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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이슈이슈!

처음처럼

김혜진 고흥고등학교 교사

다시 학생이 되다

수업을 마치고 나올 때마다 기분이 수시로 변한다. 장난삼아 동료 선생님들께 ‘오늘은 조증이네요. 오늘은 울증이네요.’라고 말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 나의 기분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수업이다. 나 혼자만 신나서 떠들고 나온 날은 생각할수록 찝찝하다. 교직 경력이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수업인 것 같다. 어떤 수업이 좋은 수업일까? 거꾸로 수업은 요즘 열풍이 불고 있는 수업방식이다. 내 주위 선생님 중에서도 한 학기 이상을 거꾸로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나이도 지긋하신 선생님께서 매시간 디딤 영상을 만들어 제공하고 활동하시는 모습에 나 자신을 부끄러워 한 적도 있다. 하지만 한 학기 수업을 진행해보신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번 학기 수업은 망했다.’라고 하시면서 학생들이 디딤 영상을 보고 오지 않아서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하셨다. 유행하는 수업을 무조건 따라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모두 느끼고 있는 것은 수업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매번 학생들을 실험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으므로 ‘효과적인 수업’, ‘좋은 수업’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나의 노력의 시작은 스스로 학생이 되는 것에서 출발한다. 학교를 졸업한 지 15년 만에 다시 학생이 되었다. 교사이지만 학생이 되고 나서 나의 행동양식은 교실에서 흔히 관찰되는 소위 한심한 학생들의 패턴과 유사해졌다. 저명하신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졸고 시간보다 일찍 끝내주시는 교수님을 사랑하고 그래도 강의가 끝나면 무언가 남는 것이 있기를 원했다. 아마 우리 학생들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쉬는 시간이 되면 여러 지역에서 오신 선생님들과 요즘 학생들에 대해서 논하고 수업에 대해 교류하면서 자극을 받았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15년 수업을 하면서도 자신의 수업철학에 관한 에세이를 쓰는 과제를 선 듯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어떤 철학도 없이 수업을 해왔다는 것인데 참 부끄러웠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무지를 자각했다는 것이다. 진정한 현명함은 무지의 자각에 있다는 믿음 하에 처음부터 다시 배워서 나만의 철학과 수업 스타일을 만들어 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수업이란 무엇인가?

‘좋은 수업이란 무엇일까?’, ‘좋은’을 빼면 ‘수업이란 무엇일까?’ 여러 학자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수업이란 학습자에게 의도적이며 계획적으로 무엇인가를 처치하는 활동을 말한다. 곧 수업은 ‘~을 해야 한다.’는 목적성을 띄는 활동이다. 그런데 ‘좋은 수업’에 관해 물었을 때 우리는 흔히 ‘학생이 즐거운 수업’,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지는 수업’ 등을 이야기한다. ‘좋은’은 가치의 문제이다. 수업에서의 가치는 목표에 부합한 내용을 얼마만큼 ‘잘 전달했는가?’이다. 라는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단지 즐거움과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지는 것이 가르치는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좋은 수업은 왜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의 암묵적인 의미까지도 알려 줄 수 있는 수업이라고 했다. 그리고 좋은 수업의 결정요인은 교사의 인성, 태도, 관련 교과의 전문성 여부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열정이라고 했다.

그럼 어떤 수업이 나쁜 수업일까? 일반적으로 교사 중심 수업인 설명식 수업이 전통적인 비효율적인 수업으로 인식되고 있고 현장에서 사용되지 말아야 할 방법으로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새로운 수업방법들이 제안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수업에서 설명식 수업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현실적 여건이나 습관 때문이라고 볼 수 있으나, 설명식 수업의 실제적인 장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Ausubel(1968)은 가장 효과적인 학습은 학습할 내용을 최종적인 형태로 학습자에게 제공할 때 이루어지며, 학습자의 인지구조와 학문의 구조에 따라서 교사가 교과 내용을 세세하게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설명식 수업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Gage & Berliner(1979)에 의하면 설명식 수업은 교과 내용을 전체적으로 일목요연하게 개괄할 수 있고, 교과서에 없거나 자세하지 않은 내용을 교사가 보충해 줄 수 있으며, 교사가 다양한 자료나 방법을 이용하여 학생들이 교과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고, 교사와 학생 간의 대면을 통하여 교과 내용에 다루어지지 않는 감정적 경험이 가능하며, 교사와 학생에게 익숙한 방법이기에 효과가 높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효과적인 모형을 비판하고 구시대적인 유물처럼 취급해 버리는 것은 우리가 모든 수업을 이 한 가지 모형에 의존하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업의 정석과 왕도는 없다. 설명식 수업을 한다고 꼭 잘못된 수업은 아니다. 문제는 학생들과 사고의 교류가 없는 일방적인 전달이 문제인 것이다. 학생들에게 수업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애들아~ 너희는 어떤 수업이 좋아?’라고 물었을 때 어떤 특정한 형식보다는 교사의 태도나 목소리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매번 똑같은 형태의 수업보다는 다양성을 띄는 수업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 학기 수업은 설명식 수업을 기본으로 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학습 내용에 맞는 다양한 수업모형을 적용해보기로 하였다.

