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안내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교수님, 안녕하세요. 바쁘신 중에도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바로 첫 번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정치외교학부라는 모집 단위가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익숙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학 후 정확히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분야로 진출하는지 잘 모르는 수험생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정치학을 전공하면 법조인이나 정치인이 되고 외교학을 전공하면 외교관이 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처럼요. 어떤 학부인지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김주형 교수님, 이하 김주형) 그럴까요? 사전에 질문지를 보고 첫 질문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만 또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지는 질문의 답변과 조금 중복될 수 있지만, 정치외교학이라는 게 조금 넓게 생각하면 여러 층위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관계의 문법이라고 할까요? 그것을 다루는 학문이 아닌가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른 모든 전공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 ‘어떤 진로를 선택하고 어떤 전문성을 가질 수 있겠구나.’라는 게 조금은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학문 분야도 있고, 정치외교학 쪽에서도 특히 외교학 같은 경우는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전문성을 가진 공부를 하는 경우들도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적어도 개인적으로 정치외교학은 특정한 직업군과 연결되는 전문성을 키우는 공부라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든지 간에 정치외교를 통해서 배우게 되는 조금 느슨하지만, 사회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잘 이해하고, 분석하고 또 그것을 해결해 나가고, 조정할 수 있는 이런 능력들은 공적인 일은 물론 기업과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더라도 필요한 성격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학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꼭 ‘권력’과 같은 이야기를 먼저 하지만, 그렇게 좁게 생각할 것 없이 사람들의 사회적 삶의 아주 넓은 영역을 두루두루 배우는 그런 곳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김주형 교수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이정환 교수님, 이하 이정환) 저도 같은 취지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졸업 후에 특정한 직업군으로 연결되는 모집 단위가 있죠. 예를 들어, 의대와 수의대, 약대라거나 간호대 등이요. 그렇지만 많은 경우에 대학의 단위들은 리버럴 아트(Liberal Arts)거든요. 영어로 리버럴 아트, 우리말로 저희 자유전공학부도 있지만 그 안에 있는 모집 단위들은 특정 직업군과의 직접적인 연결이라기보다는 거기에 속해 있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의 인격체 또는 어떤 경우에는 리더십 어떤 경우에는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과 같은 소양을 닦는 것으로서의 대학 교육의 의의가 있는 거죠.
다시 말해, 대학 교육이 졸업 후에 특정한 직업과 연결하는 것이 대학의 특성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대학이 갖고 있는 대학 교육의 의미를 좀 더 넓은 소양 교육의 차원으로 볼 때 정치 현상이라는 것은 좀 더 넓게 보자면 사회 모든 현상의 본질적인 성격으로서의 권력 현상이라는 거죠.
그것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 지식을 습득한다기보다는 그것과 결부된 자기의 소양을 키우는 리버럴 아트의 한 단위로서의 정치외교라는 분야가 의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결국은 정치외교를 공부하면 뭘 할 수 있느냐. 되게 열려 있는 거죠. 사실 정치외교학부 졸업생들이 하는 일을 보면 너무 넓은 것 같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게 어떻게 보면 저희 리버럴 아트의 한 단위로서의 정치외교가 갖고 있는 성격이다.
그리고 그와 같이 특정한 직업군과 연결되지 않는 교육이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이해라는 것이 높을수록 그 사회가 어떻게 보면 좀 더 많은 그리고 다양한 좋은 인간이 양성되는 것에 대한 풍토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이정환 교수
어떻게 보면 학생들이 두 분의 첫 말씀을 듣고 안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에 하도 진학 지도나 진로 지도를 할 때 구체적인 어떤 직업상을 먼저 떠올리고, 그것에 맞춰 고교 생활을 보내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대학에 지원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불안해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두 분의 말씀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기쁩니다. 자연스럽게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면 될 것 같은데요. 정치외교학부 학생은 다시 세부 전공인 정치학 전공과 또 외교학 전공으로 진입해야만 합니다. 각각의 전공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데요. 정치학 전공은 김주형 교수님께, 외교학 전공은 이정환 교수님께 답변 부탁드립니다.
(이정환) 예. 기본적으로 제가 지금 정치외교학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만, 한 30여 년 전에 대학을 입학할 때 저는 외교학과라는 모집 단위에 입학했고 4년 동안 외교학과에서 수업을 주로 들으면서 그 당시 정치학과에서 개설되는 수업을 함께 수강했습니다.
