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이슈이슈!
GS-HAVRUTA
1. 이론과 현실의 접점을 찾아
대구광역시 북구 침산동에 자리 잡은 경상여고는 58년의 역사를 지닌 사립 일반계 여자고등학교이다. 62명의 정교사 중 43명이 교육경력 21년 이상의 고경력자들로서 대다수 교사가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젊지 않은 나이로 인해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전면적 즉각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순발력은 약한 편이다. 이는 역사가 오래되고 중학교가 없는 단설 사립고가 흔히 가지기 쉬운 고민 중의 하나일 것이다. 대학입학을 목전에 둔 대한민국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로서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교사들은 “학생은 학교에 왜 다니는가?” 하는 교육 본질적인 문제와 함께 교실수업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하고는 있었지만 이를 적극 추진할 계기는 없었다. 그러다 이에 방점을 찍듯이 2015년 대구광역시 교육청에서는 일반고 50개교를 교실수업개선 희망학교로 지정하고 목적사업비를 배부하였다. 숙제가 있어야 공부를 하듯이 단위 학교에서 교실수업개선사업을 추진할 동력이 생긴 것이다.
사실, 교실수업개선의 이론은 자명하다. 교사의 가르치는 기술 개선에 역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배움’에 포인트를 두어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을 하고 별도의 시간이 아닌 교육과정에 편성된 수업시간들을 통해 교과 및 비교과 활동을 생성한다는 것. 학생의 행복과 성장, 발전이 일어나는 즐거운 수업을 우리 교사들도 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첫째, 학업역량이 부족한 일반계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능 진도에 대한 교사의 책무와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개념과 기초가 부족한 우리 아이들에게 수능 문제 풀이 수업을 안 해준다면 학교를 불신하게 하고 학원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 학교는 단기간에 창의적으로 학습모형을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역동적인 조직이 아니다. 교과 기본 개념 이해가 약하고 수준도 서로 다른 학생들에게 어떤 활동 수업을 넣어야 할지 교과별 협의회를 해도 금방 결론이 나지 않는다. 셋째, 강의식 수업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활동식 수업으로 확 바꾸면 오히려 불안감과 무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그냥 선생님이 설명하고 문제 풀어주세요.” 라고 요구하는 학생들도 많다. 이러한 현실을 직면하면서, 이제 입학전형과도 연계된다는 교실수업개선이란 과제가 품고 있는 이론과의 간극을 어떻게 메우고 사업의 방향을 잡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자기 큰 틀을 바꿀 수 없으니 현재의 우리 학교 현장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알려진 학생활동수업 모형들을 대상으로 검토해보다가 유대인의 전통 학습법 ’하브루타‘에 주목했다. ‘질문하고 대화하는 공부법 하브루타’는 배움의 공동체, 거꾸로 교실, 비주얼 싱킹, PBL, 프로젝트 수업들처럼 준비 적용 과정이 어렵지 않아서 우리 학교 교실에도 비교적 쉽게 들여올 수 있는, 교사 학생 간 타협이 가능한 방법이었다.
2. GS-HAVRUTA의 시작
하브루타를 우리 것으로 만들려면 우리 이름이 필요했다. ‘GS-HAVRUTA’(경상 하브루타)로 이름을 붙이고 속히 현장에 착근할 수 있도록 투 트랙, 즉 학생 자기주도학습과 교사 수업으로 접근했다. 먼저 하브루타가 무엇인지를 학생들에게 알렸다. 2015년 6월 1일 1교시, 전교생에게 EBS 다큐프라임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5부 말문을 터라’ 중 하브루타 관련 10분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본교 하브루타 프로그램을 안내하였다. 하브루타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팀을 구성하여 본교 진로진학학습 통합 홈페이지인 ‘경상행복미소방’(http://gssmile.net)에 신청하고 30회의 활동 일지를 올려 성과를 거두면 교사가 인정하여 학생부에 기재해주겠다는 귀에 솔깃한 내용이었다. 순식간에 많은 학생들이 앞 다투어 참여하였고 몇 달 만에 113팀이 올린 활동일지가 754건을 넘어서고 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 혹은 점심 저녁 식사 시간, 방과 후 자습 시간에 자신이 정한 ‘공부하는 짝’에게 질문하고 설명하는 자기주도학습을 하고 있다. 메타인지를 개발하는 방법으로 학생 하브루타 활동이 상당히 효과적임이 학생 활동일지 곳곳에 드러난다. 특히 공부뿐 아니라 학교생활과도 밀착된다. ‘submarine’ 이라는 팀의 두 학생은 주로 점심 급식을 기다리며 계단에 서서 하브루타를 하는데 토론 분위기가 연장되어 급식실에서 식사를 하는 중에도 비빕밥 소스를 따로 반찬 칸에 놓는게 좋은가, 밥 위에 올리는 게 좋은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소소한 논쟁을 벌였다는 재미있는 내용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한편, 교사들에게는 강의식 수업 40분에 하브루타 10분을 붙이는 미니 하브루타를 운영해볼 것을 권장하였다. 