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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이슈이슈!

현실과 이상 사이, 나의 수업은?

황연경 행신고등학교 교사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교실에서도 학생들의 호기심이 발동되면 최고의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던 신참내기 교사에서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12년차 교사가 되기까지 내가 겪었던 수업에 대한 고민을 아로리에서 함께 나누어보려 한다.

1.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경기도 비평준화 지역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중학교 때부터 철저한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았다. 중학교 때에는 학교에서 ‘과학반’이라 불리는 심화반을 만들어 특목고 원서를 쓴 학생들을 따로 관리하였고, 열성적이셨던 중3 때 담임선생님은 연합고사 대비 문제를 풀어 다 맞아야만 집에 보내주셨다. 고등학교 때도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의 강제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하면서 우수한 수능 결과를 얻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였다. 그렇게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한 결과 나름 서울 상위권 대학에 입학을 하였고, 대학에서는 맨 앞자리에 앉아 교수님의 수업을 경청하고 빠짐없이 필기하며 암기하였다. 그 결과 복수전공에 교직과목까지 이수하면서도 성적 우수 졸업생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높은 경쟁률로 유명한 임용시험에서도 한 번의 재수 끝에 합격하였다.
그러나 정작 발령을 받은 나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상태였다. 자격증은 있었지만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담임으로서 생활지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상담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나는 ‘좋은 대학을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는 자긍심만 있었을 뿐 좋은 교사로서의 그 어떠한 역량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행정업무는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서 하면서(이 부분만큼은 매우 구체적인 지도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담임업무는 선배들의 조언과 눈치로 조금씩 따라갈 수 있었지만, 수업 영역만큼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선배들의 수업을 배우고 싶어도 공개 장학을 제외한 평소 수업은 공개되는 경우가 없었고, 공개 장학수업은 실제 수업과 동떨어진 잘 짜인 연극과도 같았다. 내가 아는 수업이라곤 내가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경험했던 방식의 수업뿐이었는데, 문제는 그 수업들이 내가 임용시험을 준비하며 공부했던 ‘의사소통 중심’, ‘학생 중심’ 수업과는 많은 거리가 있었다는 점이다. 수업에 대한 목마름으로 여러 연수를 전전하였으나 거기서 배운 한두 가지 활동만으로 전체 수업을 이끌어가기엔 역부족이었고, 연수에서 만난 몇몇 선배들에게 수업자료를 부탁하는 것은 연구와 노력의 산물인 수업자료를 거저먹으려 하는 눈치 없는 행동일 뿐이었다. ‘학생이 중심이 되는’, ‘배움과 소통이 있는’, ‘의사소통 중심의’ 수업을 하고 싶어서, 방학 때는 서점에서 ESL 교재들을 뒤지고 온라인·오프라인 연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수업에 대한 목마름은 가시지 않았다.

2. 거꾸로 교실?

수업에 대한 고민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던 중, 2015년 2학기 후반부에 ‘설명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미리 제시하고 수업 시간엔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당시 나는 학생들끼리 모둠별로 지문을 읽고 학습한 후 발표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자는 아이들은 많이 줄일 수 있었지만 ‘배우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우리끼리 하느냐’는 아이들의 불만과 ‘이런 식의 수업이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스스로의 물음으로 마음 한 구석이 계속 불편하던 때였다. 그래서 그 아이디어를 들은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해 겨울방학 보충수업에 바로 관련 기법을 적용하기 위해 동영상 제작법을 독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진행한 겨울방학 보충수업은 지금 돌이켜보면 ‘거꾸로 교실’이기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의 단순 결합인 ‘블렌디드 러닝’에 가까웠다. 강의는 예비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독해 수업. 90분 연강으로 이루어지는 독해보충수업을 강의식으로 진행할 경우 보통 5개 정도의 지문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에 맞춰 한 지문 당 10분, 즉 50분 분량의 강의영상을 매일 보고 오도록 한 후, 수업시간을 어휘 활동, 독해 점검 및 형성평가 등으로 구성했다. 나중에 거꾸로 교실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디딤 영상의 개념을 생각할 때 50분 분량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길이인지 알게 되었지만, 당시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지금까지 중 최고의 수업이었다.’ ‘너무 좋았다.’는 후기들을 보고 나는 2016년부터 정규수업을 모두 거꾸로 교실 방식으로 진행하리라 결심하였다.
여기서 잠깐 거꾸로 교실에 대해 설명하자면, 학교 수업에서 주로 지식전달과 이해 과정에 중점을 둔 설명식 수업이 이루어지고 그 상위단계인 적용, 분석, 종합, 평가의 단계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졌던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서, 거꾸로수업은 집에서 지식과 이해의 과정을 거친 후 학교에서는 보다 상위 단계인 적용, 분석, 종합, 평가 단계의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한 화학교사가 디자인한 이 수업방식은 한 마디로 수업시간 중 강의를 빼고 그 자리를 학생 주도의 활동으로 채우자는 것이다.