아무튼 저는 외교학과라는 단위에서 대학에 다녔고, 저희는 지금 정치학과하고 외교학과가 통합된 지 꽤 됐죠. 이제 15년 정도 돼 갑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두 과가 나누어져 있던 과거가 과연 정상적인 상태인가 물어보면 저도 조금은 의아한 면이 있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두 과가 지금 굉장히 화학적 통합이 되고 있습니다. 당초에 외교학 전공이 스스로 정치학 전공이라는 단위와 구별돼서 있었던 부분은 그 포인트가 국제 정치였습니다. 지금도 국제 정치를 중심으로 하는 외교학 전공의 교육과정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요.
국가 간에서 벌어지는 권력 현상 그리고 그런 현상으로서의 국제 관계학이라는 것은, 조금 미묘하지만 글로벌 측면에서 보자면 정치학의 하부 단위로 있는 곳도 있지만 오히려 조금 더 떨어져서 역사학이라던가 관련 분야에서 국제 관계로 형성되어 발전해 온 모집 단위도 꽤 많습니다.
그러니까 글로벌 측면에서 보자면 국제 정치라는 단위가 약간 폴리티컬 사이언스(Political Science), 즉 ‘정치학’이라는 분야의 하부 단위이면서도 또 역사학에 밀접해 있는 별개의 학문처럼 있는 단위도 있었는데, 사실 외교학과가 꼭 그런 것은 아니에요. 외교학과의 전통이라는 것은 국제 정치라는 주제를 조금 더 압축적으로 충실하게 교육하자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국제 정치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들은 거시적인 이론이라든지 역사, 사상뿐만 아니라 조금 더 미시적인 측면에서 각국의 외교 정책과 관련된 국내 정치 현상에 대한 밀접한 관심이 있어요. 사실 정치학과 떨어질 수가 없는 건데 초점이 달랐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선택했던 학과지만 그때 정치외교학부가 있었다면 저는 정치외교학부를 진학했을 겁니다. 아무튼 그 당시에 나뉘어 있어서 택했던 학문이긴 하고 그 커리큘럼에 의의가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현재 정치외교학부 안에는 정치학 전공과 외교학 전공이 교육과정상으로 각각 독립적으로 있지만, 학생들은 두 전공을 잘 조합해서 이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취지상으로는 외교학 전공과 정치학 전공을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구성돼 있으나,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두 과정을 조합해서 이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전공을 택하느냐가 정치외교학부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전혀 걸림돌이거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치학에 관심 있고 외교학에 관심 있고 관계없이 일단 입학해서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들을 충실하게 이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리고 충분히 졸업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리하자면 외교학 전공의 수업은 기본적으로 국제 정치를 중심으로 하나의 세트로 구성돼 있다. 다만 학생들은 그 전체 과정을 꼭 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추가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정치학 전공도 조금 더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주형) 네, 이 교수님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저희가 정치외교학부로 통합을 하고 올해가 이제 15년 차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통합의 방향을 심화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노력을 기울일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정치학과와 외교학과를 나눠서 두 단위로 운영해 왔던 것이 그 나름의 의미나 전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저는 한국적인 맥락에서 다른 학교의 정치외교학과로 편제된 교육과정이나 교수진 구성, 졸업생 배출 현황 이런 것들과 비교를 해 봤을 때 저희는 국제 정치나 외교 분야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고 여러 가지 여건이 그것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갖춰져 있어서 외교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소양이 있는 졸업생들을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한다는 점이 지금까지 중요한 부분이고 그런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통합이 되면서도 그런 부분들을 저희가 계속 지켜 나가야 하는 부분인 것 같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내가 정치학 전공을 하느냐 외교학 전공을 하느냐는 것이 요즘 저희 학생들하고 이야기를 해봐도 입학할 때부터 결정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또 대학에 와서 정치외교학부 공부를 하고 교양을 포함한 학부 밖의 과목들까지 공부하다 보면 관심사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가면서 뒤늦게 전공을 어떻게 보면 디클레어(선언) 하게 되는 거죠. 최근에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가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두 개의 커리큘럼이 서로 꼭 나뉘어 있다기보다는 서로 보완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까 외교학 전공에서는 주로 국제 정치나 아니면 국가들 간의 관계 등 좀 더 글로벌한 이슈를 많이 다루게 되지만 정치학 전공에서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한국을 포함한 국내외의 민주주의나 정치사상, 이론에 대한 것들. 다시 말해, 조금 더 일국 단위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초점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굳이 나누려면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지만, 그 구분 자체가 점점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서 이 교수님께서 표현해 주신 것처럼 세부 전공의 구분이 학생들한테 걸림돌이 되지 않으며, 어디서부터는 딱 잘라 정치학이고 어디서부터는 외교학이고 이렇게 나눌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네, 답변 감사합니다. 교수님 말씀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세 번째 질문의 방향을 수정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애초의 질문은 교수님들께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어떤 학생이 정치학 전공을 선택하고, 어떤 학생이 외교학 전공을 선택하는지 교수님의 지도 경험과 의견을 듣고 싶은 것이었는데요. 굳이 그 구분이 필요 없다 하시면 이 질문을 건너뛰어도 되고, 그것이 아니라면 이 대목에서 의미 있게 해 주실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김주형) 그래도 외교학 전공 같은 경우는 저는 학생들에게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동기라든지 아니면 앞으로의 목표하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말씀을 해 주시면 어떨까요.
