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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아하! 몰입! - 몰입이 있는 수업을 위한 도전의 발자취
2002년, 가만히 있어도 월드컵 결승의 함성이 서라운드 라이브로 들리던 그 때 생명공학연구원을 꿈꾸던 한 대학원생의 피펫질은 한창이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기술과 물질 개발에 순수한 열정을 다하던 시절. 잠꼬대마저 실험 용어일 정도로 극한의 몰입을 경험하던 터라 가족들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연구가 주는 기쁨에 빠져 미친 듯이 몰두한 결과 생물교육에서 유전공학으로 진로가 변경되는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두 달 만에 두 가지 굵직한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할 수 있었고, 몰입의 위대함을 체감하였다.
그러던 중 갑작스런 개인 사정으로 인해 사력을 다했던 연구활동을 그만두게 되었다. 상실감이 컸지만, 어머님이 늘 말씀하셨던 ‘교사가 최우선’이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때마침 모집 중이던 대전지역 고등학교 교사 선발 시험에 지원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어마 무시한 경쟁시험을 뚫고 생물교사로 선발되었다. 2003년, 그 해 나는 교직생활의 첫 시작이자 운명의 출발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1. 스토리텔링 수업의 시작
내게는 낯선 지역이었기에 학교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으나, 첫 수업을 마친 후 나는 부임한 학교 그리고 학생들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평준화 지역이지만 평준화 적용이 되지 않는, 즉 학력 수준이 높지 않거나 학교에 무관심한 학생들이 모이는 비적용 학교. 게다가 남고의 고3 교실! 나는 절대로 위축되지 않고! 신규 교사라고 얕잡아 보이지 않게! 나름 다채로운 이야깃거리와 흥미로운 수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수업이 거듭될수록 나의 수업은 그리고 나의 노력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수업 수준을 더 더 더 낮추어 드디어 학생들과의 접점을 발견했으나, 학생들의 낮은 학업 수준은 나를 망연자실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여느 일반고 학생들과 동일하게 그들의 목표는 높은 수능 점수였으므로, 나는 맛깔스런 이야기로 수업을 풀어나가면서도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학생들의 학습동기 부여를 위해 때론 형처럼, 삼촌처럼 인생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었지만 수업 시간은 언제나 부족했다. 그래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교과 내용 속에 녹여내는 도전을 시도했다. 먼저 이론을 설명하고, 두 번째로 이를 인생에 비유한 2차 설명을 시작했다. 효소반응 단원을 예로 들면, 성적이 좋지 않은 친구가 3등하는 친구만큼 똑같이 노력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습관 장벽(활성화에너지)이 있기 때문이고, 진짜 3등을 하고자 한다면 1등이라는 목표를 두고 장벽 이상(활성화에너지 이상)의 노력을 한다면 비로소 3등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좋은 친구나 선생님(효소)을 만나면 장벽(활성화에너지)이 낮아져 보다 쉽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으니 빠르게 오르고 싶다면 먼저 주변 사람을 돌아보라는 식으로 교과 내용과 삶의 태도를 연계한 여러 시리즈를 준비했다. 이 덕분인지 상담도 참 많이 들어왔고 학생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2. 프로젝트 기반 수업의 시작
공감대 속에서 항상 등장했던 학생들의 요구는 재미있는 활동 중심 수업이었다. 교과서 진도만 따라가는 수업은 너무 재미없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아무래도 내가 몸담았던 학교는 학습 부진아가 많아서인지 교과서 냄새만 맡아도 두드러기 반응을 일으키는 학생이 많은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교사가 흥미를 좇기 위해 교육과정을 벗어날 수는 없었기에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시작했다. 필수학습 요소를 모아 교과서 냄새를 뺀 후 재미있는 주제로 포장을 하여 교과서 개념을 따라잡는 수업이었다. ‘수업과 상관없는 줄 알았는데 수능 문제가 풀리네?’라는 반전이 나의 수업 포인트였다. 그 중 첫 번째 프로젝트 수업이 전정기관 관련 ‘멀미를 잡는 최고의 방법을 찾아라!’였는데, 예능 프로그램처럼 진행하니 2005년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2006년 수업연구대회에 도전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수업의 기반은 가설 연역적 탐구과정이 가미된 5E 수업이었는데, 이 수업을 계기로 교과 재구성 프로젝트 수업에 눈을 뜨게 되었다. 엎드린 학생 하나 없이 모두가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모습은 교사로서 큰 희열을 느끼게 했고 향후 수업 구성의 지향점이 되었다.
