생 한 명을 가르치면 일대일 수업인 것 같지만 사실 학생이 학습하는 속도가 교사가 가르치는 속도가 다르면 일대일 수업이 아닙니다. 사전 동영상은 학습 속도를 학생의 통제 아래 둘 수 있게 해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교사의 강의 속도와 학생의 학습 속도가 항상 일치할 수 없기 때문에 저는 강의(내용의 일방적 제시) 중심의 교실수업이 웬만해서는 성공하기 어려운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강의는 기본적으로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속도 차이로 인한 학습의 누적 결손을 만회할 적절한 방법을 제공하기가 어렵습니다. 기본적인 개념 학습은 자신의 속도에 맞게 습득하고, 교실 수업에서는 실제로 학습한 것을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습하는 것과 배우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같지 않으니까요.
■ 저처럼 능변이 아닌 분에게는 동영상 제작 도구로서 Explain Everything이라는 앱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금전적 여유가 된다면 아이패드(Pro) 또한 추천합니다. Explain Everything은 거꾸로 수업을 하는 교사라면 누구나 아는 앱입니다. 이 앱의 장점은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하거나 컴퓨터 화면을 녹화하는 오캠같은 경우에는 수업 동영상을 찍을 때 말이 꼬이거나 수업 내용 전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동영상을 찍어야 하지만 이 앱은 되돌리기 기능이 있어 원하는 만큼 앞으로 돌아가 동영상을 덮어 쓰기 하여 연속적으로 수업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수업 동영상의 (예) https://youtu.be/0zF82D7VTsY
2. 핵심 아이디어(Key Ideas)
Eric Mazur 교수는 <동료교수법>에서 개념적 문제들과 전형적인 문제들에 대한 학생들의 점수 사이에 얼마나 일관성이 없는가를 보여줍니다. 또 학생들은 기본이 되는 물리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도 문제 풀이 알고리즘을 암기하여 전형적 문제들을 해결할 가능성이 높고, 이 때문에 교사들은 학생들의 배움이 잘 일어나고 있다고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저는 교사가 핵심 아이디어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해야 하며, 이를 학생과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다루는 많은 문제나 상황들은 단순히 어렵거나 복잡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핵심 아이디어의 변주인가를 고민합니다. 그래서 수업에 쓰는 교재를 직접 구성하며 교재를 구성하기 전에 핵심 아이디어를 추출하고 연계하는 작업을 먼저 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이를 의식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핵심 아이디어를 반복해서 강조하고, 학생들에게 적합하게 제시순서나 위계수준을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3. 동료교수(Peer Instruction, PI)
제 수업의 기본 틀은 동료교수입니다. 먼저 수업 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은 경우가 가능합니다.
교사 ⇔ 학생 개인
교사 ⇔ 모둠
학생 ⇔ 학생
모둠 ⇔ 모둠
교사와 학생 또는 교사와 모둠 사이의 상호작용의 수는 가능한 상호작용 가운데 극히 일부입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주가 된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묻고자 하는 것을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학생들이 던지는 많은 질문은 학생들 사이에서 해결이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알려주는 것보다 오히려 더 잘 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설명하는데 알아듣지? 의아한 경우가 많습니다. 단 한 문장만 말해도 듣는 학생이 ‘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사실 그렇게 알려줄 자신이 없습니다.
또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과 설명하는 것은 다릅니다. 설명하기 위해서는 타인이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고 타인의 질문에 대해 방어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학생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개념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거의 가지지 못할 것입니다. 학생들이 서로 논의하는 내용을 옆에서 지켜볼 때, 논의 과정에서 스스로의 자신의 오개념을 인식하고 바로잡는 경우 봅니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는 것은 유쾌한 경험이 아닌데 학생들은 즐거워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학생들끼리의 상호작용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저 또한 학생들의 질문에 직면했을 때, 비로소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문제들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와 설명 체계를 정교화 하는 경험을 합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즐거운 것은 내가 경험의 주체이고 성장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료 교수하는 모습
■ 동료 교수에서 가장 조심해야할 것은 동료 교수가 학생 중심 수업이지, 학생 주도 수업은 아님을 항상 견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료 교수를 빙자해 학생들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 유기에 가깝습니다. 동료 교수를 통한 수업에서 교사는 항상 바쁘게 움직이고 생각해야 하며, 그러한 움직임을 통해 수업의 방향을 매순간 재조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학생이 아니라 교사가 해야 합니다. 좋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계속 생각해야 합니다. 이는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과도 같습니다.
