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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공, 나의 진로

웹툰작가 무적의 무적핑크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변지민

‘실질객관동화’, ‘경운기를 탄 왕자님’, ‘실질객관영화’ 요즘 웹툰 꽤나 보는 분들 사이에서는 낯설지 않은 작품들이다. 무적핑크라는 필명으로 익숙한 디자인학부 변지민 선배님을 만났다. 기사 작성을 위해 여러 선배님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북 메시지로 섭외 요청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페이스북 메시지로 답신을 해주신 ‘무적핑크’ 변지민 작가님! 네이버 웹툰 작가를 내 눈으로 직접 볼 생각을 하니 연예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업 중에 우연히 만날 법한 수수한 차림으로 모자를 쓰고 오셨는데, 그것마저 예술인의 포스를 느낄 수 있었다. 오시자마자 손목을 여러 번 크게 돌리시더니,
“펜 좀 빌려주시겠어요?”
“네?”
펜을 빌려드리자 작가님은 가지고 온 공책에 쉼 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요즘 연재되고 있는 ‘실질객관영화’ 정말 재밌게 보고 있어요! 저희는 재밌게 보고 있지만 작가님은 마감의 고통을 견디셔야 할 텐데 …

네 … 마감 시간 맞추는 게 스트레스죠. 그래서 지금도 열심히 손을 풀고 있는 거예요. 머리로 생각하는 거보다는 계속 움직이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움직이면서 계속 머리를 풀어주는 거죠. 이러다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해요. 마감이 월요일이어서 주말이 없어졌어요. 마감 시간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주말이 힘들어요. 머리가 안 풀려서 두 시간 동안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기도 해요.

‘무적 핑크’라고 필명 아닌가 예명을 지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후레시맨처럼 지구를 지키는 용사들을 좋아했어요. 거기 보면 파워레인저, 후레시맨 등이 색깔로 주인공들 이름 부르잖아요. 뭐, 빨강이면 레드맨, 파랑이면 블루맨. 그래서 핑크는 거기서 나온 것 같고 … 중학교 시절부터 블로그를 시작했어요(무적핑크는 알아보니 네이버 파워블로거). 그 때 블로그 상에서 무적XX 하는 말이 유행이어서 위의 핑크랑 합치니까 그 때 이름을 ‘무적핑크’로 지었고 지금까지 쓰고 있네요.

블로그 내용 중 인터뷰가 많이 있더라고요. 중 · 고등학생 때 블로그 활동을 하다보면 자칫 학업에 소홀해질 수 있는데 괜찮으셨나요?

지금은 다양한 SNS가 일상화되었는데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을 사용한다고 학업에 크게 지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그 때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가 지금보다 발달하지 않아서 블로그를 운영 한다는 것이 지금 SNS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어요. 블로그나 싸이월드에서 열심히 일기를 쓰는 정도였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블로그 활동 경험이 만화가가 되는데 도움이 되었나요?

블로그는 웹이라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나의 이야기를 말하고 보여주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블로그 활동은 남들에게 나의 것을 보여주는 연습이 되었던 것 같아요. 나의 작품,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선보이는 것도 연습과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블로그와 만화가 큰 관련성을 가진 것은 아니었어요. 만화 그리기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원래 만화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고, 그것 중 하나가 만화였어요. 지금은 만화의 부분이 커졌지만요.

나의 이야기를 선보이는 것도 연습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이 정말 공감이 되네요. 저는 페이스북 활동을 거의 2년째 하면서 제 글을 한 번도 올리지 않았거든요. 아! 블로그 활동이 서울대 입학에 도움이 되었나요?