3. 미래교실 네트워크와의 만남, 그리고 변화

2016년 3월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로 근무지가 변경되었고 이곳에서 거꾸로 교실을 하고 계신 정보교과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분들을 통해 미래교실네트워크를 만나게 되었다.
미래교실네트워크와의 만남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온라인·오프라인 모임과 캠프에는 자신들의 수업자료와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하는 선생님들이 가득했다. 선생님들은 온라인을 통해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소통하고 있었고, 고민 끝에 디자인된 수업 자료들은 또다시 공유되었다. 벅찰 정도로 많은 아이디어와 자료를 소화하며 새로운 수업을 디자인하느라 밤잠을 설치기 일 수였지만, 혼자만 지녔던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며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은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경험에 대한 고마움으로 나도 하나 둘 나의 수업을 올리기 시작했고, 다른 선생님들께 받아 내 수업에 적용했던, 또는 조금 더 발전시켰던, 가끔은 내가 새로 개발했던 모든 자료들을 아낌없이 공유하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는 미래교실 네트워크의 주번교사로 활동하며 온라인·오프라인 활동 및 강의를 통해 내가 가진 것들을 다른 선생님들과 나누며 공유와 협업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노력 중이다.
돌아보면, 아이들에게 늘 나눔과 협업을 강조한 것과 달리 정작 스스로는 나눔을 실천하지 못했던 내가 미래교실네트워크를 통해 언행일치 할 수 있게 된 것에 제일 감사하다. 그리고 우수한 성적으로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정작 교사로서 필요한 역량은 없었던 나의 경험을 돌아볼 때, 우리 아이들에 대한 교육의 방향이 ‘문제 풀이 중심’, ‘성적 올리기 중심’이 아닌, 미래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역량 중심’의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미래교실네트워크의 교육철학에 깊이 공감한다.

4. 나의 수업 소개

누군가 나에게 ‘그래서 당신의 수업은 역량 중심입니까?’ 또는 ‘문제풀이식 입시교육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까?’라고 묻는다면 100% 그렇다고 대답하기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그러나 학생이 배움의 주체가 되어 수업을 이끌어가도록 수업을 디자인하고 있으며, 21C 핵심역량이라 일컬어지는 4Cs(소통능력, 협업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중에서도 소통과 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수업을 디자인하고 있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더불어 교수평일체화에도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2017년 현재 나는 고등학교 1학년 영어I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학내에 거꾸로 교실의 교육 철학과 방법을 공유하는 선생님들이 늘어나고 자발적인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하게 되면서, 동 교과는 물론 다른 교과 선생님들과도 수업 개선에 대해 많은 고민들을 함께하게 되었다. 덕분에 2017년 2학기부터는 1학년 영어와 수학 교과가 전 학급에서 거꾸로 교실 수업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그 덕분에 수업과 평가를 연계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1) 수업의 기본 구성

교재 교과서 + EBS 교재
모둠구성 4인 또는 3인 1모둠으로 총 7모둠 (이질집단 구성)
수업흐름 수업 전 디딤영상 시청 → 수업활동 → Learning Log 및 질문 작성