4. 평가
평가는 학생들의 성취를 측정하는 도구인 동시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강조하는 도구입니다. 만약 학생들에게 협업을 강조하면서 개인의 성취만을 평가한다면 협업은 중요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와 탐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빠른 문제 풀이만을 평가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문제 풀이임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학교 정기고사는 시험 시간이 정해져 있고, 선택형 문제의 비율이 높습니다. 그리고 시간 제약 때문에 서술형 문제에 낼 수 있는 문제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기고사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거나 유독 약한 면모를 보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사고의 깊이나 개념에 대한 이해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이 아는 것을 풀어내는 속도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보였습니다. 뭔가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정기고사의 방식만으로 평가하면 문제를 빨리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수행평가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정기고사는 기존의 스타일을 유지하되, 수행평가의 한가지로 단원 형성 평가를 포함시켰습니다. 단원 형성 평가는 문제의 수를 정기고사의 절반으로 줄이고 시간은 20분을 늘린 80분을 제공하였으며, 학생들이 문제 상황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100% 서술형으로만 출제했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다룬 내용 중 숫자만 바꿔 거의 그대로 출제하는 문제도 포함시켰고, 단원평가에 나온 문제의 일부를 정기고사에 출제하였습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성취도가 많이 낮은 학생들도 포기하지 않도록 하였고, 응용까지는 안 되더라도 핵심적인 개념은 나선형으로 여러 번 반복함으로써 습득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단원평가 결과 정기고사에서 약한 면모를 보인 학생들 가운데 높은 성취를 보이는 학생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정기고사와 단원 형성 평가의 성적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생들’로 간주되기보다 ‘학생’들로 간주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고려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기고사와 단원형성평가 외에 개인주제탐구와 팀별주제탐구를 수행평가에 반영했습니다. 개인주제탐구와 팀별주제탐구는 비교적 긴 호흡을 가지는 과제로서 계획했습니다. 개인주제탐구는 평소 관심 주제가 있는 학생들의 경우는 그러한 주제를 탐구할 판을 마련해 주고자 했고, 평소 관심 주제가 없는 학생들은 주위를 물리적인 관점으로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팀별주제탐구는 각기 잘하는 분야가 다른 학생들이 실험 설계, 수행, 분석, 발표까지 서로 협력하는 과정을 통해 협업의 긍정적인 측면을 경험하고, 실제 탐구의 전 과정을 수행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팀별 주제탐구 발표 장면
개인 및 팀별 주제탐구는 만점을 설정하고 등수를 매겨 감점하는 방식이 아니라 절대평가의 방식으로 우수한 개인이나 팀에게 보너스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최대한 즐거운 마음으로 탐구에 임하도록 했습니다.(평가가 너무 엄격해지면 팀별 과제의 경우, 갈등이 일어나 관계의 문제로 발전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평가의 두려움 없이 탐구하기를 바랐습니다. 보너스 점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수행평가 점수에 반영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보너스 점수를 반영하면, 보너스 점수를 받지 않더라도 수행평가를 만점 받으면 최종점수가 만점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수행평가만점이 40점인데, 어떤 학생이 수행평가에서 원점수 30점을 얻고 보너스 점수를 10점 얻었다면 이 학생의 수행평가점수는 32점이 됩니다.