(이정환) 네. 국립외교원에 외교관 시험을 보고 싶은 친구들 있잖아요. 과거의 외무고시죠. 이 친구들은 시험을 목적으로 외교학 전공을 택했다는 생각을 좀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꼭 그것이 필수이지는 않아요. 과거에도 정치학과를 졸업한 학생 중에 외무고시에 응시자가 많잖아요.
결국은 외교관 시험을 보고 싶은 친구들 중에 외교학 전공을 택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외교학 전공을 택했다고 해서 모든 친구들이 외교관 시험에 응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저희 학부의 교육과정이 특정 시점에 세부 전공을 선택해서 그 전공 교육을 받으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결국 4년의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내가 두 전공 중에 무엇을 선택할지의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습니다. 즉 어떤 전공을 선택하느냐가 미래의 직업군과 연결성이 낮을 수 있어요. 그러면 결국은 본인이 정치라는 단어와 외교라는 단어 중에 선호하는 단어를 선택할 수 있고, 그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교수님이 계신 전공이 마음에 들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라면 친구를 따라 선택할 수도 있고 지금은 더 이상 우리 학부 안에서 어떤 전공을 선언하느냐가 의의가 크지는 않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네. 답변 감사합니다. 조금 전까지는 정치외교학부라는 모집 단위에 대해서 질문드렸는데요. 지금부터는 교수님 두 분의 삶의 경험이나 궤적을 통해서 저희 독자들이 전공에 대한 정보와 통찰을 얻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교수님 두 분께서는 어떻게 정치외교학이라는 학문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해당 학문에 어떤 매력을 느끼셨는지도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주형) 어떻게 보면 이런 기억도 사후적으로 재구성이 되고 해석이 되는 걸 수 있겠죠. 그런데 제가 학생일 당시에 어떤 생각을 했나 돌이켜 보면 내가 정치와 관련된 직업에서 직접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지금까지도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다만 하나의 학문 영역으로서 정치학이 참 매력적이다고 생각을 했던 것은 조금 추상적인 표현입니다만 공적인 것에 관한 관심이라고 할까요.
그러니까 사람의 삶이 여러 층으로 구성이 될 텐데, 한 개인이기도 하고 가족이나 직장, 더 넓게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하고 한 국가의 시민이자 지구사회의 일원이기도 하고요. 그때 개인으로서의 삶이 보람 있고 만족스럽기 위해서 또 우리가 이 공적인 영역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결정은 어떻게 내려지고 그게 어떤 식의 파장을 가지고 오고 이런 문제들을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막연히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도 그런 것들을 좀 찾아보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그러면서 전공을 선택할 때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정치학이라는 게 개인적으로는 뭐 대단한 전문성이나 직업하고 연결되는 그런 의미의 전공이라기보다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어떤 사회적인 삶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가장 넓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여기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이런저런 수업을 들으면서 제가 정치학 중에서도 정치사상이나 이론 쪽에 관심이 있었고 이게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공부였다는 것을 3, 4학년이 되면서 뒤늦게 알았던 것 같습니다. 이후로 자연스럽게 대학원 진학도 생각하게 되었고 그 후 박사과정에 진학하고 또 학위를 마치고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학부 저학년 때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고 생각했던 주제들이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걸 또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같은 경우도 보면 어떤 구체적인 정치 제도나 과정의 문제, 비교 정치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사안들 이런 것들이 결국은 이론이나 사상이나 훨씬 더 근본적으로 인문학적인 문제의식 이런 것들과 다 연결돼 있다는 게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렇게 돌고 돌아서 결국은 처음에는 막연하게 생각했던 저의 관심사가 다행히 이쪽 일을 계속하게 되면서 확인이 되고 확장이 된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정환 교수님께도 듣고 싶습니다.
