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이슈이슈!
교과서를 뛰어넘어 삶의 과학으로 다가서기
훌륭한 교사의 모습
20년 전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훌륭한 교사란 교과 내용을 완벽하게 설명하고, 모의고사 문제를 학생들이 틀리지 않게 풀어주는 교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열심히 문제를 풀어주던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매일 0교시 보충수업부터 방과 후 수업까지 학생들의 실력향상과 수능 점수를 높이는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오직 고등학교에서 열강을 하며 3년을 보내던 그 때, 우연히 신청한 과학과 직무연수를 받으면서 교사로서의 생활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연수에 강의를 하러 오신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고,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도 하고, 심지어 수업시간에 과학책을 함께 읽는다는 것이었습니다. 1년 동안 나 혼자 진도를 나가기도 힘든데, 어떻게 다양한 활동을 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연수를 듣고 보니, 나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수업시간에 문제풀이가 아닌,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학생 중심의 과학 학습을 더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대학원에서 교수내용지식(PCK)과 이해중심의 과학수업, 그리고 비형식 과학(Informal Science)교육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교실의 과학 수업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이해를 높이고,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과학 학습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교실 안과 밖을 연계한 지구과학 창의적 체험학습
지구과학에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암석과 천체의 운동 부분입니다. 이 단원은 학생뿐만 아니라, 지도하는 과학 선생님들도 힘들어 합니다. 특히 지구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과학 선생님들은 더욱 더 그렇습니다. 책으로 보는 암석과 별자리는 학생들에게 그저 지식으로 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암기의 대상일 뿐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중등지구과학교육연구회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직접 관찰 수 있는 학습 자료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2009년 경기도 지역을 답사하면서 ‘경기지역 지질 탐구학습 백과’ 장학자료를 개발하였습니다. 교과서에서 나오는 암석과 지질구조를 직접 관찰하고, 형성과정을 토의할 수 있는 학습장을 개발하여 학생체험학습을 진행하였습니다. 포천아트밸리, 한탄강국가지질공원, 시화호 공룡알화석지에서 직접 학생들과 암석과 광물을 관찰하고, 암석이 왜 여기에 있는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를 서로 생각해보면서 과거에 그 지역의 환경을 유추해보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천아트밸리에서는 화강암을 관찰하고 화강암을 구성하는 광물을 직접 찾아보는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땅속에서 만들어진 화강암이 어떻게 지표로 나오게 되었는지를 서로 토의하면서 지표와 지형의 변화에 대해 이해하게 됩니다. 한탄강에서는 현무암과 주상절리를 관찰하고, 또 변성암 속에 들어 있는 석류석과 같은 변성광물을 통해 이곳이 대륙 충돌이 있었던 곳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렇듯 ‘야외지질체험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암석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와 더불어 암석을 더욱 친근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밤 하늘의 별을 보고 싶은데 천문대까지 거리가 멀어 가기 힘든 학교가 많이 있습니다. 또 학교에 천체 망원경이 있는데 사용할 줄 모르는 선생님이 계신 곳이 있습니다. 이러한 학교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찾아가는 천체관측교실’을 운영하였습니다. 연구회의 선생님들이 직접 망원경을 가지고 학교에 방문하여 학생들에게 별과 우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오늘 밤에 보이는 별과 행성에 대해 설명하고, 운동장이나 학교 옥상에서 별자리와 행성, 성단을 관측합니다. 그리고 달이 떠있는 날이면 핸드폰에 달 사진을 찍어 학생들은 간직합니다. 책으로 보던 천체를 학생들이 직접 관측하고, 학생들이 망원경을 조작하여 천체를 직접 찾아보는 활동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별과 우주에 더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별과 관련된 책을 찾아보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단편적으로 배우던 광물과 암석, 별자리들을 직접 관찰하고 관측하면서 학생들의 흥미와 호기심이 더욱 높아졌고, 과학 이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였습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지구과학 창의적 체험학습’은 작년까지 7년 동안 1,000여 학교, 35,000명의 학생들이 참가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과학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학교 밖 체험학습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포천아트밸리 지질체험학습 & 학교로 찾아가는 천체관측교실
학생 중심의 과학탐구실험
2018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기초 소양 및 핵심역량을 학교교육을 통해 준비시키고, 학교를 떠난 이후에도 평생학습사회를 살아갈 수 있도록 기존 교과중심 교육과정을 역량중심 교육과정으로 바꾸었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세상을 보는 안목과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인 인문학적 소양교육과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개인 및 사회적 문제를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인 과학적 소양교육이 강조되었습니다. 그리고 과학교과에서는 ‘모든 이를 위한 과학교육(Science for All)’이라는 목표를 바탕으로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이 새로 도입되었습니다.