2007년부터는 남녀공학 일반고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양호하여 수업이 매우 수월해졌다. 게다가 수업에 대한 반응 또한 좋아 교사인 내가 수업시간을 기다릴 정도였다. 학생들의 피드백을 통해 스토리텔링 및 프로젝트 방식의 수업 접근이 고등학생을 위한 학습에서도 매우 효과적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수업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치열하게 교재 분석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것이 오히려 나의 수업 기법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나의 스승은 과학에 흥미가 없었던 첫 부임지의 학생들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전반적 수업 방식은 여전히 스토리텔링 수업이라 이름 붙인 ‘암죽식 교육’의 틀로부터 그리 크게 벗어나진 못했다.
3. 교과융합의 시작
경험상 프로젝트형 수업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경우는 최신 유행 주제이거나 생활 밀접형 주제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생활에 밀접한 주제를 다룰수록 단일 교과목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다수였고, 내용에 따라 다른 과목 영역과 접합점을 찾을 때 오히려 설명이 부드러워지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세포 내 공생설을 기업합병 관점에서 설명하면 더욱 이해가 잘 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 시기는 교과 융합적 접근 방식이 공식적으로 인정받던 상황은 아니었기에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그러다 2009 개정 교육과정과 함께 Big History로 구성된 새로운 과학교과서가 등장했다. 나는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총망라하는 Big History 기반의 첨단 과학교과서의 매력에 빠졌고, 당장 1학년 과학 과목 전담으로 이동했다. 당시에는 ‘융합형 과학’에 대한 비판론과 더불어 과학교사의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었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교육과정이 블루오션처럼 여겨졌다. 내가 지향하는 수업을 다채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교과연구회 활동에 참여하며 과학교과 융합을 시도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동참했다. 그와 함께 교육과정 재구성 기반의 대규모 프로젝트 수업인 16차시 가량의 ‘바이오 에탄올’ 실험 수업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생명공학 연구원의 길을 걸으며 미친 듯이 연구에 몰입했던 경험이 내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듯, 그런 소중한 경험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내가 배우고 싶었던 수업, 꼭 해보고 싶은 수업의 그림이 절로 그려졌다. 그러나 학생들의 진로 찾기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야심차게 수업 개발을 추진했음에도, 거의 모든 곳곳에 어려움은 산재해 있었다. 전문적인 연구 영역을 학생 눈높이에 맞게 제작하는 현장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의 개발, 교육과정에 맞는 교과 재구성, 1학년 8개 반, 전체 48개 실험조의 실험 과정을 실험 보조위원 하나 없이 통제하는 것, 그리고 과학실 환경의 재구조화...... 뿐만 아니라 학생ㆍ학부모ㆍ동료교원을 위한 수업 설명 및 설득 과정 등, 운영 과정 전체가 가시밭길이었다. 한 학기의 마지막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학술제 형식의 전체 발표대회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모든 상황은 항상 아슬아슬했다. 1학기 중간고사 이후부터 기말고사까지 오로지 이 프로그램 진행에 매달리는 동안, 신경이 극도로 곤두섰고 프로젝트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은 나머지 마지막엔 탈진했다. 혼자 있을 때마다 ‘다시 하면 나는 X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힘들었지만, 방학 동안 수업 과정을 복기하고 학생들의 피드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더할 나위 없는 위안을 얻었다. 기쁨이 벅차 올랐고, 에너지가 충전되어 갔다. 그리고 2학기에 만난 교실 속 학생들은 흐뭇하게 성장해 있었다. 아니 내가 변했는지 학생이 변했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4. STEAM의 시작
프로젝트 기간 내내 반짝거리던 학생들의 눈동자가 마음 속 깊이 남겨졌다.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뭐에 홀린 듯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여 더 깔끔한 수업을 진행해보고 싶어졌다. 한 번 더하면 ‘바이오 에탄올’프로그램을 완성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일단 마음을 먹고 나니 새로운 길들이 보였다. 사회 교과와 더불어 연구소까지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듯했고, 이런 종합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STEAM이 최적이었다. STEAM의 구성을 살펴보니 문제상황 제시, 창의적 설계, 감성적 체험 후 과학ㆍ수학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흐름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STEAM은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빈 도화지 같아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경험상 효과가 좋다고 생각했던 수업의 흐름을 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넉넉한 그릇 덕분에 담을 수 있는 것들 또한 많았다. 