(이정환) 저는 본질적으로 어떤 단위를 지원해도 본인의 공부가 어떻게든 자기가 생각하는 학부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게 꼭 자유전공학부여야만 또는 자율 선택이어야만 자기 스스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어떤 단위를 가든 자기의 관심사를 스스로 좀 더 발굴해 가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외교학과를 선택해서 그 모집 단위 안에서 배우고 또 다른 과 수업이라든지 교양 수업에서 재미있던 것,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것 그리고 스스로 이런저런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들을 다 종합하면 뭔가 불안하고 대단히 만족스럽진 않지만, 어느 정도 사회과학의 일반적인 교육을 스스로 해나갔다는 느낌이 지금 생각해 보니까 들어요.
그래서 결국은 외교학과를 택했던 당시의 선택이 저는 상당히 만족스러운데 그런 게 외교학과를 택하라거나 외교학 전공을 택하라는 것보다는 자기가 어떤 단위를 택하든 혹은 택하지 않든 아까 김주형 교수님이 되게 중요한 말씀을 하셨는데, 나중의 기억은 어떻게 보면 다 포장될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그 기억이 포장될 수 있는 건 그만큼 자기의 만족과 불만 같은 것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이 단위에 대한 관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교학과를 선택했던 게 본질적으로 저의 운명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거기서 스스로 자기의 만족을 꼭 여러 측면으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외교학과에 진학해 공부했던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는 이정환 교수
교수님 말씀을 한번 정리해보면 내가 처음부터 외교학과가 너무 좋고, 이 과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더라도 특정 학과를 선택하고 진학해서 의미를 찾아 나갈 수 있고, 구성해 나갈 수 있다는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현재의 관점에서 조금 여쭤보고 싶은데요. 지금 교수님께서는 무엇을 연구하시는지 관심 연구 분야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이 콘텐츠의 독자들이 미래에 교수님 연구실의 제자들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 친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개해 주시면 어떨지 생각이 듭니다.
(이정환) 제가 학부 단위에서 담당하는 과목을 먼저 말씀드리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제가 외교학 전공의 〈일본과 국제 관계〉라는 수업하고 〈한일 관계론〉이라는 수업을 가르치고요. 정치학 전공에서 〈일본 정치론〉이라는 수업을 가르칩니다. 저야말로 최근 정치외교학부가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과정에 있어 의미 있는 지점인데요. 제가 지금 두 전공의 수업을 다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 수업에서 가르치는 주안점은 조금 미묘하게 달라요.
〈일본과 국제 관계〉라는 수업은 일본의 외교 정책과 안보 정책에 대한 이해가 목표라면, 〈일본 정치론〉은 일본의 민주주의와 선거 및 의회를 포함한 정치 과정, 정당 경쟁 체제 등을 다룹니다.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을 다시 저의 연구로 바꿔서 얘기하면 저는 지역 연구를 하고 있고요. 저희 학부 안에서 지역 연구를 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어떤 분들은 중국 공부하실 거고 어떤 분들은 러시아, 어떤 분들은 유 럽, 또 어떤 분들은 미국, 저와 같이 일본을 공부하는 지역 연구자도 있습니다.
지역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크게 보자면 주로 두 가지 키워드에 관심이 있습니다. 하나는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비교’입니다. 지역에 관한 관심은 이 지역과 저 지역 사이에 어떤 게 차이가 나고 어떤 게 다른지에 대한 비교적 관점으로서 분석하는 거죠.