오랜 기간 몸에 익은 강의식 수업 방식을 버릴 필요가 없으며 학생들에게 10분 하브루타 활동을 시키면 교사는 좀 쉬면서 여유 있게 학생을 관찰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수업 마무리 단계의 형성평가를 10분 학생 하브루타 활동으로 구성하면 효과적일 것이라 안내했지만 모든 교사가 금방 시작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의무 규정이 필요했다. 수요일 5, 6교시를 ‘HAVRUTA-TIME’으로 정하여 전교사가 화요일쯤 하브루타 수업 주제를 교내 업무편람에 등재하고 실제로 실시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교과별 특성을 살려 잘 적용하는 교사도 있었다. 평소 교실수업개선에 관심을 가지고 개인적으로 연구해온 지리과 권OO 부장교사는 수업 전에 A4 용지를 1/4로 잘라 학생들에게 배부하고 학생들 각자가 수업을 경청하며 질문 3개를 만들어 친구 간에 질의 응답할 것을 과제로 제시하는 하브루타 수업을 설계하여 실시하였다. 학생들은 좋은 질문을 만들기 위해 교사의 설명에 집중하였고 하브루타 10분 시간에 스스로 만든 질문을 가지고 짝과 활발히 토론하였다. 그 중 우수 질문을 채택하여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발표하게 하고 이를 학생부 교과세특에 기록해주거나 과정중심평가에 반영하는 식의 모범 수업을 진행하였다. 물론 이처럼 모든 교사가 적극 호응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하브루타를 어떻게 진행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고민 토로형 교사도 있고, 하브루타가 실제로 도움이 되겠는가 하는 효과 의심형 교사, 평소에 하는 것이 다 하브루타인데 별도로 야단스럽게 할 필요가 있는가 변화 거부형 교사, 진도 나가기 바쁜데 10분이나 쓸데없이 소비할 수 없다는 수능 올인형 교사도 있었다. 이들의 총체적 이해를 돕기 위해서 연수가 필요했다. 마침 본교 담당 박OO 장학사가 교실수업개선 업무를 맡고 있어서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고, 대구광역시 교육청에서 두 차례 주최한 하브루타 직무연수에 본교 교사가 가장 많이 참가하였다. 또 지방에서 개인적으로 하브루타 수업을 진행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는 김OO 교사를 인터넷 카페 글에서 찾아내어 본교 교사 연수를 했으며, 하브루타를 오래 연구한 중학교 김OO 수석교사를 초빙하여 하브루타 국어 교과 컨설팅을 실시하였다. 이밖에 교내 하브루타 활성화를 위하여 하드웨어격인 소품들을 제작하였다. 하브루타 노트, 펜, 포스트잇을 만들어 교사와 학생들에게 배부하였으며 교내 6개의 교실에 ‘말하는 공부방 GS-HAVRUTA ROOM’ 표지판을 붙이고 활용할 것을 안내하였다. 이제 하브루타가 무엇인지 교사와 학생이 ‘인식하고 한 번씩 해보는’ 단계로 넘어왔다.
하브루타 수업 장면
3. GS-HAVRUTA의 성장
하브루타를 6개월 운영한 후, 학생들에게 ‘2015 GS-HAVRUTA 학습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하여 하브루타 학습법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피드백하였다. 이에 교사들의 의견을 더하여 본교 하브루타 TF팀에서 내놓은 2016학년도 하브루타 운영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평가와 연계하는 것이다. 하브루타 주제를 교과별 단원별로 추출하고 학교교육계획서에 명시하여 수업 중 실시하며 이 하브루타 주제들을 30% 서술형 평가에 출제한다. 교사와 학생이 적극 참여할 명분을 주면서 교과 핵심성취기준을 주도적으로 학습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다. 둘째, 교내 경시대회와 연계하는 것이다. 실제로 수학과에서는 하브루타 노트를 활용한 수학 하브루타 으뜸상을 신설하자 학생들이 겨울방학 내내 수학 하브루타 학습에 몰두하고 있다. 교과에 따라 보다 창의적인 상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 하브루타를 통해 ‘학습이 생활이자 놀이가 되는 학교 문화’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학교 교육의 본질이 학생들의 학업역량을 향상시키며 자존감과 행복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면, 분명 하브루타가 그 도구가 될 수 있다. 본교의 GS-HAVRUTA는 강의식 수업과 하브루타 수업이 함께 구성되므로 평범한 학업 역량을 가진 학생을 대상으로도 무리 없이 실시할 수 있다. 게다가 신년도에는 사회과제연구 수업, 과학과제연구 수업이 정규교육과정에 들어오므로 이러한 다양한 학생 활동 수업의 기초 체력을 하브루타 수업을 통해 기를 수 있을 것이다.
2015학년도에 대구광역시교육청은 많은 예산을 들여 일반고 교육역량강화사업을 핵심적으로 펼쳐왔는데, 우리 학교는 ‘GS-5P’(Gyeong Sang-5 Performances 5개 수행/ 5 Peaks 5개 봉우리: 학교가 오봉산에 위치함)란 브랜드를 만들어 일반고 교육역량강화 사업을 운영하였다. 건학이념에 따른 4대 교육목표인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인간, 자립과 어울림을 더불어 하는 인간, 전통과 새로움을 인습과 방종으로부터 구분할 수 있는 인간, 냉철한 판단과 뜨거운 감성을 함께 갖춘 인간’을 ‘인성역량, 진로역량, 활동역량, 학업역량, 지적역량’의 5대 핵심수행역량과 연계하여 학생들에게 ‘경상여고에서 내 길 찾기, GS-5P 핵심수행역량 기르기’를 교육활동 과제로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제 작년보다 구조화 체계화된 하브루타 수업이 5대 핵심수행역량 중, 장차 평생학습시대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중요한 ‘학업역량 강화’의 한 축을 잘 담당하여 2016학년도 GS-HAVRUTA가 한층 성장하는 해가 되리라 기대하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수업이 변해야 학교가 변한다. 그대 경상!! 큰 꿈을 펼쳐 빛나는 미래와 소통하라!
하브루타 수업을 위한 교실, 펜, 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