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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공학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사과가 빨강으로 보이는 것은 빨간색 계열의 파장을 반사하기 때문이며,
바나나가 노란색으로 보이는 것은 노란 계열의 파장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태양이 어느 날 마음을 바꿔먹고 모든 계열의 파장을 담은 빛을 더 이상 비춰주지 않는다면
세상의 사물들은 그 색깔을 잃게 될 것이다.
이는 비단 색깔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체의 색과 모양, 물체의 움직임, 물체가 갖는 다양한 성질들은
그 이면에 물리, 화학적 성질들이 내재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 배우는 재료공학부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안녕하세요.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96년도 입학생이자 현재 재료공학부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는 남기태입니다.
저는 학부 시절에 막연하게 합금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재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전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대학에 입학하니 고등학교와는 다르게 다양한 과목을 들을 수 있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분야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고,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른 학과 수업도 많이 들어보았어요. 재료공학부에서 결정학을 배우고, 기하학이 재미있어서 건축과 수업도 들어봤어요. 작은 재료에서의 기하학적 모형이 규모를 키우니 건축의 아름다운 구조와 연결고리가 있기도 하더군요. 그 후에는 전자기 재료를 배우다보니 반도체를 설계해보는 과목이 전기공학부에 있어서 관심을 갖기도 했어요.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은 내가 다른 분야를 재밌어하는 것과 이것을 계속해서 공부하는 것은 다르구나. 취미로 할 수는 있어도, 내가 전문가가 되는 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나니 재료에서 더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렇게 재료공학부 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하게 되었고, 반도체 재료를 석사 학위 논문으로 한 후, 미국의 MIT에서 바이오를 이용한 재료를 만드는 분야를 공부하게 되었어요. 미국에서 3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고, 2010년에 귀국해서 후배들이자 제자들을 가르치는 영광을 갖게 되었습니다.
요즘 가르치고 있는 과목은 ‘재료바이오입문’이고 연구 분야는 바이오 소재예요. 생명체를 이용하거나, 그 원리를 모방해서 신소재를 만드는 것인데 광합성을 모방한 인공광합성 촉매를 만들고 있어요. 또 다른 것은 바다 속에서 조개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용해서 단백질을 이용한 나노재료 합성을 하고 있어요.
다른 학문보다도 재료공학을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계기가 있으실까요?
재료는 물질의, 재료의 근원부터 (원자 단위의 이해로부터) 더 나아가 실질적인 시스템이나 공정에 사용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공부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어떤 것은 시스템에, 어떤 것은 원자 단위에 머무를 수 있어요. 스케일이 마이크로, 매크로 모두를 아우르는 학문이기에 흥미를 느꼈고, 과가 금속, 무기, 폴리머가 합쳐진 것처럼 물질의 속성 자체도 넓은 범위이다 보니, 재료공학의 포괄성과 다양성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어요.
근데 그 안에서도 어떤 공통 원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마스터키죠. 보기에는 광범위해 보이나, 어쩌면 하나의 마스터키를 갖고 모든 문을 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에 배워가는 과정이 잘 맞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제가 하고 있는 연구 분야도, 생명체와 무기재료의 연결성, 개연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과정이에요. 마스터키를 잘 갈고 닦아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재료공학을 선택하고, 하길 잘했다 싶으셨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박사 학위를 받고서 든 생각은, 대학에서의 과학은 1950년 이후의 학문을 배우고 있다면 대학원에서부터 진짜 근래의 학문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더라구요. 내가 임하고 있는 학문적인 진보가 인류 역사의 진보와 함께할 때, 그리고 그것이 느껴질 때 보람을 느끼죠. 재료공학이라는 것이 새로운 재료의 발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디바이스, 혹은 시스템에 응용이 되는 것이기에 더 뜻깊은 것 같습니다.
재료공학부에서 무엇을 배우나요?
