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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공, 나의 진로

사람 통일이 진정한 통일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박성춘

2016년 겨울 방학, 평소 탈북자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2016년도 ‘탈북청소년 예비대학’에 멘토로 3박 4일 동안 참가하게 되었다. ‘한겨레학교’의 탈북청소년들과 함께 소통과 진로에 대한 강연도 듣고, 레크리에이션도 진행하면서 어느샌가 친한 친구가 되었다. 박성춘 교수님은 이 프로그램을 주최한 ‘통일교육연구센터’의 센터장이시고,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에 재직 중이시다. 교수님은 예비대학에서 ‘통일을 하려면 일단 우리가 모두 성공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논지의 강연으로 멘토와 멘티 모두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해하기 쉽고 인간미 가득한 강연 내용 속에서 아로리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을 발견하여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기획하였다.

교수님께서는 현재 통일교육 문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교수님께서 통일교육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윤리교육과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윤리교육과에는 다섯 개의 전공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국제윤리/통일 교육입니다. 통일 교육은 학부 다닐 때도 배웠지요. 다른 말로 하면, 학과 내 하나의 영역인 것이죠. ‘윤리’ 하면 보통 사람들은 개인 윤리, 즉 ‘무엇이 착하고 악한 것인지.’를 다룬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국제 윤리의 경우는 개인이 선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학부 때에는 이 분야를 배울 때 그리 큰 관심은 없었어요. 그러고 나서 난 졸업 후에 중학교 선생님이 됐어요. 도덕 과목을 맡았죠. 그때 통일에 관한 부분이 교과서에 나오고 그걸 내가 가르치면서 학부 다닐 때보다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때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이 생기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그 후에 학교에 사표를 내고 미국에 유학을 가게 되었어요. 그때가 2001년도 12월이었어요. 그 해 2001년도는 미국에서 9.11 테러가 난 직후죠. 테러 후에 미국에서는 학자들과 대중들 모두가 국제사회에서 발생하는 반미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미국은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인데, 왜 중동 사람들은 미국을 미워하는지?’라는 식의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죠. 미국 사람들이 그런 의문을 가질 때, 난 오히려 다른 의문이 생겼어요. ‘미국사람들은 왜 다른 나라가 자신의 나라를 싫어하는 걸 이해하지 못할까?’라는 궁금증이죠. 알아보니 미국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 학생들과 대중들에게 전혀 가르치지 않았던 거에요. TV에서도 미국이 세계의 평화에 기여하는 내용만 나오지, 미국의 패권주의처럼 부정적인 부분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것이죠. 내가 그때 전공하는 영역이 ‘Social Studies and Global Education’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전 더욱더 이 문제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상황까지 깊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우리나라에서 북한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는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죠. 또,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보통 한국에서 북한에 대해 배울 때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고 정치적으로 독재국가라는 것만 가르치는 수준이죠. 즉, 우리가 하는 통일교육은 세계시민을 기르기 위한 통일 교육이 아니라, 북한을 경계하는 한국식 통일교육인 것이죠. 통일 문제가 전 세계의 문제인 만큼 이제 가르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리게 된 것입니다.

 

1990년 3월 25일, 신입생 시절 교수님의 모습을 한번 찾아볼까요?

 

 

1990년 3월 25일, 신입생 시절 교수님의 모습을 한번 찾아볼까요?