저는 2018년에 일주일에 1시간씩 12반에서 과학탐구실험을 지도하였습니다. 과학탐구실험에서 학생들의 탐구능력 및 과학과 핵심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생 중심의 과학탐구 활동을 계획하였습니다. 또한 학생들 간에 의사소통과 자신의 의견을 발표할 수 있도록 수업계획을 잡았습니다. 특히 과학의 본성, 과학적 태도,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을 통한 과학탐구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전 교육과정까지는 과학탐구활동이 교과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었다면, 과학탐구실험에서의 활동은 창의성과 상상력, 과학적 태도, 과학의 본성, 협력적 활동, 연구의 발표 등을 경험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습니다.
첫 번째 소개해드릴 활동은 ‘미스테리 박스’입니다. 학생들에게 과학지식은 어떤 특성이 있는지 물어보면, 많은 학생들이 뛰어난 과학자 한사람이 과학지식을 만들고, 과학지식은 절대적이고,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학생들은 과학적 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과학의 본성을 ‘미스테리 박스’ 활동을 통해 이해하게 됩니다. ‘미스테리 박스’는 모르는 물체가 들어있는 상자를 말합니다. 조별로 4개의 미스테리 박스가 주어집니다. 각 박스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조별로 상상력과 토의를 거쳐 구체적으로 어떤 물체가 들어 있는지 조별로 정하는 것입니다. 조별 활동이 끝나면 칠판에 박스별로 이름을 쓴 포스트잇을 붙입니다. 미스테리박스 속에 무엇이 있는지 조별로 이름을 발표하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와 증거를 제시하고, 증거에 대한 반박을 하면서 반 전체에서는 컨퍼런스가 열립니다. 서로 토의를 하다보면 어느 새 하나의 물체로 결론이 납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과학지식도 과학자들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른 증거가 나오면 또 바뀔 수 있다는 과학의 본성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명시적으로 과학의 본성이 무엇이다라고 강의식으로 이야기하면 학생들이 바로 잊어버리지만, 활동을 통해 과학의 본성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되면, 그것은 쉽게 잊지 않게 됩니다.
미스테리 박스 활동
지금까지의 과학 활동은 요리책처럼 주어진 과정과 교사의 안내에 따라 진행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과학탐구실험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과감히 탈피하여 학생들에게 직접 활동을 설계하고 결론을 스스로 내는 활동을 많이 진행했습니다. 그 중 학기 초 진행한 밀도 측정 실험은 학생들이 직접 실험을 설계하기 위한 협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수업이었습니다. 액체, 금속추, 암석, 탁구공을 주고 조별로 각각의 밀도를 측정하는 것이 활동 주제였습니다. 학생들이 중학교 때 배운 밀도를 구하는 식은 모두 알고 있는데 물체의 밀도를 구하는 과정을 교사의 안내 없이 진행하려고 하니 처음에는 막막해 했습니다. 조원들과 협의를 통해 액체와 금속추는 메스실린더에 넣고 부피를 측정하고 전자저울로 질량을 측정하여 쉽게 밀도를 측정했습니다. 그런데, 암석은 크기가 커서 메스실린더에 들어가지 않아 부피를 직접 잴 수 없었습니다. 그 때부터 암석의 부피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조원들의 협의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제공된 유리컵에 늘어난 부피를 측정하려고 하는데 눈금이 없어서 정확히 측정을 못하여 난관에 부딪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누군가 유리컵에 물을 가득 붓고, 암석을 넣은 다음 넘친 물의 부피를 메스실린더로 측정하여 밀도를 계산합니다. 이러한 방법을 알아낸 학생은 유레카를 외치며 자신이 발견한 방법에 대해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마치 과학자가 되어 새로운 이론이나 법칙을 발견한 것처럼 즐거워합니다. 이렇듯 과학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성취의 기쁨과 협력의 기쁨을 갖는 것이 과학지식을 많이 아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안내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서로 협력하여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외에도 1년 동안 마시멜로 첼린지, 분류활동을 통한 자료 변환 활동, 마트영수증을 이용한 산염기 찾기, 별자리 무드등 만들기, 지질연대표 그리고 발표하기 등등의 많은 학생 중심의 탐구활동을 진행하였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는 논술 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과학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협동심, 배려심, 활동에 대한 토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경험하였습니다.