(2) 디딤영상

디딤영상은 동 교과 선생님들과 함께 파트를 나누어 제작하고 있다. 이렇게 함께 영상을 제작하니 수업 내용 및 활동 내용, 평가 등에 대한 교사들 간 협의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수업에 대한 활발한 의견 나눔이 가능해졌다. 교직 경력 10여년 중에 이번 해와 같이 동 교과와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2017년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고 서로의 장점을 모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협업의 수업 디자인을 경험하고 있다.
디딤영상의 제작 방법은 다양한데, 우리는 화면 녹화 프로그램과 필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화면에 지문 학습지를 띄워놓고 필기하면서 지문 설명 강의를 하고 있다. 지문 설명 강의는 한 지문을 세 파트로 나누어 제작하는데, 각 파트별 길이는 10분을 넘지 않는다.(대개의 경우 5분 내외인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이 중 자기가 선택한 파트 강의만 시청하면서 학습지에 필기를 해오면 된다.
디딤영상 제작 시에 주의할 점은, 디딤영상은 말 그대로 ‘디딤’의 기능만 할 뿐, 이것이 수업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영상의 길이는 가능한 짧게 (10분을 넘지 않도록) 제작하는 것이 좋다.

(3) 수업활동

수업활동은 학습목표나 학습내용에 따라 다양한 활동으로 진행한다. 활동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실 내의 의사소통이 일방적이지 않고 쌍방향으로 가능한 많이 일어날 것, 모든 학생이 각자 모둠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질 것(특히 하위권 학생들도 책임감을 갖고 기여할 수 있는 요소를 마련할 것), 학생들 간의 협업을 통해 과제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할 것, 학생이 주도하는 활동이 되도록 할 것 등이다. 그러나 매일 매일의 수업활동을 매번 다른 활동으로 채우는 것은 활동을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도 많이 산만할 뿐만 아니라, 준비하는 교사 입장에서도 소모적일 수 있다. 그래서 매일 먹는 집밥처럼 일상적인 활동을 기반으로 구성하나, 집 밥이 지겨울 때쯤 외식 같은 특식 활동을 구성하여 진행하고 있다. 주 4차시 중 3차시는 독해와 쓰기 위주의 활동을, 나머지 1차시는 어휘와 듣기 활동을 번갈아 진행하였다. 독해 활동은 주로 집밥 활동 위주로 진행하였고 어휘와 듣기 활동은 특식 활동 위주로 진행하였으며, 쓰기 활동은 어휘와 독해, 듣기 활동을 확장하여 진행함과 동시에 1주일 동안의 에세이쓰기 과정평가와 함께 진행하였다.

① 집밥 활동 : Jigsaw Reading + Graphic Organizer
・ 디딤영상 시청 : 각 모둠에서 모둠 원들은 각자가 영상의 A, B, C 파트 중 어느 곳을 보고 올지 정하여 자신이 맡은 부분의 영상만 시청하고 학습해온다. 4인 1모둠이 기본인데 3개의 파트로 나누는 이유는 3인 1모둠이 일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간혹 출결이 좋지 않은 학생이나 학교생활에 뜻이 없어 무기력한 학생이 모둠에 있는 경우 그 학생으로 인해 모둠 전체가 피해를 입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한 그 학생과 같은 파트를 담당하는 친구가 한 명 더 있을 때 무기력한 학생들이 도움을 받을 수도 있기에 이 또한 고려하였다. 나는 매 시간 시작할 때, 학생들의 디딤영상 시청 여부를 확인하는데 학습지에 필기가 되어있으면 영상 시청으로 인정하고 으쓱카드(확인 도장 같은 것으로, 교육용 프로그램 사이트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으쓱카드마다 사유를 메모하여 줄 수 있어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 시 편리해서 애용하고 있다.)를 준다. 필기를 베끼는 학생도 있고, 영상 시청 없이 혼자 예습하면서 필기해오는 친구도 있지만 이 역시 ‘디딤’의 기능을 충분히 한다고 여기기에 굳이 따지고 들지 않는다. 영상 시청이 의무로 느껴져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영상을 시청하지 않았다고 나무라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매 시간 28명 중 25명 내외는 꼭 시청해오고 있다.

