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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이슈이슈!

따뜻한 마음을 가진 멋진 과학도가 되기를

김종수 대구과학고 교사

제가 난생 처음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던 2013년, 참 길고 힘들 것 같았던 1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려 어느덧 저의 아이들이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네요. 아이들이 2학기 종강식 할 때에도, 2014년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때에도 아이들이 진학했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 났는데, 막상 이 글을 쓰려고 하니 ‘아!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대학생이 될 아이들이지…’하는 느낌이 크게 다가옵니다.

2012년 봄, 제가 대구과학고등학교 2학년 담임으로 배정받아 2년 동안 함께 지지고 볶고 했던 제자들이 이제는 제 품을 떠나 대학교라는 곳에서 날개를 펼치게 됩니다. 저는 항상 수업시간에 단순한 지식만을 가르친 것이 아니고 인생 살아가는 예의를 가지도록 강조 하였는데,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대학교에서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진학지도라는 것이 저에게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많이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가장 걱정 되었던 점은 요즘 학생들이 고등학교 3학년에 와서도 한 번도 자신의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꿈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심지어는 자신이 가고 싶다는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 한번 안 해 보고 선생님이 진학지도 해주기를 바라는 아이들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서울대 14학번으로 진학하는 우리 아이들은 무언가 자신만의 특별한 장점들이 있고 무슨 일이든 열심히 달려드는 녀석들이라 진학지도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아요. 서울대학교에서 어떻게 이렇게 꿈 많고 성실한 아이들만 쏙쏙 골라서 뽑았을까 신기할 정도네요. 물리천문학부 지현이, 기계항공학부 지웅이, 혜린이, 혜성이, 동기, 전기정보공학부 현준이, 형기, 수동이, 건설환경공학부 재웅이, 준엽이, 연준이, 건축학과 용희, 산업공학과 호기, 준영이, 조선해양공학과 찬근이, 컴퓨터공학부 성연이, 지구환경과학부 명호, 자유전공학부 인서, 모두 저를 잘 따라 주었고, 정말 열심히 수업 들었던 착실한 친구들이랍니다.

서울대로 진학하는 저희 아이들을 한 명씩 떠올리며 두서없이 이 글을 진행해 볼까 합니다. ‘이러한 장점들을 모두 가진 학생이라면 서울대학교에서 당연히 뽑아주지 않을까요?’하는 나름의 자신도 가져봅니다. 이 학생은 물리 담당교사였던 저를 너무 긴장시키고 열심히 수업준비 하도록 만들었던 예비 서울대생입니다. 수업을 정말 열심히 듣다가도 제 설명 중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끼면 잠시 생각에 빠져 있다가 잠깐 쉬는 타이밍에 조용히 손을 들고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은 이렇게 증명하면 틀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던 학생이었어요. 가끔씩은 제가 풀기에도 너무 어려운 증명이어서 수업시간에는 다하지 못하던 것들도 스스로 공부하고 연습장에 증명해서 다음 날 아침에 나에게 보여줄 정도로 똑똑하고 끈기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저희 학교 교육프로그램 중에는 지도교사를 두지 않고 학생들끼리 팀을 구성하여 단기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대회가 있습니다. 이 학생이 2학년 때 그 대회에 정보 분야로 참가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짜서 미로를 단시간에 통과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연하여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호평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과제 집착력이 뛰어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확실히 해낼 줄 아는 것이 앞으로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교사의 입장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학생상을 말하라면, 교사인 저를 좋아해주고 또 제 수업을 열심히 들어주고 제 과목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 학교 출신 예비 서울대 학생들은 이런 면에서 다른 학생들보다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2년 동안 제 수업을 들으면서 단 한 번도 졸지 않고 눈빛이 살아 있는 학생들도 있었구요(그 중 한 명은 학원 하나 다니지 않고 우직하게 공부하던 학생이었는데 서울대학교에 우선선발로 합격하여 제가 너무 기뻤답니다). 3학년 2학기 때에는 제 수업시간을 수강신청 하지 않고 청강으로 들으면서도 결석 없이 끝까지 성실한 수업태도를 보여 주었던 학생도 있습니다(참고로 저희 학교는 대학교처럼 수강신청해서 수업을 듣는답니다. 그래서 학생들마다 수업이 없는 공강 시간도 있구요). 특히 다른 동기들보다 한 살 어리게 학교에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적 수준이나 열정은 형들보다 훨씬 뛰어났고, 항상 얼굴에 웃음 가득한 얼굴로 저에게 인사하고 대화하던 동생같은 학생이 기억에 남네요. 물론 이 학생도 전기정보공학부에 합격해서 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교사의 말을 잘 듣는 학생이 앞으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어느 곳에서 사회생활을 하더라도 항상 웃음 가득하고 성실한 사람이 실패하는 것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그런가 하면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난 제자도 있었습니다. 제 기억 속에 이 학생은 두툼한 헤드셋을 귀나 목에 걸고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물론 학교생활도, 공부도 잘 했지만, 옷 입는 것도 맵시 있고 교내 밴드부에도 들 정도로 예능감도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한번은 이 학생이 발명품 대회를 나가고 싶다고 저에게 지도교사를 해달라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여 준 적이 있었는데요. 자동차가 앞으로 굴러갈 때 차바퀴 중간에 붙어있는 차 브랜드의 마크도 같이 회전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게 되는데, 바퀴가 돌아가더라도 브랜드 마크는 계속 보이도록 만들어 주는 발명품이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생활에 꼭 필요한 발명품은 아니었지만, 차의 브랜드를 중시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솔깃할 만한 발명품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교 공부에만 몰두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예술적 활동과 사고를 즐길 줄 아는 학생이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공학적 마인드만을 가진 사람이 예술가와 협동하여 아이폰 같은 아름다운 발명품이 나온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예술가적 마인드를 가진 따뜻한 공학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어떻게 하다보니 제 제자들 자랑만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제자들이 서울대학교에서 꿈을 펼칠 수 있을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하며 자랑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제가 한 번도 아이들 앞에서 이렇게까지 칭찬해 본적이 별로 없을 정도로 칭찬에 인색한 선생님으로 불리는 편인데, 이런 공개적인 기회가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자랑을 많이 했네요. 이렇게 열정적이고, 성실하고, 똑똑한 아이들을 뽑아주셔서 서울대학교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 이 아이들이 무엇이든 열심히 할 줄 알고, 주변 사람들과 융화될 수 있는 사회 리더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얘들아 선생님이 너희들을 처음 만났을 때, 한 말 잊지 않았겠지? ‘예의를 아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앞으로 너희들이 더 커서 너희의 능력과 판단에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질 줄 아는 가치판단도 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대구과학고등학교 24기 파이팅!”

참고 첨부된 사진에 있는 아기는 서울대학교 합격자 발표가 바로 다음날 태어난 제 아들입니다. 저희 제자들의 기쁜 진학 소식이 끝나고 나니 세상 밖으로 태어난 기특한 아이랍니다. 저희 아들이 할 말이 있다고 하네요. “형들 진학 축하해요~ 저도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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