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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장제 수업
수학 교육에 대한 연구 활동을 몇 년에 걸쳐 함께하던 수학교사들이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교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수업 모형에 대해 연구하기로 하고 모였다. 수학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수학이 어렵다는 인식을 개선해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첫 단추였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수학을 좋아하게 만드는 게 가능할까?”라는 궁극적 질문에 우리들은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답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 고민만 누적되었고 그렇게 시간을 흘러갔다.
그러던 중 많은 것을 모두 고려하기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업의 즐거움”에 대해 풀어보기로 했다. 다른 것은 모두 젖혀두고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 의욕 없이 멍하니 앉아있는 아이를 줄이기 위해 수업을 즐겁게 만들어 보자라고 말이다. 교사주도형 수업과 모둠 수업을 비교하여 어떤 게 더 나은지 실제 수업을 비교하며 알아보았고 교사주도형 수업마저도 학생들의 문제풀이 활동, 발표활동 등 학생 활동이 많을 때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모둠수업을 수업 모형의 기본 형태로 삼고 실시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야겠다는 결론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또다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모둠 수업을 하기 위해 책상을 재배열 하는 것이 부담되었고 진도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둠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연구회 교사가 당장 실시하기 곤란한 것도 사실이었다. 수업이 실시되기 전에 참여 학생들에게 모둠 수업에 대한 사전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둠 수업을 실시해왔던 회장님이나 필자와 같은 교사들도 있었으나 역시 책상 배열을 매시간 한다는 것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아이들이 책상 배열로 싫어하지 않고 충실하게 모둠식 학생 주도 수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책상 배열이 필요했고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많은 교사들이 진도문제 때문에 곤란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어차피 수능을 봐야 하는 아이들이고 학기 중 진도를 끝내야 하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러 차례의 회의를 통해 다음과 같은 큰 전제를 바탕으로 수업모형을 설계하게 되었다.
첫째, 교사의 설명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아이들의 집중 시간은 학습 능력이 우수하고 수업에 흥미를 보이는 경우는 20분 이상 유지되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20분을 넘어서는 순간 급격히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여러 선생님들의 경험에 의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교사가 연속하여 설명하는 시간은 10분 내외로 간단한 개념 설명만 교사가 주도하고 이후의 활동을 모둠 수업 내의 토의 수업을 기본으로 하게 되었다. 물론 필요에 따라 교사의 10분 내외의 설명을 여러 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둘째, 가장 중요하고 특색 있는 부분인데 모둠장(이하 ‘접장’이라고 함)을 둔다는 것이다. 접장이란 모둠에서의 멘토 역할을 하고 모둠원들의 활동(발표 독려, 활동 중 잘한 점 기록해주기, 모둠원들이 이해하지 못한 문제 설명 등)을 관리하며 모둠 원들에게 필요에 따라 개념 재설명, 문제 풀이 등의 활동에 대해 교사의 보조가 된다고 보면 된다. 접장이란 용어는 서당에서 훈장의 부재 시 모든 서당 활동과 아이들을 관리하던 학생을 말하는데 모둠장이라는 말로 접장의 모든 활동을 말하기가 곤란하다는 판단 하에 접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또한 모둠 구성은 학기에 한 번 만 하여 모둠 구성원들 간의 유대를 강하게 하고 협동 학습을 통해 성취감과 소속감을 고취했으며 서로 도와주며 학습하여 수학 포기자가 최소화 되도록 유도하였다.
셋째, 접장은 모둠의 활동기록부를 가지고 있고 이는 모든 모둠원의 발표, 좋은 의견, 새로운 풀이 등의 내용을 기록해둠으로써 모둠원이 각자의 활동에 대한 성취감이 들도록 하였다. 특히, 수업시간에 자신이 주인이라는 생각을 하려면 내가 수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긍정적인 활동을 하였는가가 매우 중요하며 매사에 자신이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열정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됨으로써 수업시간에 졸린다거나 멍하니 앉아서 있는 학생들이 많이 줄어들게 된다는 생각이고 어느 정도 이러한 결과들이 가시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넷째, 교과서의 내용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모든 교사들이 여유롭게 교재를 분석하고 부교재 또는 학습지를 만들어 수업에 활용하지는 못한다. 일반계 고등학교의 경우 보통의 수학교사가 4~5시간의 수업을 하고 있고 업무처리에 1~2시간, 학생 상담에 2~3시간을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하루의 일과시간을 모두 사용하게 되고 학습지는 퇴근 후 만들게 될 텐데 가정에서의 시간조차 이런 것을 만들고 수업에 활용한다는 것은 교사의 가족 구성원들의 큰 희생이 요구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모든 교사들에게 가족을 외면하는 무모한 열정을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좋은 교재인 교과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수업을 실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수업 모형 개발을 진행하게 되었다. 물론 교과서를 이용한 중요 내용 수업 후에는 깊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고난도 문제를 제공하여 진행하는 때도 있다.