재료공학부는 물리와 화학을 동시에 배운다고 생각하는 게 편해요.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 분야로 나뉩니다. 먼저 새로운 조성, 우리가 배우는 주기율표에는 수많은 원자들이 존재하는데 어떤 종류의 원자들이 이어져있는지 그 방법에 따라 다양한 재료가 형성되는 것을 말해요. 또 새로운 구조인데, 같은 조성이어도 원자들이 어떤 구조로 배열되어 있는 지가 성질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되는 성질(property)에 대해 공부하는 학문이죠.
학창시절에 주기율표를 외웠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혹시 좋아하는 원소가 있으신가요?
그럼요. 좋아하는 원소가 생기기 마련이죠. (웃음) 저는 전이금속, 망간과 금을 좋아해요.
일단 전이금속을 좋아하는 이유는, 지구상에 많아요. 또 d 오비탈에 전자가 어떻게 있느냐에 따라 물성이 어마어마하게 바뀌기 때문에 좋아요. 변화무쌍한 친구죠.
금을 좋아하는 이유는 예쁜 색인 노랑을 띄고 있어서 좋아해요. 또 제가 좋아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금의 어떤 현상인가요?
금의 plasmon에 의한 것인데, 1900년대에 발견된 것이에요. 금속에는 자유전자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전도도가 높죠. 그 전도도를 가지는 것들이 외부에 오는 빛, 다시 말해 전자기파와의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데 그것의 진동에 맞춰서 따라 움직입니다. 이때 전하(+ 또는 -)가 있다 보니 전자기파의 진동수의 속도와 금의 plasmon의 작용에 따라 특정 빛이 튕겨져 나가거나 그렇지 않게 됩니다.
너무 빠른 전자기파 진동수가 오면, 진동을 따라가지 못하고 통과하게 되고, 진동을 따라갈 정도의 진동수면 빛이 금으로부터 튕겨나가겠죠. 예를 들자면 폭포 아래를 달려가는 사람을 생각해봅시다. 폭포가 떨어지는데, 물이 느리면 빠르게 달리는 사람이 통과하겠고, 물이 빠르게 떨어지면 통과하지 못하고 튕겨져 나가겠죠. 이때 폭포는 금의 plasmon, 달리는 사람은 빛이라고 보면 될 것과 같아요.
재밌는 것은 금의 크기나 자유전자의 이동을 조정해서 빛과의 상호작용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거예요. 3차원 디스플레이, 홀로그래피, 바이오센서로도 적용해 활용할 수 있어요.
어떤 학생들이 재료공학부에 입학해서 교수님처럼 즐겁게 임할 수 있을지 궁금해요.
재료공학부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갖춰야 할 자질이 있을까요?
똑똑해야죠. (웃음) 재료공학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대에 오고자 한다면, 어떤 것을 이해하는 것 뿐 아니라 그것을 기반으로 만들어 낼 수 있고,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즉, 재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감독의 역할을 해낼 수 있어야 공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죠.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크리에이터에 관심이 있고, 관련된 교육을 받고 싶다면 공대에 오시면 됩니다.
특히 재료공학의 경우 재료를 이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걸 기반으로 새로운 재료를 만들고 소자를 만들어야 하는 학문이에요. 때문에 저희가 공부해야 할 스펙트럼이 넓고, 내용도 많고, 어렵습니다. 배워야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임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는 고등학교 때까지 1900년 치의 학문을 배웁니다. 그리고 대학에서 이후 100년 치의 학문을 계속 따라가는 거죠. 100년 치만 더 배우면 되니 걱정 마세요. (웃음)
재료공학부에서 다루는 것들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추천해주실 자료가 있을까요?
요즘에 책들이 굉장히 잘 나와요.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들이 원소별로 어떻게 쓰이는 지를 정리한 책도 많고, 과거 100년 동안의 신소재 등에 대한 소개 책자들도 있어요. 이런 종류의 것들을 보면 재미도 재미지만 재료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또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질 때 재료공학이 큰 기여를 했는데, 이와 관련된 역사를 살피는 것도 재밌을 거예요. 우리나라가 OLED에 강국인데, 그렇게 되기까지의 핵심재료, 연구사례도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재료공학부에서 배우는 수업들은 어떤 게 있나요?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저학년 때는 물리와 화학에 대해서 주로 배워요. 그 다음부터는 재료의 두 가지 큰 축에 해당하는 열역학(재료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이 안정한가를 다루는 분야)와 키네틱(재료가 어떤 과정으로 구성되는 것이 빠른지를 다루는 분야)를 다루죠.