・ Expert Group Study : Jigsaw Reading 활동의 제일 첫 번째 단계는 Expert Group Study이다. 학생들은 같은 파트를 맡은 학생들끼리 모여 앉는다. 처음 몇 번은 A, B, C 파트의 자리를 지정해주고 이동하도록 하였지만, 이제는 학생들이 알아서 자리를 잡고 모인다. 7~8명이 한꺼번에 모여서 학습하기도 하고, 3~4명씩 소그룹으로 모여 담당파트를 학습하기도 한다. 이는 모두 학생들이 자신의 선호와 필요에 따라 선택한다. 이렇게 같은 파트끼리 모여 앉은 아이들은 담당파트를 같이 읽어보며 학습한 내용을 되새겨보고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질문하고 답해주며(이때, 같이 고민해도 알 수 없는 것은 교사에게 질문할 수 있다.) 맡은 부분의 주요 학습사항이 무엇인지 토의해 메모한다. 내가 수업하는 반 아이들은 디딤영상 시청률이 매우 높아 Expert Group Study 시간을 5분 내외로 주어도 충분이 소화해내고 있다. 디딤영상 시청률이 낮은 학급을 담당한 선생님의 경우 시간을 좀 더 많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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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oup Study : Expert Study가 끝나면 학생들은 원래 모둠으로 돌아간다. 각자가 자기 담당 파트의 전문가가 되었기 때문에 자기 모둠 친구들에게 담당 파트를 설명해주어야 한다. 이때 나는 학생들이 반드시 말로 서로 설명하도록 장려하고 학습지만 서로 가져다가 베끼지 않도록 한다. 이 시간에는 지문의 해석, 문장구조 분석, 어휘 및 문법 설명들을 주로 하는데, 아이들이 이러한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매우 열성적인 설명과 토론이 이루어진다. 나는 이 단계와 뒤이어 할 Graphic Organizer를 함께 묶어 시간을 설정해주는데, 학생들이 긴장감 있게 집중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빠듯하게 시간을 설정해주는 편이다. 지문의 난이도에 따라 10~15분 정도를 먼저 설정해주고 아이들이 시간을 더 달라고 조르면 못이기는 척 시간을 조금씩 더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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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phic Organizer : Group Study를 다 마친 모둠은 함께 협력하여 각자의 학습지 밑에 있는 빈 칸에 Graphic Organizer를 완성해야 한다. 이는 학생들이 세세한 문장의 해석과 구조, 문법 규칙 등에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인 글의 흐름과 내용을 파악하도록 만든 장치이다. Graphic Organizer란 우리말로 ‘구조도’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지문의 논리적 흐름과 구조를 시각화 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처음 한두 달 정도는 구조도의 틀을 제시하고 빈칸에 말을 써 넣도록 하다가, 조금씩 교사가 제공하는 도움을 줄여나가고 나중에는 완전히 자신들의 틀을 그리도록 만든다. Graphic Organizer를 완성할 때에는 지문에 있는 것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문장이나 어구로 표현해보도록 장려한다.
Graphic Organizer를 다 완성한 모둠은 손을 들고 나에게 검사를 받는다. 이때 나는 학생 각자가 글의 전체적인 내용과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둠원 각자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왜 이렇게 구조도를 그렸는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질문과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문장 구조나 문법에 관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 오히려 학습 의욕을 꺾어놓을 우려가 있으며, 영어 학습에 있어 문법 규칙 하나하나 보다도 전체적인 내용 파악 및 의사소통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느끼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Graphic Organier를 완성하는 속도는 모둠별로 다르다. 제일 먼저 완성한 모둠은 나의 미니미 카드를 목에 걸고 내 미니미가 되어 다른 모둠들을 검사한다. 검사에 통과한 모둠들은 조원 모두가 으쓱카드를 받는다. 학급의 학습 속도에 따라 Graphic Organizer가 빨리 끝나는 경우나 성취 수준이 높은 학생들에게는 지문의 요약문을 작성해보도록 한다. 이렇게 Jigsaw Reading과 Graphic Organizer 활동을 마친 학생들은 저마다 배움 내용을 정리하면서 Learning Log를 작성한다.

(미니미가 각 모둠의 Graphic Organizer 검사) (미니미가 각 모둠의 Graphic Organizer 검사)

② 특식활동 : 독해 및 문법 활동에서도 매일 집밥 활동만 하면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가끔씩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한다. 또한 지문의 특성에 따라 지문 이해 및 학습에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이 있다면 그 활동으로 독해수업을 대신하기도 한다. 시기적으로 또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단원정리 활동이 필요하다 싶을 때면 특식활동으로 단원정리 활동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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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Learning Log : 배운 것, 느낀 것, 질문 쓰기
나만의 교과교실이 없기 때문에 나는 학급별 Learning Log 보드를 만들어 들고 다닌다. 학생들은 수업 마무리 단계에서 포스트잇을 하나씩 받아 배운 것, 느낀 것, 질문을 적어 자신의 출석번호가 적힌 칸에 붙인다.

