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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담임선생님의 고민
변화의 계기
몇 년째 고3 담임교사로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나는 수업 개선에 대한 고민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변명이겠지만 매년 바뀌는 업무와 여러 학년의 수업을 진행하느라 급급했고 이에 적응해나가는 것에 만족했었다. 그러던 중 대학진학을 코앞에 둔 고3 담임교사가 되었고, 정해진 교재와 문제풀이로 진행하는 수업은 더욱 고착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이후 나를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계기가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이전에는 학생들의 진학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3학년 담임으로서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 때 나의 일처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특히 꿈을 이루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하는 학생을 볼 때마다 그 학생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 먼 지역이더라도 입시 설명회와 교사 연수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학생들이 희망하는 대학에 방문하여 입학사정관님께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덕분에 피곤하고 주말이 없는 생활이 이어졌지만 입시지도에 대해 배워가고 아이들에게 안내하는 것에 보람과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특히 수도권 학생들처럼 사교육 기관으로부터 입시나 진학 관련 도움을 받는 학생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교사로서 더욱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고, 다행히 학생들도 이런 노력에 대해 고마워하고 지도에 잘 따라 주었다.
그러던 중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지고, 특히 수도권 대학의 경우 진로와 관련된 활동이나 노력 없이 학교 시험에만 매달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고3 담임교사로서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1학년 때부터 일찍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관련된 준비가 차근차근 되어야 함을 느꼈고, 이를 위해 교사가 수업과 학생활동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수업 방법이 변화하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으로 이어졌다는 여러 선생님들의 경험과는 달리 변화의 계기는 다소 다르지만 앞으로 소개할 내용을 통해 나의 수업과 학급 운영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업 변화의 시작
교사에게 가장 본연의 임무이지만 가장 변화하기 꺼려졌던 수업부터 개선하였다. 이미 거꾸로 교실이나 하브루타 수업과 같은 학생활동 중심 수업을 하고 있는 동료교사의 활동을 참관하고 그 방법에 대해 배운 경험이 있지만 선뜻 내 수업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변화가 쉽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교사가 전체 분위기를 주도하고 학생을 집중시키는 강의식 수업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나의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지겨워하고 심지어 몇몇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불편하였다. 때문에 학생들에게 암기를 강요했던 내용, 가장 어려워하는 단원부터 학생들의 참여를 고민하게 되었다.
1. 첫 번째 시도는 한국지리 교과의 ‘다양한 우리국토(지역지리)’ 단원에서의 활동이었다. 해당 단원에서는 우리나라 각 지역의 인문ㆍ자연 지식을 이해하고도 지도상에서 해당 지역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완전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백지도상에서 행정구역을 구분하고 이를 암기해야 하는 노력이 요구되어 이를 포기하거나 귀찮아하는 학생들이 상당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고 게임으로 학습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각 지역의 행정구역을 파악하고 이를 암기하는 단순한 학습도 게임이라는 요소를 가미하여 학생활동으로 전환하자 너나 할 것 없이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웠다. 그리고 시험에 출제되기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했던 것도 수업의 변화로 얼마든지 학생들이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 시도했던 단순한 이 활동이 차츰 다른 단원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확산되었다.
| 백지도(행정구역) 학습 절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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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별로 한국지도(백지도) 배부 ↓ 모둠원 수대로 한국지도에서 영역을 배정 ↓ 지리부도를 이용해 10분 동안 모둠원별로 배정받은 영역내의 행정구 역명 암기 ↓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신이 외운 행정구역명을 기록 ↓ 자신의 차례에 기록하지 못할 경우 지도를 통해 행정구역을 확인(기록하지는 못함) ↓ 가장 빠르게 백지도를 완성한 조가 승리 |
| ※배정영역을 달리하여 전체지도학습이 될 때까지 게임을 진행 |
2. 지도학습은 한국지리 수업 중 ‘지역과 지리정보’ 단원에서 이루어진다. 다양한 지도 자료를 접하고 분석능력을 함양하는데 주안점을 두는데, 대개의 경우 문제풀이용 지도 분석능력은 향상되지만 정작 실생활에서 지도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았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지도 제작 수업이었다. 학생들과 평소에 다니는 등굣길이나 자주 드나드는 가게 등을 소재로 지도를 만들었다.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이 아니었기에 처음부터 정확한 지도를 만드는 노력 보다는 학생들의 일상이 배태된 공간을 지도로 만들어 보고 그 장소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 학생들은 매일 이어폰을 꽂고 걷는 골목이나 어릴 적 놀았던 놀이터에서의 추억과 같은 사소한 소중함을 지도에 기록하며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 갔다. 지도를 만들고 나서 서로 본인의 지도에 대해 소개하면서 동일한 공간에서도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장소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공유할 수 있었다. 나아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접하는 지도의 정보가 객관적이지 않고, 지도 제작자에 의해 의미가 왜곡될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 그 다음, 후속활동으로 교내 안내지도를 그려 보도록 하였다. 여타 학교 보다 복잡한 구조의 학교 건물인지라 외방 손님들이 길을 헤매는 경우가 잦았고, 이 문제를 학생들로 하여금 해결해보라고 독려하였다. 학생들은 학교 곳곳을 다니며 스케치하고 사진을 찍어가며 지도를 완성해 갔다. 우수 작품은 일정 기간 학교에 게시한다고 공약을 했고, 이 때문인지 3학년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지도에 정성을 쏟은 학생들이 많아 성황리에 프로젝트를 끝맺을 수 있었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삶을 디자인하는 공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 또한 커졌다. 이러한 변화가 일상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노력과 연계되어 학생들이 학교의 주체로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3. 올해 공개수업은 터부게임이라는 수업 형태로 계획하였다. 터부게임은 1~2학년 수업시간에 매 단원이 끝날 때 마다 학습내용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해오던 수업방식이었다. 이 수업은 특히 학습해야 하는 용어나 개념이 많은 단원에서 효과적이었는데, 고3 학생들은 이미 해당 교과의 개념을 모두 학습하였기 때문에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확인하는 활동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동영상 촬영 카메라를 개의치 않고 우리 반 학생들은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경쟁하며 ‘우리나라의 지형’ 단원에 나오는 각 지형의 특징과 토지 이용을 즐겁게 학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1) 터부 게임이란?