우리는 때로 가장 안정한 것을 이용하고, 때로는 가는 도중에 생기는 중간과정의 재료를 연구하기도 해요. 가는 과정에 대한 학문과, 정착하는 순간의 물질들을 배우죠. 좀 더 근원적으로는 엔트로피(물질의 무질서도, 주로 우주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자발성을 설명하는데 쓰이는 개념)을 다루기도 합니다. 우주론에서 이야기하기도 하는 엔트로피를 이해하는 것이 미시적인 물질을 다루는 재료에서도 중요한 것이 재미있죠. 좀 더 구체적인 수업과목은 재료공학부 홈페이지에 상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교수님의 최애수업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결정학개론’ 수업이 재밌었어요. 기하학적인 구조에 의해 물질의 성질이 바뀌는데 신기하더라고요.
어떤 구조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다이아몬드 구조요. 다이아몬드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웃음) 다이아몬드라는 놈이 처음 바라보면, 복잡하게 생겨서 규칙성이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구조에 대해서 배우고 나면 규칙성이 보이는, 숨은 규칙성이 내재된 구조를 가지고 있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FCC(Face Centered Cubic) 구조에 Tetrahedral site(단위격자 내에 8개가 배치되는 공간)이 절반만 차 있는 구조예요. 구조상으로는 다이아몬드처럼 안 보이는데, 다이아몬드를 어떻게 커팅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되는 거죠. 결정 방향에 따라 잘라야 (티파니 컷) 광택이 나게 되는 거죠. 다이아몬드를 잘 알기 위해서는 결정학개론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웃음)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보통 어떤 진로를 선택하나요?
전공을 살려서 공부를 계속하는 친구도 많고, 학부만 졸업하고 취업하기도 해요. 또 재료공학이 닿아있는 영역이 많다 보니 재료공학을 살려서 다른 것을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아요.
취업이나 연구소에 가는 경우 주로 전자, 철강, 화학 관련 분야로 많이 가요. 변리사나 변호사 일을 하기도 하고, 스타트업 등이 소재 기반으로 한 디바이스를 다루는 경우라던가, 소재의 변천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투자사에서 일하기도 하죠. 공무원을 하는 경우 과기부에서 주로 일해요. 생각해보니 굉장히 넓은 분야에서 재료공학의 전공지식을 살려서 일하네요.
재료공학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최신연구에 대해 알려주세요.
사람의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모방한, 신경망 소자를 만들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뇌와 같이 작동하는 소자죠.
기존의 반도체들은 0, 1의 이진수로 작동되었다면, 이 소자를 이용해서 0, 1 이외에도 여러 상태가 있고, 또 과거의 기억을 담아서 단계가 나아가는, 기억을 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고 있어요. 하드웨어 단계에서 메모리, 러닝이 가능한 AI가 핫한데, 에너지가 많이 드는 단점이 있어요. 뇌가 조금 먹고도 머리를 쓰듯, 슈퍼컴퓨터 없이도, 소자 레벨에서 신소재 개발을 통해 그 과정을 보다 효율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교수님의 최종 목표가 있으신가요?
학문적인 측면에서는, 학문에 끝이 없기 때문에 재료공학의 향후 100년을 그릴 수 있는 학문적 성과를 만들고 싶어요. 또 이것 자체가 학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산업화되어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으면 해요. 또 한편으론 학교에 있다 보니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이 좋은 공학자, 학자가 될 수 있도록 잘 지도하고 싶어요.
개인의 목표로는 삶에서의 행복을 찾는 것인데, 행복은 그때그때 다양하게 정의되는 것 같아요. 어떤 때는 성취감 속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제가 주고받는 사랑에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감정이 이입이 되어서 ‘감정적 공명’이 일어나서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런 행복감 모두 제가 가만히 있어서 생기는 행복감이라기보다는 관계 속에서 생기는 행복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요즘은 다른 사람에게 어떤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