・ 배운 것 : 나는 학생들에게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설명해주면서 Keyword 하나만 적어보는 것도 복습의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학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날 배운 것을 간단하게 적어보면 된다.
・ 느낀 것 : 막연히 느낀 것을 적어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재미있었다.’와 ‘즐거웠다.’만 잔뜩 써낸다. 그래서 느낀 것을 적을 때에는 지문의 내용이 자신의 관심 분야나 진로 희망 분야와 관련이 있을 경우 그것과 연계한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도록 하였다. 또는 자신이 수업 중에 선생님이나 친구들로부터 칭찬받은 내용이 있거나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적도록 하였다.
・ 질문 : 질문은 질문이 있을 경우에만 적으면 된다. 나는 학생들이 적은 Learning Log가 붙어있는 보드를 교무실에 들고 가서 읽어보고 각 학생들의 인상 깊은 내용들을 으쓱카드의 메모기능을 이용해 기록해두고는 떼어버린다. 그리고 오개념이 있거나 질문이 있는 Learning Log에는 답 글을 달아 다음 시간에 가지고 들어간다. 학생들은 자신의 번호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떼어가고 그날의 Learning Log를 다시 붙인다.
이런 식으로 매 시간 Learning Log를 운영하니 학생들은 다른 친구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편안하게 질문할 수 있고, 나는 학생들의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고 소통할 수 있으며,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파악하거나 집단 오개념이 형성된 경우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다. Learning Log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질문하는 부분이나 잘못 이해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업 시작 전에 간단히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④ 어휘 및 듣기 활동 매주 한 차시는 어휘와 듣기활동을 격주로 진행했다. 독해 활동이 주로 집밥 활동으로 진행되는 것에 비해 어휘와 듣기 활동은 매번 다른 활동으로 진행하여 학생들이 기대감과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어휘 활동은 주로 학습한 지문의 주요 어휘 학습과 이러한 어휘들을 활용하여 실제 문장을 만들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듣기 활동은 주로 각자가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모둠원과 토의 및 협력을 통하여 전체 내용을 완성하면서 듣기연습을 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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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평가활동
2017년 나의 화두는 ‘교수평일체화’와 ‘과도한 시험부담 감소’였다. 나나 주변 선생님들의 경우를 참고할 때, 몇몇 실기 과목을 제외하면 고등학교의 평가는 수행평가 40% 내외, 지필평가 60% 내외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수행평가는 3~4개 정도의 영역으로, 지필평가는 2회의 평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두 번의 지필평가 사이에 숨 쉴 틈도 없이 이른바 수행평가 시즌(이 기간에는 하루에도 3~4 과목씩 매일 수행평가가 이어지는 일이 흔하다.)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틈틈이 각종 대회와 학교 행사, 동아리 활동까지 해야 하니 아이들은 늘 피곤함에 젖어있었다. 게다가 영어 지필 평가에서 일정 개수 이상의 문항을 출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문이 필요한데 수업시간에 모두 소화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수업시간에 자세히 다루지는 못했어도 문제를 풀어 볼 시간은 가졌거나 모의고사에 출제되었던 지문들을 시험범위에 포함시켜 문제를 출제하곤 했다. 또한 논란의 여지를 줄이기 위하여 ‘외워서 쓰는 형태’의 수행평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를 지속하면서 나는 ‘나의 평가는 줄을 세우기 위한 평가인가, 아니면 수업시간에 학습한 내용을 학생들이 어느 정도 소화했는지 알아보기 위한 평가인가?’, ‘나는 수행평가를 수행평가 취지에 맞게 하고 있는가?’, ‘나의 이런 평가가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등의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고 2016년부터 거꾸로 교실을 통해 수업이 변하자 수업에 맞춰 평가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2017년부터는 평가를 바꿔보겠다는 생각에 많은 고민과 연구, 다른 학교의 사례들을 찾아보았으나 동료교사들의 동의를 얻어 새로운 평가계획을 세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2017년 2학기 영어I 과목에 대한 평가계획을 세울 때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동 학년 동 교과 선생님들과 교육철학 및 수업 방식의 공유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이번 학기 평가활동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평가방법 지필평가(10%) 지필평가(30%) 수행평가(60%) 합계
평가영역 1차 2차 듣기 Dictation Free Writing
(서·논술형)
Essay Writing
(서·논술형)
구술평가
서·논술형 선택형 서·논술형
만점
(반영비율)
100점
(10%)
50점
(15%)
50점
(15%)
20점
(20%)
20점
(20%)
10점
(10%)
10점
(10%)
100점
(10%)
100점
(30%)
100
서술형․
논술형
평가
반영비율 10% 15% - 20% 10% - 55%