음 … 서울대 특기자 전형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에 블로그 활동이나 게임한 것을 쓰기는 썼어요. 제가 현역 때 수능에서 마킹을 잘 못해서 재수를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재수를 해서 특기자 전형으로 합격을 한 후에 ‘고3생존비기’라는 책을 하나 썼는데 블로그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썼었죠. 그런데 그게 조선일보에 나오면서 ‘블로그 활동만으로 대학에 합격한 학생’으로 포장되었죠. 제가 보여주고자 한 내용은 대학 입학과 공부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말이죠. 결론적으로 블로그가 입시에 영향을 끼쳤는지 안 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만이 저의 대학입학을 성공시킨 비결이라고 말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2009년 실질객관동화로 데뷔하셨는데 대학교 1학년 때 데뷔를 하신 거네요? 만화가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만화를 많이 보진 않았어요. 남들 다 보는 원피스, 드래곤볼 이런 것은 봤지만,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만화를 처음부터 할 생각은 아니었기 때문에 만화에 몰두하지는 않았어요. 고3 당시 수능을 망치고 다른 대학에 갔는데, 1학년 때 대학생활이 제가 그 동안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어요.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미대 수업들이 대부분 프로젝트 식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그냥 대충대충 만들어서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게 전부였어요. 그런 식의 생활이 계속되었어요. 이 생활이 지겨워서 2학기에 갑자기 수능을 다시 봐서 서울대에 지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 얼마 안 되는 돈을 가지고 원서를 내고, 사진도 찍어서 지원을 했어요. 그 때 특기자 전형이 30대 1이 넘는 경쟁률이라 붙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냥 편한 마음으로 있으려고 했는데 막상 12월 초에 발표가 다가오니까 꽤 긴장이 되더라고요. 머리가 많이 복잡했어요. 한창 머리가 복잡한 그 때 만화를 그리게 된 거에요. 마음상태를 좀 가볍게 하려고 한 셈이죠. 그런데 1차를 붙게 되고 면접도 보게 되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만화가’로 시작해서 ‘베스트도전 웹툰’으로 갔어요. 지금은 ‘베스트도전 웹툰’도 거의 프로급이지만 그 당시에는 장난처럼 그린 조악한 수준의 작품들이 ‘베스트도전 웹툰’에 많았어요. 여기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네이버에서 직접 연락이 와 정식으로 데뷔하게 되었어요.

 

서울대 캠페인 웹툰 작업

 

 

서울대 캠페인 웹툰 작업

무적핑크 연관검색어 중 서울대가 있는데, 그것과 관련해서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오히려 ‘서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도움이 되었지 해가 된 것은 없어요. 다른 가수 분 인터뷰를 봐도 저랑 같은 생각이시더라고요. 물론 ‘서울대 출신’이라서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하는 점이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차별이라고 할 것도 없고 감사하다고 절을 할 일도 아니고 모두가 자기가 하기에 달린 듯해요.

서울대 출신 웹툰작가가 몇 분 계신 줄 아는데 서로 교류는 없나요?

이래저래 스치며 만난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서로 잘 몰라요.

아 저는 작가들끼리 교류가 많은 줄 알았어요. 웹툰 끝나면 서로 그림 그려서 보내주고 하시기에 ^^

네. 그냥 축전 같은 것 살짝살짝 그려서 보내는 정도죠. 아! 물론 사람이나 모임 좋아하시는 분들은 활발한 교류가 있을 수도 있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웹툰 작가를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도 있나요?

네. 있죠! 포털사이트에 연재하면 전업으로 해도 웬만큼 벌어요. 심지어 아직도 웹툰 그리면 돈 받냐고 … (웃음) 묻는 사람들도 있는데 당연히 돈 받죠. 그 수입이 조회 수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인지도에 따라 다르기도 해서 작가 간의 차이는 있지만요. 그리고 포털사이트 연재가 전부인 것도 아니죠. 기업의 브랜드를 홍보하는 웹툰이나, 기업 내 캠페인용 웹툰 등 이쪽에서도 여러 분야가 있어요. 솔직히 전업으로 웹툰 작가가 아니신 분이 과연 마감 시간을 맞추실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물론 다른 본업을 가지신 분들이 짬짬이 그리는 ‘생활 툰’도 있는데 이것도 무척 재밌어요.

요즘 웹툰들 보면 사회에 대한 자기의 견해도 녹여서 표현하는 웹툰이 많은 것 같아요. 작가님 웹툰에도 그런 면모가 보이는 작품들이 몇몇 있는 것 같고요. ‘경운기를 탄 왕자님’에서 ‘된장녀’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음 … 처음에는 내용을 쓰면서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렇지만 요즘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제 생각은 제 견해일 뿐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단지 제 생각을 보여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제 작품에는 제 생각이 담겨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세상을 바꿔보려는 생각도 갖고 있었는데 제가 지난 5년 동안 깨달은 것은 세상은 바꾸기 힘들고 바꾸려고 했던 것은 제 자만이었다는 것이죠.
‘된장녀’라고 말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있는 사실 그대로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만큼의 사회적 지위를 가진 여자들이 그 수준에 맞는 것을 누리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 나름에는 합리적인 시각에서 표현했어요.