이렇게 STEAM을 통해 다시 재구성된 ‘주변에서 건진 에너지, 바이오 에탄올’은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로부터 지구와 인류를 구하자는 야심찬 비전으로 출발선을 설정했다. 수업의 흐름은 버려지거나 쓸모없는 탄수화물 계열을 찾아 바이오 에탄올로 변환한 후 효과적인 재료를 학술제 형식으로 제안하는 방식이었다. 전년도 적용에서 도출된 문제점을 보완하니 수업 운영이 훨씬 매끄러웠고, 학생들의 실험이 연구소의 전문 분석과 함께 연동되니 결과물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 결국 최종 교내 학생발표회 때 학생들이 보인 연구 결과물과 열정은 심사위원이신 교수님들과 연구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훌륭했다. 이 프로그램이 끝난 뒤 학생들로부터 ‘그래서 우리가 지구를 구한 것 맞지요?’라는 물음을 수차례 받을 정도로 학생들의 몰입도는 대단했다. 개인적으로 놀란 점은 프로젝트에서 심사위원에게 극찬을 받은 우수한 학생들의 평소 내신성적이 모두 제각각이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가 우수성의 기준으로 여겼던 것들이 도대체 학생들의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는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평소 심증은 있었지만 딱히 증거가 없었던 차에 명확한 물증이 나온 셈이었다.
참고로 이 경험을 했던 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서 대거 이공계 환경, 생명, 화학 방향으로 진로를 바꾸었으며, 자신의 내신 한계를 넘어 상위대학 진학에 성공하는 훈훈한 사례도 속출했다. 게다가 고교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연구 쪽으로 비전을 정한 학생들은 최선을 다한 끝에 결국 우리가 구분 짓는 명문대, 비명문대에 상관없이 대학원 과정이나 연구소에서 동료가 될 수 있었다.
인생을 바꾸는 수업은 학생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며, 그 기반은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임을 절감하게 되었다. 학생들은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학습 분위기에서 최고의 학습 효과를 거둘 뿐 아니라 숨겨진 능력이 개발된다는 점을 실질적으로 체험하며, 차후 지속가능한 제2, 제3의 프로그램들이 존재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내가 가야할 다음 행보는 이렇게 수업을 통해 결정되게 되었다.
5. STEAM의 한계를 넘어
비단 학생들의 성공 경험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사의 성공 경험도 중요한 듯하다. 바이오 에탄올 수업의 (개인적으로 느끼는) 성공은 스스로에게 연구와 교육 분야를 잇는 과학교육 코디네이터로서의 사명을 갖게 했고, 차후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동력이 되었다. 수업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았다. 주 기반으로는 국가 선정 100대 R&D 연구성과물을 활용하였으며, 식물 2차 대사산물, 벌침액, 나노물질 등 다양한 연구결과물을 학생 눈높이에 맞는 학습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부지런히 수업에 적용하고 다듬었다. 연구 분야를 바라보는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원 과정으로 해양생물공학에 이어 수의학을 다시 공부하였다.
또한 본인이 이끄는 과학반 ESC(Earth Saving Challengers) 학생들의 과학 대회 지도는 최신 연구 감각을 유지하는 동시에 학습 프로그램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아이디어의 보고가 되었다.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연구결과물은 1년이 지나면 다시 학습 프로그램으로 재탄생되어 전교생 모두가 STEAM형으로 그 주제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다양한 STEAM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경험을 거치며 무조건적인 활동 중심 수업이 반드시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보증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칫 시간문제로 프로그램의 활동 부분만 집중적으로 도입했을 때, 학습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정리가 되지 않아 핵심을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때 영재교육에서 사용하는 ‘렌줄리 3부 심화학습 모델’을 STEAM 하위 과정으로 도입하면 학습의 체계성 부재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렌줄리 모형을 수업에 적용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1부 심화】는 흔히 말하는 암죽식 이론 교육, 【2부 심화】는 프로토콜 중심의 실험 과정, 【3부 심화】는 1부와 2부로부터 얻은 지식을 개인이 새로운 문제상황에 적용하여 각자 결과물을 내고 교내 R&E 대회에 발표하는 방식. 전체 프로그램의 성패는 첫 시작인 ‘문제상황’에 달려있는데, 학생들이 강한 흥미를 통해 문제의 내면화에 성공하면 1부 암죽식 교육은 든든한 이론적 토양이 된다. 이어 2부 실험훈련 과정에서 따라하기 수준을 넘어 창의적 설계를 위한 능동적인 학습으로 줄기를 뻗어나가면, 3부에서는 실생활 문제 해결이라는 꽃을 피우며 감성적 체험인 성공 경험으로 완성된다. 이때 3부 심화의 약점인 접근 전략의 모호성은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의 프로세스를 접목시킴으로써 보완이 가능해진다. 이렇듯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학생들의 몰입을 끌어낼 수 있는 나만의 보완 버전 STEAM 학습 프로그램 개발 모듈이 확립되었다.