① 듣기 Dictation 수행평가
매주 목요일은 1학년 모든 학급에 영어I 수업이 있는 날이어서, 우리는 목요일마다 듣기와 어휘 활동 및 평가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지난 주 목요일에 듣기 활동을 했다면 이번 주 목요일은 지난 주 학습한 내용을 범위로 하는 듣기 Dictation 평가를 진행한 후 어휘 활동을 진행한다. 그리고 다음 주 목요일에는 어휘를 활용한 문장쓰기(Free Writing) 평가를 한 후 듣기 활동을 진행하는 식이다.
듣기 Dictation 평가는 6점씩 총 3회 이루어졌다. 대화문이나 연설문 등의 녹음 내용을 3~5개 정도 들으면서 활동 내용을 바탕으로 12개 유형의 Dictation 문항지를 제작하고, 각 반에서 무작위로 문항지를 뽑아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각 문항지는 녹음 내용 중 하나의 Script에서 3개의 빈칸을 만들어 제작하였으며 학생들은 녹음 내용을 들으면서 빈 칸에 들어갈 내용을 받아 적는 식으로 평가가 이루어졌다. 평가 범위가 모두 전 주에 학습한 내용이었고 소요되는 시간이 10~15분 정도였기 때문에 부담도 많지 않고 평가 후 바로 어휘 활동이 가능했다.

② Free Writing 수행평가
이 평가는 단어를 활용하여 문장을 영작하는 평가로 3점씩 총 6회 실시했다. 뒤에 이야기 할 Essay Writing 평가가 논리성 및 유창성에 더 중점을 두었다면, 이 평가는 정확성에 중점을 둔 평가이다. 교사는 어휘 활동을 통해 학습했던 단어들을 제비로 만들어서 평가 당일 각 반 학생 두 명(어떤 학생이 제비를 뽑을 것인가도 무작위로 뽑았다.)이 나와 각각 하나씩 뽑도록 한다. 교사는 이 단어 두 개를 칠판에 적어주는데, 학생들은 이 들 단어 중 한 개의 단어만 선택하여 이 단어를 포함하고 5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 하나와 그 문장의 우리말 뜻을 써서 내면 된다. 평가 시간은 5분. 두 개의 단어 중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고, 단어를 뽑는 과정이 재미있어 학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평가였다.