저희가 〈일본 정치론〉에서 일본의 민주주의나 정당, 의회, 선거, 같은 대상을 분석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그것의 본질적인 측면은 ‘일본은 이렇다’라는 묘사적인 설명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정치 과정이라는 현상이 글로벌 측면에서 어떠한 공통점이 있고 어떠한 개별 국가 간의 차이점이 있냐는 비교적 관점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관계’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국가 간 체결하는 관계에 대한 관심이다 보니 지역 연구자들은 비교와 관계의 측면으로 그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것들을 공부하고 그것에 관한 교육을 하는 거죠. 그러면 학생들은 특정 대상 국가에 대한 비교적 관점과 관계적 관점을 가지고 그 지역을 이해하면서 그를 통해 정치 일반에 대한 일반론적 이해, 국제 관계에 대한 일반론적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받습니다.
그래서 정치사상이 됐든 국제 관계 이론이 됐든 이런 것하고 접목할 수 있는 그런 차원으로 저는 우리 교육이 숲과 나무로 구성이 돼 있다면, 저는 지역 연구를 통해 나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김주형) 그럼 어떻게 저는 숲이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까요(웃음). 그러고 보니 그것도 좋은 비유라는 생각이 들고요. 정치학의 세부 전공을 대여섯 가지로 보통 나누는데요. 저 같은 경우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중에서 정치사상 내지는 정치 이론을 전공하는데요. 밖에 계신 분들이나 특히 학생들이 들었을 때는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구체적인 자료나 경험적으로 관찰해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그런 것들을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분석하는 것하고는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다시 말해 ‘이론적이고 철학적인 논의다.’ 이렇게 말씀드려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당한 정치 공동체를 구성하는 원리는 어떠해야 하고, 제도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하고, 규범적인 판단은 어떻게 내려야 하고 등의 질문을 주로 다루는 것이 정치사상, 정치 철학, 정치 이론 이렇게 다양하게 불리고 있습니다. 저는 해당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는 편이고 관련 수업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조금 더 좁혀보자면 20세기 중반 이후에 유럽의 전통에 관심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학생들이 많이 듣게 되는 롤스라든지 샌델이라든지 이런 대표적인 정치 철학자들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그런 영미권 전통의 정치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유럽 쪽에서도 서구 그리고 서구를 넘어서 한국의 지적 전통에도 큰 영향을 미친 중요한 흐름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 쪽에 관심이 더 많은 편입니다.
최근에는 거기서 또 조금 더 좁혀 들어가서 민주주의 이론에 특히나 관심이 있고, 사실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게 그 단어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 우리가 국가적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쳐 가고 있습니다만 민주주의라는 것도 누군가 딱 합의된 민주주의는 뭐라고 선언을 해 준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는 아니죠.
다양한 의미를 그 안에 담을 수가 있고 그게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적인 어떤 운동이나 투쟁의 대상이나 목표가 되기도 하고 그런 건데요. 민주주의를 둘러싼 민주주의의 역사나 정당화나 아니면 제도적인 표현이나 이런 여러 가지 이론적인 논점들 그리고 또 전통적으로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하면 대통령실이나 국회나 이런 것들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시민사회나 시민들의 참여에 대한 것들이나 이런 문제까지 포함해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움직임들까지 좀 두루두루 공부하고 또 수업도 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이정환 교수님께서는 담당하고 계시는 과목 중에 나의 연구 관심 분야를 대표할 수 있을 만한 것을 말씀해 주셨는데, 혹시 교수님도 가능하시다면 부탁드립니다.
(김주형) 예. 저는 꾸준히 담당하는 게 한 서너 과목 정도 되는데요. 이제 차례가 돌아오면 〈정치학 원론〉. 1학년 신입생들이 주로 듣는 수업입니다. 그보다는 주로 2학년 때 〈서양 정치사상〉이 저희가 1과 2가 있는데 1은 고대부터 시작해서 한 중세 정도까지 다루고요. 2는 근대 이후에 서양 정치사상의 흐름을 다룹니다. 저는 〈서양 정치사상 2〉를 꾸준히 맡아서 2학년 학생들을 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치사상에 대한 입문 성격의 과목이죠. 그리고 아까 민주주의 관련된 〈현대 민주주의의 쟁점〉이라는 수업을 매년 개설하는 편이고 그것보다 조금 빈도는 덜하지만 〈현대 정치 사상〉. 이것은 4학년 과목인데요. 이 과목도 제가 맡아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 관심 연구 분야와 담당 수업에 관해 설명하는 김주형 교수
네, 두 분 교수님 답변 감사합니다. 이제 시선을 다시 학생들에게 돌려서 논의를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사회과학이라는 학문 분야 안에서도 특히 정치학과 외교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아직은 어린아이들입니다만, 필요한 소양이라는 게 있다면 무얼지 간단히 여쭙고 싶습니다.