졸업예정자시더라고요? 아직 학생 신분인데 현재 하고 계시는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 텐데요?

저는 애초에 12학점밖에 안 들었어요(학점의 개념을 모르는 고등학생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거의 3학점이 1과목입니다. 일주일에 3시간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 쉬워 보이죠? 와서 해보세요ㅜㅜ). 웹툰 작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요. 학교가 재밌어요. ‘경운기를 탄 왕자님’은 농생대 수업을 듣다가 떠오르게 되었어요. 교수님께서 기숙사에 농사짓는 애들이 있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 때 뭔가 꽂혀서 관련된 것들을 막 찾아보게 되었어요. 학교는 소재의 보물창고에요. 그래서 졸업하기 싫기는 하지만, 더 큰 세상에 가서 경험할 필요가 있겠죠. 그래도 여전히 학교 안에서 도서관에서도 우연히 재밌는 소재가 보일 때면 즐거워요.

실질객관영화에 나오는 영화 소재들은 이미 다 보셔서 머릿속에 연재 할 것을 쫙 구상해 놓으신 상태인가요? 소재가 고갈날 것이 염려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영화를 다 봤다? 의외로 모두가 이미 아는 영화가 많을 걸요? 소재가 고갈 되는 것 보다는 어떤 소재를 고를까가 더 어려워요. 이전 작품인 ‘실질객관동화’도 소재 고갈이 아니라 제가 처음에 목표했던 정도가 있었어요. 네모 칸을 정해놓고 그 네모 칸에 제목을 쭉 나열해서 칸이 꽉 채워지면 끝이 날 것이었죠. 소재 고갈이 아니라 칸이 없어서 끝난 것이죠. ‘실질객관영화’는 소재는 무한한데, 걱정되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 모두가 봤다고 생각하는 영화가 의외로 사람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을 때지요. 전에 ‘니모를 찾아서’를 소재로 그려서 썼는데 네이버 관계자 분이 모르시더라고요(웃음).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아예 몰라서 공감이 안되니까 … 그게 문제인 것이지 소재 고갈의 염려는 없어요.

저희 ‘아로리’의 주요 독자가 고등학생이거든요. 고등학생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 없나요?

음 … 지금 좋아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게 좋다고 봐요. 잘할 필요는 없어요. 좋아하는 일을 5년 후의 자기를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자기가 했을 때 편안한 일을 선택해야 하고요. 미래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봐요.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사람들 중에 기억에 많이 남는 사람들은 물론 존경할 만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아닌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캐릭터가 없는 캐릭터가 있잖아요. 너무 착하지도, 예쁘지도 않고 윤리의식도 적당하고, 만화를 그리다보니 그런 캐릭터는 만화에 등장시킬 필요가 없더라고요. 눈에 띄고 싶으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캐릭터를 구축해야 해요. 남에게 너무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자기 식대로 밀고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지금 하는 일을 계속 하실 건가요?

네. 계속 할 것 같아요. 마감에 대한 압박이 힘들기도 하지만 제 경험이나 통찰에 대해서 글보다는 그림으로 남기는 일이 더 좋아요. 지금 개인적으로 페이스북 계정에도 올리고 있어요. 지금은 가상현실에 관심이 많아서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어요. 졸업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게 참 많아요(웃음).

인터뷰를 시작하면서부터 끝까지, 사진을 찍을 때마저 손에서 펜을 놓지 않았다. 자신은 그림을 못 그린다고 말씀하셨는데 … 선배님이 그림을 못 그린다고 말씀하시면 … 제가 그린 그림은 그저 도형들의 나열이었군요 … ㅜㅜ 선배님께서는 서울대 학생으로서 자부심도 가지셨지만 그와 함께 겸손함도 잃지 않으셨다. 마감 날짜 절대 엄수를 지키려고 노력하신다고 하셨는데 인터뷰를 위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딱히 없고 홍보 해드릴게요 선배님! 우리 모두 ‘실질객관영화’ 조회수를 올립시다. 월요일 11시 20분 네이버 화요 웹툰 ‘실질객관영화’ 많은 클릭질 부탁드립니다.

송수혁 사진권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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