다양한 수업모형의 적용

내가 알고 있는 수업모형은 몇 개나 될까? 사실 몇 개 안 되었기 때문에 다시 새내기 교사가 된 것처럼 교육학책을 찾아보고 내용에 적합한 모형을 선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하였다. 내 수업의 기본모형은 설명식 수업이지만 1학년 사회 과목은 교과 내용상 설명식 수업이 적합하지 않아 학생 참여가 활발한 수업이 되도록 구상하였다.

첫 번째로 사용한 모형은 < 퍼브릭 포럼 디베이트 >이다. <퍼브릭 포럼 디베이트>는 토론 중에서도 형식이 강조되는 토론인데 수업시간에 형식을 익혀서 토론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였고 토론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도 모두 찬성과 반대의 입론을 작성하여 학교 홈페이지에 탑재하도록 하였다.

퍼브릭 포럼 디베이트 장면 퍼브릭 포럼 디베이트 장면

두 번째로 집단탐구 수업모형을 활용하였다.

GI 모형(집단탐구)은 학습자들이 학습 주제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주제를 선정하여 모둠별로 탐구를 진행하는 수업이다. 이 수업은 학기 초 수행평가를 위해 계획한 수업으로 ‘공정성과 삶의 질’이란 단원을 학습했을 때 ‘여러 사상가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 어떤 공약을 제시할까’라는 주제로 실시한 집단탐구학습이다. 공자, 노자, 마르크스, 토머스 모어, 플라톤 모둠으로 나누고 모둠별로 사상가의 사상을 분석하여 공약을 만들고 역할극 형식으로 발표하였다. 수업과정은 다음과 같다.

집단탐구 장면 집단탐구 장면

세 번째는 쟁점 중심 수업모형이다.
쟁점 중심 수업이란 사회적 쟁점을 통해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시민성 함양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과의 대표적인 수업 모형인데 우리 학생들이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 문제가 왜 일어나고 있는지, 왜 그런 일들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설계하였다. 주제는 얼마 전 쟁점이 되었던 모병제 도입과 관련하여 아하 한겨레 고교생 NIE에서 다루었던 ‘이제 한국도 모병제 해야 할까?’로 선정하였다. 수업과정은 다음과 같다.

쟁점수업과정 쟁점수업과정

그 외에도 학생들의 사고가 확장될 수 있도록 정답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일련의 자료나 문제 상황을 제시하고 학생들 스스로 자료를 수집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 결론을 추론하는 귀납적 사고모형을 적용하였고 꼭 전달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문답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모든 발문은 ○○아~라고 콕 집어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하였다. 이름을 불러 주면 수업과정에 참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참여가 활발한 수업모형을 적용하고 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교과 세부 특기사항 기록에 대한 고민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활동 과정에서 성적과 관계없이 수업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들이 생겨나 기록이 쉬워졌다. 또한, 수업시간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학생들이 눈을 뜨고 ‘샘! 오늘 저 안 잤어요. 샘 수업 조금 재밌어요.’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사실은 시험 성적이었다. 지식을 전달하고 전달받은 느낌이 별로 없어 학생들이 시험을 잘 볼 수 있으려나 걱정스러웠는데 평균 성적이 지금까지 치른 시험 중 가장 높게 나왔다. 시험이 쉬웠거나 다른 요인들도 작용했겠지만, 참여를 통해 교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성적이 향상되었다고 자체 평가를 하고 싶다. 결국, 좋은 수업은 교사의 열정과 학생의 참여로 만들어진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열정은 경력과 음의 상관관계에 있다고 본다. 열정을 유지하는 것은 나의 숙제이고 모든 교사의 숙제일 것이다. 이글을 마치며 나는 경력과 열정의 음의 상관관계를 깨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나를 비롯한 모든 교사가 처음처럼 열정을 가지기를 기대한다.

김민환·추광재(2012). 예비 현직 교사를 위한 수업모형의 실제. 박영스토리.
권낙원·김동엽(2006). 교수-학습이론의 이해. 문음사.
권낙원(1996). 토의수업의 이론과 실제. 현대교육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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