학생 중심 탐구활동 & 마시멜로 챌린지 & 영수증을 활용한 산염기 찾기
판곡고등학교 과학프로그램
교과시간에 과학 선생님들은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하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과학 활동을 모두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들의 요구와 실력 향상을 위해 심화된 과학 탐구활동, 과학책읽기, 과제 연구, 체험프로그램 등을 학교 특색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교과시간에 진행하기 힘든 과학 심화 실험과 과학과 수학이 융합된 ‘판곡과학융합학교’를 한 학기에 20시간씩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요구에 맞추어 드론, 3D프린터, 아두이노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는 ‘첨단과학교실’을 분기별로 10시간씩 운영하였습니다. 드론 수업에서는 드론의 조종 방법뿐만 아니라, 영상촬영과 편집 방법을 익혔으며, 3D프린터 강의에서는 직접 모델링으로 작품을 제작하여 출력하는 과정을 학습하였습니다. 아두이노에서는 코팅을 배우고, 센서 작동을 통해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키웠습니다.
학생들의 과학적 소양 함양과 책 읽는 습관 형성을 위해 아침 8시20분부터 50분까지 아침과학독서 프로그램인 ‘과학책 읽고 앉아있네’를 진행하였습니다. 경기도는 9시에 학생들이 등교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학교에 등교하여 책을 읽는 활동에 신청 학생이 적을 것이라 예상했었습니다. 신청을 받고 보니 50명의 학생이 신청하였습니다. 학생들은 학교 도서관에 앉아 자신이 읽고 싶은 과학책을 30분 동안 읽습니다. 학생들이 읽을 최신의 과학책을 여러 권 구입하여 비치하여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저도 학생들이 책을 읽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과학책을 읽었습니다.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은 2권에서 많게는 5권까지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다 읽으면, 간단한 소감문을 작성하였고, 학기말에는 자신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책을 하나 선정하여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책의 생생함을 느끼기 위해서 11월에는 학생들이 읽은 책 중에서 4명의 저자를 초청하여 강연을 들었습니다. 책에 관한 내용, 과학을 하는 방법, 저자의 경험에 대한 강연을 통해 교과서에서 알려주지 않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아침에 학교에 오면 핸드폰을 보거나 엎드려 자던 학생들이 아침독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책 읽는 습관이 형성되었으며, 책 읽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또한 어렵게 생각되었던 과학이 더욱 친근하고 쉽게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과학책 읽고 앉아 있네 & 독서 활동 후 작성한 꿈카드 & 저자 특강
이외에도 지질체험학습, 천체관측교실, 자연사박물관 탐방 등의 체험학습을 통해서 다양한 과학의 분야를 경험하였습니다. 과학 과제 연구 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자신이 궁금해 하는 주제에 대해 1년 동안 꾸준히 연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정규 교과시간과 다양한 과학 활동의 참여로 학생들은 과학을 보는 눈이 넓어졌고, 더욱 심층적으로 과학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교과서를 뛰어넘어 삶의 과학으로 다가서기
많은 학생들이 과학을 어려워합니다. 문과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과학을 더 이상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공계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과학을 공부한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과학이 특별한 학생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 진학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융합시대에 과학은 우리 삶의 일부이자 교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과학은 단순한 지식의 집합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이라고 하였고, 김상욱 교수님은 <김상욱의 과학공부>에서 ‘과학은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님은 ‘과학은 의심에 대한 잠정적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에서 이야기 하였습니다. 과학지식으로서의 과학이 전부가 아니라, 우리의 삶에 있어 모든 태도와 생각하는 방법이 과학이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토의할 때도 증거를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권위자의 이야기나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런지에 대해 의심하고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다가오는 미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합니다. 더 이상 과학지식을 많이 암기하는 현재의 교육방식과 패러다임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습니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 과학적인 태도와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역량 중심의 교육으로 변해야 합니다. 삶의 역량이 채워지는 학생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오늘도 학교 수업 내에서 뿐만 아니라, 수업 밖에서도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