③ 구술 수행평가
이 평가는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고안된 평가로 4점씩 총 2회 실시했다. Expert Study 활동 이후 학생들이 본래 모둠으로 돌아갈 때 교사는 구술평가 대상 학생을 무작위로 한 명 뽑는다. 그리고는 이 학생이 자기 모둠 친구들에게 자기 파트를 설명하는 것을 옆에서 평가한다. 이 학생의 평가가 끝나면 또 다른 한 명을 무작위로 뽑아 같은 방식으로 평가한다. 매 시간 1~2명을 평가하였으며 누가 뽑힐지 모르고 어제 1회 차 평가를 했더라도 오늘 2회 차 평가를 보게 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디딤영상 시청 및 수업 참여도를 높이는데 많은 기여를 한 평가이다. 영어에 자신이 없어도 영상을 열심히 시청하고 수업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과, 발표식이 아니라 최대한 편안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평가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④ Essay Writing 평가
1차 지필평가 직전 일주일(4차시) 동안 Essay Writing 수업과 동시에 진행했던 평가다. 총 4차시의 기간 동안 학생들은 3개의 큰 모둠을 구성하여 앉아 2개의 주제에 대한 각각의 Essay를 완성하기 위한 각 단계별 활동을 수행한다. 각 단계별 배점은 2점씩이며 기본점수 포함하여 총 10점의 평가였다. 내가 예전에 해왔던 글쓰기 평가들은 1차시 정도의 간단한 글쓰기 수업과 주제 제시 후 수행평가 날에 학생들이 글을 써서 내도록 하는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글쓰기를 차근차근 가르친 것 같지도 않고,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는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부족하지만 많은 노력을 하였다.
우선 Essay Writing의 형식과 주의사항에 대한 짧은 디딤영상을 제작하여 학생들이 시청해오도록 한다.
1차시는 Brain Storming과 개요작성 단계이다. 학생들은 2개의 주제에 대하여 모둠별로 함께 Brain Storming 활동을 하고 다른 모둠과의 나눔 과정을 거친 후, 개별 학습지의 Brain Storming 칸에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메모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바탕으로 하여 각각의 주제에 관한 각자의 개요를 완성한다.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의 활동지는 걷어간다. 교사는 학생들이 작성한 개요를 보고 논리적 비약이나 문제가 있을 경우 활동지에 피드백을 적어주는데 정답을 제시하는 형태가 아니라 질문의 형태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여 개선하도록 하였다.
2차시는 1st Writing 단계이다. 교사는 지난 시간의 활동에 대한 피드백과 함께 활동이 채점된 활동지를 학생들에게 다시 나눠준다. 학생들은 지난 시간 자신이 작성한 개요를 바탕으로 Draft Writing을 한다. 문법적으로 정확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개요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대략적인 영어로 써보는 것이 이 차시의 목표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종이사전, 전자사전 등 자료를 찾아볼 수 있으며 서로 도울 수 있고 교사에게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우리는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전 및 참고서적들을 교실에 비치하였다. 단, 휴대폰 및 번역기 사용은 금지된다. 인터넷을 사용하고 싶을 때에는 교실 프로젝션 TV에 연결된 컴퓨터로 검색할 수 있다. 여러 자원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문장을 영작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 경우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우리말로라도 적도록 하였다. 비록 2차시 과정평가에서 우리말 표현 문장은 평가 대상이 되지 않지만 다음 차시에 필요한 도움을 얻을 수 있게 하여 포기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역시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의 활동지는 걷어간다.
3차시는 Peer-editing 단계이다. 교사는 지난 시간의 활동이 채점된 활동지를 학생들에게 다시 나눠준다. 학생들은 이 활동지를 서로 교환해가며 친구들의 1st Writing을 editing 해준다. 논리적 오류를 지적해줄 수도 있고 어색한 어휘의 사용이나 잘못된 표현들을 잡아 줄 수도 있다. 전 차시에 도무지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우리말로 적어둔 문장들을 영작하는 데 도움을 주어도 괜찮다. 이 차시에 학생들은 적어도 두 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2점의 점수를 다 받을 수 있다.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남은 시간에는 자신의 1st Writing을 개선하여 발전시켜 써볼 수 있다. 역시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의 활동지는 걷어간다.
4차시는 2nd Writing 단계이다. 교사는 지난 시간의 활동이 채점된 활동지를 학생들에게 다시 나눠준다. 학생들은 지난 차시 동안의 활동을 바탕으로 Essay 형식에 맞춰, 조건에 제시된 문법 구문 두 개를 포함하여 Essay를 작성한다.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의 활동지는 걷어가서 교사의 피드백을 메모하고 채점한 뒤, 원본은 교사가 보관하고 복사본은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우리가 매 차시마다 활동지를 걷고 다음 차시에 다시 나눠준 것은 사교육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과정평가의 의미를 살려 모든 활동이 수업 시간 내에서만 이루어지도록하기 위해서였다. 과정평가 기간 동안 진지한 자세로 열심히 활동에 집중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지난날 나의 수업이 독해와 듣기 능력만 평가하는 수능 시험을 핑계 삼아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균등하게 길러주는 데 소홀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⑤ 1차 지필평가