(김주형) 저는 지금도 어떻게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그런 생각이 강해지는데요. 앞으로 대학 교육에서 꼭 정치학, 외교학 이런 것뿐만이 아니라 전공이라는 것이 대학 교육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막 압축적으로 근대화를 경험하면서 한국 사회가 발전한 것과 대학 교육이 이렇게 막 부서로 나누듯이 전공으로 나뉘어 있었던 게 서로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으로는 대학에서 전공 교육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구성이 돼야 하느냐, 또 그런 역할을 기대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전공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넓게 공부하고 넓게 탐색하고 자기 걸로 만들고 기존의 전공에 담기지 않는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개척을 해나가고 이런 것들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할 텐데요. 그런 것들을 이제 계속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 세계의 고등 교육이 이미 흘러가고 있고, 서울대학교도 학부대학 준비를 포함하여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정치학은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정치학이 대단한 전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아까도 몇 번 표현한 것처럼 인간들 사이의 관계의 문제, 사회적 삶의 어떤 문법이나 행위자들에 대한 것들이니까 이거는 당연히 넓게 공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기억을 되짚어보면 옛날에 학부생 때 졸업에 꼭 필요한 전공 요건이 있어서 그것은 거의 최소로 충족하는 정도로만 들었고 나머지 수업들은 사회대 내의 다른 수업들 그리고 인문대 수업들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그렇게 했던 게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학생들도 정치외교학부에 와서 공부하게 된다면,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전문성을 앞으로 가지게 될 것인가 그 고민도 물론 중요하지만, 동시에 꼭 노력해야 할 것은 넓게 공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치외교의 여러 분야에서 좋은 활동을 하려면 사람을 잘 이해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하는 활동 속에서 구성원으로서 또 리더로서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런 것들은 좁은 의미의 전공 지식이 많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므로 관심을 넓게 가지고 또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많이 경험도 하고 그런 것이 결국은 정치외교학을 잘 공부하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미국 대선 관련 라운드 테이블(2024.11.07.)
▲ 정치외교학부 학부생과의 대화(2024.11.15.)
(이정환) 제가 대학에 진학할 때쯤 그리고 대학에 다닐 때, 공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본질적으로 ‘읽는 것이 곧 공부다’는 관점을 강하게 가졌던 것 같아요. 읽고 그것에 대해 이해하고요. 그러니까 시험 잘 볼 수 있는 거죠. 읽기를 잘하면요. 그런데 지금 다시 공부란 무엇인가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공부는 4가지가 진행되는 거다. 먼저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거다. 여기서 나머지 3개라는 과제가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죠. 그리고 제가 대학 다닐 때 과연 그 세 가지를 잘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특히나 연구자의 길을 걷는다는 건 마지막에 쓰기를 많이 한다는 얘기니까요. 이것은 전공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인문계와 이공계의 차이도 아닌 것 같아요.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것이 학업의 핵심이 아니라는 거죠. 대상에 대해서 이해하고 생각하고 말한다는 게 토론이잖아요.
학생들이 자신이 이해한 것을 스스로 자신의 언어로 구사하고 그걸 결국은 말과 글로 풀어낼 수 있는 그 작업을 공부의 과정이라는 거를 알고 대학을 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지금 대학 교육에서 얼마만큼 그 작업을 충실하게 교육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 100% 장담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그 작업이 공부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대학에 진학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아까 우리 김주형 교수님 말씀이 되게 중요한데, 어떤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스페셜티를 가지는 게 아니라 두루두루 넓은 것에 대한 일반적이고 논리적인 생각과 사고하고 그것에 대해서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중요한 부분이 되겠고요.
그게 어떻게 보면 리버럴 아트가 공유하고 있는 지점이 될 거고 정치외교학부 학생들이 그런 글쓰기까지 가는 그 과정. 즉, 읽은 것부터 시작해서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기라는 과정에 대해서 습득하는 그런 소양이라는 게 결국은 대학 때 더 키울 수 있을 것이고 그 소양은 직업으로 무슨 일을 하더라도 굉장히 중요한 소양일 거다. 이게 연구자만이 필요한 소양이 아니라는 거죠.