교수님께서 센터장으로 있는 ‘통일교육연구센터’에서의 프로그램을 찾아보면,
교수님 말씀대로 일반적인 통일교육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 기획하신 ‘탈북청소년 예비대학’,
‘통일학교’ 등 남북학생교류 프로그램들은 남북 학생의 관계 맺기에 초점을 둔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인간관계를 중점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의 통일에 대한 논의는 정치적, 경제적 문제 위주였어요. 하지만, 그런 접근 말고 사회문화적 접근도 중요해요. 사실, 요즘에는 세 가지의 통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람통일, 정치나 경제 제도 통일, 그리고 환경통일이죠. 환경통일은 철도와 산림과 같은 인프라 통일을 말하는 것이고 사람통일은 사람들끼리 잘 어울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즉 통합인거죠. 제도적으로 하나의 국가가 되었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한 나라를 완성하는 건 ‘사람통일’이라 생각해요. 그게 곧 사회 통합을 가능케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질문으로 돌아오면 제가 그렇게 프로그램을 짜는 첫 번째 이유는 난 ‘사람통일’이 우선적이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이제 두 번째 이유에 대해서 말해 볼게요.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북한이나 통일에 대해서 가르치지만, 우리 ‘탈북 청소년 예비대학’에서는 통일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 하지는 않아요. 대신 소통, 관계 맺기, 꿈 설계하기, 진로 탐색, 또는 문화 탐방을 함께 합니다. 마찬가지로 ‘통일학교’에서도 통일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한반도 여행하기, 전자기타 만들기, 더빙하기 같은 프로그램을 함께 했어요. 내가 하는 프로젝트들은 접근법이 조금 다르죠. 제 교육의 목표는 같음과 다름이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죠. 교육학적 용어로는 ‘잠재적 교육’방식이라고 부르죠. 그러니까 민주주의의 정의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규칙에 대해 학생들이 토론하고 직접 건의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이런 교육방식을 통해서 학생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밑줄을 치면서 배우진 않지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어요. 여태껏 형식적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면, 내가 의도하는 것은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교육인 것이죠. 그래서 제가 하는 ‘예비대학’, ‘리더십 프로그램’ 이나 ‘통일 학교’에서는 사람을 통일시키는 것을 추구하고 있죠.

자연스럽게 남한과 북한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교수님이 기획하시는 프로그램의 핵심인 것 같아요.
그러면 이런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실 때 어떤 부분에 신경 쓰시나요?

남한과 북한사람이 똑같이 30명씩 있으면, 다수자와 소수자가 없어서 권력의 불균형이 생기지 않아요. 그래서 일부러 고집스럽게 교육 프로그램 안에서는 남한과 북한 각각 같은 숫자의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기획하죠. 평등한 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죠. 그래서 북한 사투리도 많이 들을 수 있게 되죠. 만약 북한 아이들은 2명인데 남한 아이들이 30명 있으면 북한 사투리를 듣기 힘들어요. 사투리를 말할 정도로 편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이죠.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통일을 억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느끼는 것에 신경을 쓰는 거예요. 그리고 지금 인터뷰하기 바쁘신 유경 기자에게도 ‘탈북자는 이렇다. 통일은 이래야한다.’가 아니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항상 강조했잖아요. 함께 문제 해결을 하고 잘 지내는 게 통일이죠.

통일 교육을 하거나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보면 사람들의 편견과 같은 많은 어려움에 부딪힐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통일 교육에서 교수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SNU 통일학교

 

 