이제 남은 도전 한 가지는 고등학교에서의 ‘교과 연계형 STEAM’ 현장 적용이었다. 흔히 고등학교에서는 입시가 코앞이므로 STEAM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으나, 이 같은 사실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정말 불가능한 것인지, 실제 적용했을 때 가장 큰 한계점은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그래서 2015년, 여러 과목을 자연스럽게 묶을 수 있도록 영화 ‘마션’을 기반으로 구성한, ‘Mars vs Man, 화성에서 살아남기’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2016년 과학·수학·기술가정·국어 교과가 함께 진행되는 STEAM Week 방식의 2~3주짜리 (일명) 대규모 마션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화성에 조난된 주인공이 겪는 생존 상황 4가지 및 체험 주제 6가지를 1인칭 시점으로 학생들이 경험하며 교과별 교육과정에 맞는 학습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이었다. 주인공이 되어 수업 시간에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 후 마지막 단계에서는 직접 생존 교관이 되어 다른 예비 우주인들 앞에서 화성생존 팁을 강의 하는 것으로 이 프로그램은 끝을 맺는다. 이런 접근 방식은 기존 사례가 없었으므로 ‘문화콘텐츠 기반 스토리텔링 인터랙티브 STEAM 프로그램’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학습 효과성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론에 따라 그룹을 나누어 분석했다. 수업 적용 결과 담당 교사의 특성에 따라 동일 교과 내에서도 반응이 조금씩 상이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학습효과 면에서는 그룹에 상관없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나의 영화를 테마로 수업을 구성하니 일관성을 갖추게 되어 학생들이 모든 수업을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최종 TED 형식의 발표대회 과정은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1학년 전체 학생들에게 심사를 빌미로 끊임없이 복습하며 학습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다. 본 내용은 국제 과학철학과학교육학회에서 구두 발표되어 외국 학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까지 개발 적용한 프로그램 사례들은 기관들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각종 교사 연수에서 소개하였고, 공유를 원하는 모든 선생님들께 아낌없이 제공하였다. 이런 모든 시도와 도전의 궁극적인 이유는 우리 교육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6. 마무리
나는 어떻게 하면 교육과정 내에서 학생들이 몰입을 경험하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내가 치열하게 고민하며 개발한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올해 2학년 생명과학Ⅰ 시간에는 프로바이오틱스 개념을 도입한 ‘물김치로 요구르트를 대신할 수 있을까?’란 수업을 진행하였다. 조별로 물김치를 담그고, 유산균을 접종한 후 요구르트와 유산균 개수를 비교하였는데, 인문계열 학생들도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전문적인 CFU(Colony-forming unit) 계산을 곧잘 해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실험 결과 물김치가 요구르트보다 평균 20~200배나 많은 유산균을 지닌다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고, 학생들은 자신의 결과물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유사한 결과에 한 번 더 놀라워했다. 그렇다면 전공 대학생들도 골치 아파하는 CFU 계산을 계열에 상관없이 모두 거뜬히 해내는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재미 즉, 몰입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교사란 마치 오페라 가수와 같다고 생각한다. 영화와 다르게 우린 늘 라이브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객의 호응과 몰입을 위해 상황에 맞는 수업모형이라는 의상을 갈아입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활동수업으로 관객과 호흡하며 함께 무대를 채우기도 하는데, 이는 무대의 성패가 관객의 몰입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나는 교사란 매일 100% 라이브 무대에서 학생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최고의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