터부(taboo) 게임의 의미는 영어 단어 ‘터부(taboo)’의 우리말 ‘금기’에서 찾을 수 있다. 터부 게임은 모둠별로 수행하는 게임으로, 한 모둠이 금기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제시된 주제어를 설명하고, 다른 모둠은 그 주제어를 유추하여 맞추는 게임이다. 게임을 통해 주제어 및 금기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다각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문해력과 사고력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2) 수업 진행방식
터부 게임의 일반적인 형태인 ‘TABOO 게임Ⅰ’을 먼저 진행하였고, 해당 단원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고3 학생임을 감안하여 상대 모둠의 금기 단어를 만드는 과정까지 추가한 ‘TABOO 게임Ⅱ’도 실시하였다. 상대 모둠의 금기 단어를 까다롭게 만들어 주제어를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도록 핵심단어를 제외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형에 대한 개념을 재확인하며 협의하는 모습이 ‘TABOO 게임Ⅱ’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TABOO 게임Ⅰ
TABOO 게임Ⅱ
4. 수행평가의 변화를 수업의 개선과 함께 고민하였다. 기존 수행평가는 대개 해당 주제에 대한 조사 결과물을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형식적으로 제출하는 과제물이라는 의미밖에 없는 것 같아 어찌하면 좋을지 매번 고민을 했다. 따라서 학습한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해보고, 이를 통해 문제해결력과 자기주도성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수행평가 방식을 개선하였다. 작년부터 수행평가의 일환으로 한국지리 수업에서 후배들의 수학여행 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다. 제주도에 대한 지리 지식에 자신의 여행 경험과 조사결과가 더해져 수학여행 계획서가 만들어졌고 우수 계획서는 후배들의 수학여행을 추진하는데 반영되어 학교 운영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경로를 마련하였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구상한 여행 코스와 활동들이 후배들의 여행에 반영된다는 것에 기쁨을 느꼈고, 교통편ㆍ식당ㆍ관광지 등의 비용과 이용시간 등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과정에서 기획력과 문제해결력을 함양하였다. 이는 세계지리 수업에서도 세계여행 계획서를 작성하는 수행평가로 이어졌고 다양한 국가의 지리정보를 스스로 검색하여 공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학생이 중심이 되는 학급활동
고3 교실을 떠올리면 밤늦은 시간까지 피곤한 표정으로 자습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물론 대입을 앞둔 시점이라 공부에 전념하는 얼굴 또한 사랑스러운(?) 모습이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았다. 작년부터 학급회의를 통해 우리 반만의 특색 있는 활동을 정하여 해볼 것을 권유했고 아이들은 스스로 활동을 정하고 역할을 나누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장래 특수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이 중심이 되어 장애인들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체험하는 활동이 기획되었고 수화퀴즈 맞히기, 눈 가리고 계단 오르기 등 여섯 종류의 활동으로 채워졌다. 해당 활동을 하는 동안 웃는 얼굴로 장난치는 학생도 더러 있었지만 끝나고 나서 학생들이 느낀 점을 적은 후기를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 하루 종일 수업을 듣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고민한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계획하고 수행하는 학급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교사의 역할은 지원으로 충분하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끝으로
수업과 학급활동의 변화를 통해 교실에서 학생들의 생기 있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었고 수업과 학급활동의 참여도가 훨씬 높아짐을 느꼈다. 더불어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간 이야기들은 학생 개개인을 소개하는 하나의 스토리가 되어 학교생활기록부에 고스란히 기록되었고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됨을 실감했다. 담임교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활동 모습을 지켜보고 아이들의 개별적인 특성과 활동 내용을 기록할 수 있어서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부담도 오히려 줄었다. 학생들의 진학을 위한 노력들이 결국은 수업을 변화시켰고 앞으로도 꾸준히 학생 중심의 학교생활이 되도록 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 같다.
[참고문헌]
최정숙ㆍ조철기(2014).「터부 게임을 활용한 지리수업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 『한국지역지리학회지』 제20권 제2호, 230~24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