그렇다고 우리가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는 건 아닌데요(웃음). 그럼에도 우리 학생들이 정치외교학부 수업과 학부 이외의 수업과 그리고 학교 밖에서 공부하면서 앞서 말씀드린 역량들을 쌓아나갈 수 있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대학에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방금 말씀해 주신 내용을 콘텐츠로 남기면 학생들에게도 굉장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답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쁩니다. 학생들이 꼭 대학 입시를 목적으로 공부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대학에 진학해서도 또는 사회의 시민이 되어서도 필요한 역량임을 알고 길러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조금 전 질문은 수험생들이 대학에 오기 전에 고등학생으로서의 소양이라 했다면 이번에는 대학 교육과정을 마치고 학부를 졸업할 때 학생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기를 기대하시는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정환) 제일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다음 질문이 진로니까 진로는 빼고 먼저 말씀드리자면 정치외교학부를 나온 친구들에게 제가 기대하는 건 그냥 공공성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퍼블릭 한 것에 대한 관점과 공공성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그 가치를 인식하고 사회에서 임하겠다는 게 가장 본질적인 것인데요. 그것이 저희 단위 밖에는 없냐고 말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사회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에서 학생들이 공공적인 인재, 공공성을 갖춘 인재, 어떻게 보면 수월성보다는 공공성이 정치 외교의 본질이니까요. 저희가 그것들에 대해서 얼마만큼 교육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공공성이라는 단어 말고는 다른 말을 잘 못 찾겠습니다.
(김주형) 저도 사실 거의 같은 표현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계속 강조하는 거지만 저희가 대단한 자격증이 나오는 성격의 공부도 아니고, 전문 지식을 갖춘다고 해서 내가 정치외교학 공부를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도 아닙니다. 저는 결국은 훌륭한 정치외교학도라는 것은 조금 넓은 의미의 좋은 시민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이라고 했을 때 꼭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뿐만이 아니고, 사람이 개인으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게 되는데요. 요즘 정치외교학부에서도 주로 리더십에 대한 강조를 많이 하고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리더십이라는 것도 좋은 리더가 갖춰야 할 조건을 1부터 10까지 열심히 외운다고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해봐야지 알게 되는 거죠.
좋은 시민으로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공공성이라는 게 꼭 공적인 일을 하고 공무원이 돼야지만 가져야 할 것은 아니거든요. 시민으로서 공공성을 가진다는 게 꼭 나의 사적인 관심사나 이익을 희생하면서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든지 간에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대상을 바라볼 수 있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또 필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모의 유엔 스토리극(2023.11.15.)
▲ 관악민국 모의국회 캐릭터극(2024.11.01)
교수님 중요한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요. 범위를 조금 좁혀서 실제로 정치외교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은 사회의 어떤 분야로 진출하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주형) 정치외교학부 전체로 보면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정치학 전공을 대상으로 생각해 보면 아마 단일 직업군 중에서 제일 많은 분야는 아무래도 법조계일 것 같고요. 그 이외에는 굉장히 다양한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는 조금 덜하지만, 여전히 언론 분야에 진출하는 졸업생들도 꽤 많이 있고, 그다음에 말 그대로 공무를 담당하는 고시를 본다든지 아니면 다른 경로를 통해 정치권까지 포함해서 공적인 일을 하는 경우도 꾸준히 배출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분야로 진출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활동하거나 시민사회에서 일하는 예도 있습니다. 제 동기 중에는 심지어 의사도 있고 스님이 되신 분도 계시고요.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편인데 그것이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환) 사실 서울대를 포함한 모든 대학에서 법대가 없어진 이후에 정치외교학부나 각각의 단위마다 프리-로스쿨의 성격이 굉장히 짙은 것은 한국 내에서 유사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부 졸업생 중에 로스쿨로 진학하는 친구들이 많은 편이지만 실제로 저는 절반이 안 된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나머지 친구 중에 앞서 말한 정부기관으로 진출하는 학생들이 있죠. 결국 행정고시라든지 외교관이라든지 그런 분야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공적인 성격을 지닌 언론이라든지 민간 기업들이나 그도 아니라면 창업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종합해 보았을 때 어느 분야의 숫자가 제일 많은지 살펴보면 민간 섹터가 가장 많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보면 지금 법조계와 공직자 그리고 공적인 영역으로서의 언론인, 민간 섹터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로 진출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빠진 게 있어요. 저희 같은 연구자가 요즘은 굉장히 소수가 됐지만 계속 있거든요(웃음).