다섯째, 책상의 재배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수업모형은 수준별 이동 수업을 교실 이동 수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교사 전체 설명이 모든 학생들에게 깨달음을 주고 모든 내용의 개념을 이해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미처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접장 또는 모둠에서 먼저 이해한 학생이 다시 설명해주는 모둠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매 시간 모둠형으로 책상을 바꾸는 작업이 매우 어렵다. 물론 모든 교과가 다 모둠형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교과별 모둠 형태가 다를 수도 있으므로 이런 전제가 최적이라고 판단하였다. 매시간의 모둠별 책상 배열을 학생들이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수업 시작 전부터 아이들은 마음이 불편하다. 교사는 학생들의 이러한 불편한 감정을 보듬으며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여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지도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최소한의 책상 재배열을 하고자 하였다. 예를 들면 앞의 두 책상과 뒤의 두 책상인 네 개의 책상으로 모둠을 만들 때는 앞의 두 책상을 돌려 한 모둠을 만들고 이러한 것이 어려울 때는 세 명이 한 모둠으로 하도록 하였다. 모둠을 운영할 때 모둠원의 명수는 너무 많지 않다면 상관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좌석을 배치한 배치표는 아래와 같다.
수업 좌석 배치
여섯째, 수업 중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수업 중 모둠활동에서 문제 풀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간단한 설명 후 교과서의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모둠 활동을 하면서 개념이나 정리에 대한 질문을 모으고 교사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물론 모둠 원들끼리 해결해보고 해결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하게 된다. 질문을 하게 되면 위의 [그림1]의 좌석배치도 옆의 표 중 ‘CL’란에 표시를 해 준다. 자세한 질문 내용은 모둠별 활동기록지에 기록될 것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숫자로만 표시하기로 하였다.
일곱째, 매시간 발표자를 선정할 때 ‘가위바위보’, ‘제비뽑기’, ‘사다리타기’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수업의 활기를 불어넣어 보기로 하였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발표자로 선정되는 것을 즐거워하고 선정되지 못하면 매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여 수업이 시끌시끌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수업 내내 소란스럽지는 않다. 교사의 계속된 설명으로 지루할 때 이런 활동이 학생들의 참여를 활성화해주는 것 같았다.
여덟째, 학생 발표는 문제 풀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 설명, 증명까지도 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교사의 개념 설명을 간단히 듣고 교사의 설명과 교과서의 설명을 모두 이해한 후 다른 관점에서 재해석한 내용이나 응용된 개념 등에 대해 다시 발표를 해보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진도 문제로 힘들다는 것 때문에 자주 시행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공식 자체보다 조건이나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개념 및 공식들에 대해서 학생들이 직접 설명해보도록 하는 활동은 반드시 필요하고 사고력을 키워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생각들을 실제 수업에 적용하면서 위와 같은 전제를 지켜가게 되니 수업 시간이 즐거워진 것이 너무 좋았다. 학생들과 교사가 모두 즐거운 수업이었다고 자부한다. 학생들은 말하게 되고, 질문하게 되고, 웃게 되었으며 교사는 학생들이 요구하는 내용에 대해 설명해주게 되어 전보다 더 큰 보람을 느끼게 되는 좋은 수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좋은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학생들이 서로 협동하고 배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해 못한 아이를 챙겨주고 서로 질문하게 되었으며 모둠 활동 중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면 모두에게 발표하면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서로 화합하고 협동하여 결과를 얻고 이 결과에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게 되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더 좋은 방안,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 보완 사항에 대해 계속 연구 중이다. 평가는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모둠의 접장은 학교의 실정에 맞춰 어떻게 선발하는 게 좋은지,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모둠이 발생할 경우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궁극적으로는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줄고 수학을 좋아하게 되어 즐거운 수학 수업이 되도록 할 수 있는 더 향상된 방안은 있는지 등에 대한 수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이상의 여덟 가지 전제로 수업을 시행했지만 더 좋은 수업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고 어쩌면 나와 동료들의 교직 생활 전반에 걸쳐 고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끝으로 이런 연구 활동(한국과학창의재단 시도단위 교과연구 - 가르침과 배움이 살아있는 교실수학 수업 모형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주시고 연구회를 이끌어 주시는 회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