5. 수업 성찰
사실, 수업에서 제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바로 수업 성찰입니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는 학생들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하지만 교사는 단순히 수업 시간에 그것들을 알 수가 없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도 이유지만 더 큰 이유는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지 않았기에 스스로도 그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업이 끝나고 나면 교사와 학생은 모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배운다는 것은 ‘해답’, ‘푸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기도 하지만 ‘묻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렇다면 묻는 법은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요?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고 던지는 질문은 질문자 스스로도 답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적을 뿐 아니라 답변하자도 갑작스러운 질문에 자신이 이미 다루어본 경우가 아니라면 피상적으로밖에 답할 수 없습니다. 학생은 시간을 들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질문을 구성할 필요가 있고, 교사 또한 학생의 질문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즉, 학생과 교사 모두 수업 성찰이 필요합니다. 수업성찰이란 수업과 관련하여 스스로에게 질문할 기회와 그것을 표현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수업 성찰에 대해 고민 후 내린 단순한 결론은 수업 성찰은 지속적이어야 하고 그 기록은 학생 개개인에 대한 성장의 이력으로서 누적되어야 하며, 한 학생의 수업성찰은 공적인 수업 자원으로서 다른 학생들과 공유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는데 기존의 방식대로 용도별 게시판만 만들어서는 학생 개개인의 이력이 드러나지 않고 교사인 저도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용도별 게시판 이외에 사진과 같이 학생 개개인의 이름으로 된 게시판을 만들었습니다.
카페 이름 게시판
학생들은 자신의 이름 게시판에 수업 성찰을 기록하고, 교사인 저와 동료학생들은 거기에 피드백을 합니다. (이름 게시판에는 그 밖에 과제, 자신이 정리한 노트 등 자신이 기록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올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수업 성찰은 단순히 수업 내용을 요약하지 말고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듯이 정리하기를 요구했고, 또 되도록 질문 위주로 적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저는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이 기록한 수업 성찰을 읽어보고 학생들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오개념을 가지고 있는 부분들을 파악합니다. 수업성찰을 읽어보면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워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수업시간에 공론화시켜서 공적으로 다룹니다. 일부학생(모둠)에서만 나온 질문이라면 개별적으로 피드백합니다. 이 때, 질문을 올린 학생(모둠)이 아닌 다른 학생(모둠)에 받은 질문을 던져보고 제대로 된 답변을 한다면 질문한 학생(모둠)에게 알려주라고 합니다. 그리고 질문을 올린 학생(모둠)에게 가서 다시 질문을 하여 제대로 이해했는지 설명해보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학생이 질문을 했더라도 그 질문이 통찰이 있다면, 그 질문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던져 생각해보도록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인 저는 학생들의 질문을 숙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기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고, 추가적인 자료들을 제작하고 관련된 다른 질문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좀 더 정교한 수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학생 수업 성찰 노트
학생 이름으로 게시판을 만들어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도록 하면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학습적인 면에서의 성장을 파악하기 쉽고, 이에 따라 학기말 학생들의 교과세부특기사항을 실제 학생 개개인의 모습에 맞게 적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6. 학생들의 느낌
저의 수업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될까 고민되는 지점이 있었는데, 교원평가의 서술형 답변을 통해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학생들이 많이 느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 내용을 미리 습득하고, 잘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수업시간에 잘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서 내용을 이해하고 점진적으로 어려운 내용들을 배움으로써 교과단원이 끝났을 때 해당 내용을 제대로 숙지했다는 만족감을 얻게 해주시는 수업을 제공해주십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어려웠거나, 다시 한 번 점검이 필요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빠르게 피드백을 카페에다가 해주셔서 학습에 매우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지식수준에 맞춰 적분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는 것들을 빼주셨다.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지식수준에 맞게 가르치시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다. 물리가 정말 어려웠는데 쉽게 가르쳐주셔서 물리 지식적으로 사람을 만들어 주신 선생님이다.”
“매 수업시간마다 많은 학생들의 질문을 소화하시면서 여러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일 경우 판서를 하면서 많은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모습이 너무 멋지십니다. 각자 물리성찰노트를 쓰는 것도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체크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아무리 단순하고 쉬운 개념이라도 그냥 넘어가는 일 없이 심도 있게 개념을 다루시고 완벽한 이해를 목적으로 수업을 진행하십니다. 학생들이 자주하는 착각이나 오개념을 바로 잡아주시고 다른 친구들과 여러 가지 의견들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항상 학생들 개인별로 필요한 조언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냥 강의만 하시는 것이 아닌 학생들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생각하시고 수업하시는 것 같아요. 거꾸로 수업방식을 적용하셔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짚고 넘어가기 좋은 것 같아요. 물리과목이 특히나 학생들의 편차가 커서 수업하기 어려우실 텐데 항상 좋은 수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7. 마무리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수업에 대해 길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글을 적기 위해 수업을 돌아보고 정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별할 것 없어도 교사들이 서로의 수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그런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