결국 다양한 길들이 제각각 선택의 문제인데요. 사실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죠. 그런데 개별적인 한 명의 학생을 보면 A, B, C, D, E라는 선택지를 다 하고 싶은 경우도 있고, 최소한 두 가지는 하고 싶은데 세상은 그렇지 않잖아요. 하나만 하게 될 때 결국은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그게 아니면 어떤 순서로 그것을 추구할 것인가 고민하는 친구들이 아주 많습니다.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많을 테고요. 결국 대학교 3학년 4학년 되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무엇을 포기하는 선택을 못 하고 주저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려운 문제인데 그 부분에서 선택은 꼭 정치외교학부 학생이 아니더라도 인간이 인생에서 결국은 이후의 커리어에서 한 번의 선택을 해야 하거든요.
거기서의 자기의 선택을 한 번 하고 그 선택이 잘 안됐을 때 돌아오거나, 롤백할 수 있는 과감성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조언해 주고 싶습니다. 주저주저하는 것이 제일 안 좋고 한 번 선택해서 실패할 수도 있잖아요. 실패했을 때 그것들을 훌훌 털고 딴 걸 할 수 있는 것도 용기입니다. 학생들이 좀 더 진로를 탐색하고 선택할 때 포기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전환할 수 있는 용기들을 조금 더 가져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 질문에 답변하는 이정환 교수(좌)‧김주형 교수(우)
감사합니다.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이 웹진의 주된 독자들은 아마도 수험생일 것입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를 또는 꼭 서울대학교가 아니더라도 정치외교학이라는 학문 분야로의 진학을 꿈꾸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김주형) 한국의 중등 교육을 생각해 보면 저희도 그런 시기를 거쳐왔지만 참 답답하고 힘든 구조로 지금 되어 있는데요. 이것을 조금 더 낫게 만드는 건 저희 같은 세대가 앞으로도 역할을 열심히 노력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참 안타까운 게 저희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만 계속 앞만 보고 달려가게끔 훈련을 받고 다른 생각을 할 여유도 없고 또 생각해서도 안 되는 것으로 배우고 또 그렇게 자라왔던 것 같은데요. 지금도 뭐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근데 학생들 특히나 정치 외교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앞을 보고 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항상 옆을 보고 뒤도 보고 하는 것이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옆을 본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본다는 것이기도 하고 전체를 좀 더 넓게 본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뒤를 본다는 건 성찰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이냐 말 것이냐 이렇게 목표 지향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나 궤적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태도가 아까 공공성에 대해서도 말씀드렸지만, 넓은 의미의 정치외교학 공부를 한다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 태도이고, 또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갈 때 또 이렇게 개인에게도 상당히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주변 사람들과 같이 뭔가를 하고 또 뒤를 돌아볼 수 있는 태도를 가지기 위해서 노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에 본인이 그런 태도가 어느 정도 장착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저는 기본적으로 나중에 구체적으로 무얼 하든지 간에 정치외교학부에 올 준비가 이미 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이정환) 거의 같은 취지인데요. 아까 공공성도 얘기했지만 결국은 혼자가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며 살자는 얘기잖아요. 세상 돌아가는 것에 흥미가 있고 관심이 있어야 정치외교학이 재미있어요(웃음). 그래서 저희가 특수한 전문 지식 교육이 아니다 보니까 본인이 스스로 세상 돌아가는 거에 관심이 있다면 모든 수업이 다 재미있을 거예요.
그런 측면으로 정치외교학부가 갖고 있는 성격이 재미있으려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흥미를 갖고 있는 게 중요한 기본적인 자질이 될 테고, 아마도 그런 자질을 지닌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있네요. 바로 그것이 자신의 좋은 덕성이니까 잘 간직하고 또 키워주길 바란다고 생각합니다.
네. 인터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를 운영하는 목적 그리고 정치외교학부라는 모집 단위를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늘 두 분의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저 자신이 고양되는 것 같아서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콘텐츠로 잘 준비해서 수험생과 학부모님들. 고등학교에 계신 선생님들과 또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잘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정환, 김주형) 예, 감사합니다.
정치학전공 홈페이지 http://polisci.snu.ac.kr/korean/
외교학전공 홈페이지 http://ir.snu.ac.kr/korean/
[사진] 입학본부 촬영 및 정치외교학부 사무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