1차 지필평가는 Essay Writing 수업 과정에서 다루었던 2개의 주제 중 하나와 관련한 지문을 제시하고 글쓴이의 입장에 대한 자신의 찬반 입장을 Essay 형태에 맞춰 쓰도록 출제하였다. 문항은 서론에 대한 조건을 제시하고 서론을 작성하도록 하는 문항, 본론에 대한 조건을 제시하고 본론을 두 문단 이상 작성하도록 하는 문항, 결론에 대한 조건을 제시하고 결론을 작성하도록 하는 문항, 이렇게 세 문항이었고 여기에 분량과 문법 구문 두 개의 공통 채점기준을 더하여 채점 항목이 총 6개가 되는 평가를 만들었다.
사실 애초 계획은 Essay Writing 수행평가를 5차시로 잡아 4차시는 과정평가를, 마지막 차시의 결과물로는 결과평가를, 그리고 지필평가는 학기 말에 한 번만 실시하는 것이었다. 수행평가를 다양한 영역에서 과정형으로 여러 번 실시하다보니 소위 진도를 빨리 빼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수업시간에 학습한 내용만을 평가하고 싶었기 때문에 지필을 학기말에 한 번만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내신 등급제의 현실 앞에서 영어교과가 지필평가를 한 번만 보는 것에 대한 우려가 너무도 많았고 여러 논의 끝에 결국 지필평가를 두 번에 걸쳐 실시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이미 수행평가를 과정형으로 진행하고 있었기에, 지필평가를 기존 형태로 본다고 변경 공지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우리는 Essay Writing의 결과 평가 부분을 지필평가로 돌려 시험을 보기로 하였다. 그래서 과정평가 마지막 차시 때에 학생들에게 두 개의 주제에 대한 2nd Writing 활동지를 피드백과 함께 복사하여 나눠주었고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지필평가 답안을 준비하였다.
지필평가의 결과는 과정평가 과정에서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협력적으로, 교사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완성해 나갔던 글이었기에 우리의 채점 기준을 만족하는 답안이 매우 많았다. 결국 변별력 없는 시험이 되어버렸지만, 우리의 평가 목표가 ‘학생 줄 세우기’가 아니라 ‘Essay 형식에 맞춰 논리적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수업 목표에 도달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예상했던 결과였다.
솔직히 Essay Writing 수행평가와 1차 지필평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전 과정은 너무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나의 교육적 신념과 평가 철학에 많은 부분 부합하는 평가이긴 했으나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평가여서 참고할만한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도 힘들었으며 내신 등급제의 현실 속에서 교사의 평가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 학부모의 민원에 대한 우려, 지필평가 한 번으로 등급이 결정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등 우려되는 사항도 너무 많았다. 게다가 수행평가 매 차시 과정마다 학생들의 활동에 피드백을 주는 것부터 1차 지필평가 후 채점 완료까지 교사에게는 적지 않은 업무였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내년에도 이런 평가를 계속 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앞서 열거한 여러 위험 요소들을 감수하고 힘든 업무를 감내하면서까지 함께 할 동료교사를 다시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일뿐더러, 나 스스로도 이번 학기 평가의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많이 지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평가의 본질’과 ‘교수평일체화의 실현’에 대한 고민과 시도는 계속 될 것 같다. 새로운 시도 속에서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⑥ 2차 지필평가 2차 지필평가는 객관식 문항 50점과 서술형 문항 50점으로 구성하여 실시하였다. 서술형의 비중을 총점의 50%까지 늘린 이유는 평소 독해 수업에서 Graphic Organizer 완성하기 및 요약문 쓰기 활동을 계속 해왔기 때문에 수업과 평가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서술형 문항 8문항은 수업시간에 주로 했던 활동인 주제문 또는 요약문 쓰기와 연관한 문항을 많이 출제하였다. 물론 우리는 객관식과 서술형 문항의 배점을 매우 다양화 하고 난이도를 다양화함으로써 지필평가 한 번으로 ‘아름답게’ 등급을 나누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였다. 정말이지 내신 등급제가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인지 찾아가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2015학년도 겨울방학부터 시작된 나의 도전 그리고 변화는 첫 해는 수업 개선으로, 다음 해에는 평가에 대한 변화 시도로 이어졌다. 이러한 도전과 시도 속에서 나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해야만 했지만, 2018년에도 나는 우리 아이들이 미래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역량을 기르기 위해 어떤 수업을 해야 할지, 수업과 발맞춰 평가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그리고 동아리나 자율동아리에서는 또 어떤 활동들을 하면 좋을지 계속 고민하고 도전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이, 우리 아이들이 예전의 나처럼 ‘시험 보는 능력만 우수한 졸업장 소지자’가 아닌 ‘미래사회를 헤쳐 나갈 역량을 가진 인재’로 성장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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