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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입니다
진학지도기를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몇 년 전 배우 황정민 씨가 시상식에서 했던 말이 먼저 생각이 났습니다.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입니다.’
서울대학교 입학을 위한 진학지도에서 담임교사의 역할은 고등학교가 갖추고 있는 체계적이고 창의적인 교육활동, 학생의 뚜렷한 목표의식으로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들고 함께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4학년도 서울대학교 입학 결과에서 일반계 공립 고등학교인 우리 학급에서 의예과, 치의예과, 건축공학과에 3명이 합격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2012학년도에 2학년 자연계열 학생들 담임을 맡았는데 1년이 지나고 학생들이 3학년에 진학하면서 학급의 학생들이 그대로 한 학급에 편성되고 제가 또 담임을 맡는 드문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을 새롭게 파악해야할 필요가 없었고, 그만큼 진학지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전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급의 담임교사로서 상위권 학생들을 많이 괴롭힙니다. 상위권 학생 몇 명이 학급의 전체 면학 분위기와 학업성적을 이끌고 간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게 하고, 항상 손에서 책이 떨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나태해진 모습을 보이면 엄하게 야단을 칩니다. 우리 학교에서 9년을 근무했는데 매년 3학년을 거쳐 졸업하는 학생들을 보면 상위권 학생들은 각자 갈 길을 잘 알아서 갑니다. 그런데 상위권 학생이 항상 책상에서 책과 시름하는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 해는 다른 학생들도 성적에 상승효과가 나타나지만, 상위권 학생이 자신의 타고난 재능만을 믿고 수업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해는 전체적으로도 학업 성적이 떨어지고 그 해 진학결과로 그 여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다른 학생들이 상위권 학생을 롤 모델로 삼아 공부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학급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우리 학교는 다양한 형태의 ‘방과 후 수업’을 개설하여 학생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제가 지도했던 여러 수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급수학 과정이었습니다. 일반계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내용의 수업이기도 했지만 한 시간 먼저 등교하여 수업을 진행했던 점이 힘들었지만 기억에 많이 남아있습니다. 2012학년도 2학년 학생들 중 수학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넘어서는 내용을 배우는 ‘방과 후 수업’을 개설하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신청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에 진학한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 수업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여 놀라운 학구열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1학년에 입학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동아리에 가입합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개인의 지적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선후배 사이의 소통 창구가 되어 많은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들도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역량을 키워왔다고 생각됩니다. 더불어 우리 학교는 프로젝트 형태의 자율동아리가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마음이 맞는 몇 명의 학생들이 주제를 정해 자율동아리를 결성하고 지도교사를 정하여 활동하는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에 진학한 학생들도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동아리 외에 4~5개의 자율동아리 활동을 하였습니다. 저도 우리 학급의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 10명으로 ‘괴짜들의 수학사랑’이라는 이름의 자율동아리 지도교사를 맡았습니다. 요일별로 2명씩 배정하고, 아침에 등교하면 칠판의 좌우측에 나름대로 창작한 문제를 한 문제씩 씁니다. 오전에 학급의 모든 학생이 그 문제를 틈틈이 풀어보고, 점심시간에 점심식사를 일찍 마치고 학급의 모든 학생이 교실에 모여서 출제 학생의 설명을 듣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6개월 정도 계속된 활동을 통해서 문제를 만들고 설명하는 학생만이 아니라 참신한 형태의 문제를 접하는 다른 모든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토론의 과정을 통해서 다소 부족했던 지식의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다른 학생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면접에 대처하는 자세도 익혀나갔습니다. 처음에는 문제를 설명하는 자세나 말투 등도 어설프고, 설명이 끝난 후 설명을 들은 학생들이 질문을 하는 것도 어색해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설명도 논리정연하게 바뀌었고,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 자신의 실력도 많이 늘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오래 전 대학교 때 공부하던 교재를 찾아보는 일이 많아졌고, 당연하게 여겼던 부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담임교사로서 우리학급의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단언컨대 학교의 체계적인 관리와 학교의 면학분위기가 서울대학교의 입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체계적으로 잘 준비된 학교의 교육계획을 믿고, 성실한 태도로 학교의 교육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결국 좋은 진학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