SNU 통일학교

일단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잘 산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잖아요. 이 문제를 더 깊게 철학적으로 들어가면 행복을 어떻게 추구하는지에 관한 문제로 접근하게 돼요. 그런데 탈북대학생들은 행복지수가 낮은 편이죠. 제가 생각하는 ‘잘 산다.’는 것은 좀 단순합니다. 학생일 경우에는 공부를 잘해야 하죠. 특히 탈북자의 경우에는 더. 일반 학교에 다니든, 대안학교에 다니든. 어디건 학교에 다니는 건 괜찮은데 수업시간에 공부를 못 따라가면 공부할 때 괴롭잖아요?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이런 경우에 자기가 아는 내용이 나온다거나 관심 있는 내용이 나오면 수업시간에 덜 불행하겠지요? 덜 지겨울 거 아니에요.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는 서열 위주로 사회가 돌아가는 부분이 너무 많고 이게 우리 사회의 문제점인 것은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잖아요?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사람 중에 비난 받는 사람도 많고요. 그래서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학교에 탈북자들이 가야한다는 제 주장에 사람들이 비판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해요. 나도 이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거든요. 그래도 전 적어도 당분간은 탈북자들 중에서 소위 좋은 대학교라고 인정받는 곳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탈북자들은 희망이 많지가 않거든요. ‘내가 어떻게 서울대학교를 들어가…’ 이런 생각이 만연해요. 최소한 우리나라의 초등학생이면 꿈이라도 꾸잖아요. ‘우리 딸이 서울대 가면 좋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잖아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말이죠. 하지만 많은 탈북 학생들의 경우에는 이런 학교들을 선택지에 아예 고려하지 않아요.
그래서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면, 고등학생들의 경우, 공부를 즐겁게 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물론 학생들이 바리스타나 춤과 같은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으면 그걸 잘하게 돕고 싶어요. 그리고 공부도 동시에 잘할 수 있게 해서 수업시간에는 덜 불행하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대학생의 경우, 탈북 학생 중에서는 휴학이나 자퇴를 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아요. 공부를 따라가기 힘들고, 자신들의 선배를 봤는데 졸업을 해도 취직이 안 되니까 여러 면에서 자신감이 결여된 부분이 많아요. 그리고 주변의 남한 대학생들을 보면 어떻게든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서 어떻게든 생활해 나가는데, 이 친구들은 생활비를 벌기도 힘들거든요. 그래서 탈북 학생들이 주말에는 면세점이나 농수산물 시장 같은 곳에서 힘들게 일을 하는 걸 많이 봐요. 이러다 보니까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는 것이죠. 비록 공부가 전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성공을 해서 같은 탈북자들 사이에 꿈과 희망이 되어줄 수 있는 모델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전 아직도 우리나라로 이주한 사람들 중 이 나라에서 성공한 모델이 없다고 생각해요. 북한에서 고위직에 있다가 남한에서 중요한 일들을 하는 사람들은 있지만요. 아메리칸 드림처럼 기회의 땅에 가서 남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곳에 취직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야지 나머지 사람들도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질문에 답을 하자면, 내 목표는 탈북 대학생들이 우리 사회에서 오피니언 리더처럼 사회를 이끄는 사람들로 성장 하도록 돕는 것이죠. 그리고 난 대학교 교수라는 직업을 갖고 있으니 굳이 우리 과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라 생각할 수 있잖아요? 저는 제자들이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넘어서 탈북자들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이 학생들이 나중에 오피니언 리더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을 경험해본 학생이 나중에 교육부나 통일부에 가게 되었을 때 이곳을 통해 얻은 생각과 경험을 되살리면서 정책을 만드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죠. 훨씬 효과적이고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겠죠.

교수님의 학창시절이 궁금해집니다. 교수님의 고등학교 시절은 어땠나요?

저는 부산의 금정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1회 졸업생이었죠. 부모님은 고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시지 못했어요. 그래서 누가 나한테 꼭 어느 대학을 가라고 말해준 건 아니지만 공부를 잘하니까 서울대학교에 가라고 주위에서 많이들 조언을 해줬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제 아버님께서 글을 쓰는데 미숙해요. 초등학교도 미처 못 마쳐서 글 쓰는걸 힘들어 하셨어요. 그래서 동사무소 같은 곳에 가셨을 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도 글을 쓰는 능숙한 모습을 부러워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아버지가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이 선생님이란 걸 알았죠. 그런데 당신의 큰 아들이 공부를 제법 하니까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저도 선생님이 좋았어요. 발표하는 것도 좋았고. 그래서 사범대학으로 진로를 정했죠. 전공으로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윤리나 도덕이 좋기도 했고, 나름 안정권에 맞춰서 과를 결정했어요. 안정권이어서 정했지만 이렇게 계속 공부를 하게 됐네요. (웃음)

대학교 입학 후에는 학과 공부가 적성에 잘 맞았나요?

아니, 잘 안 맞았어요. 전 좀 특별한 케이스라서 다른 교수님과는 다를 수 있는데, 전 대학교 다닐 때 공부가 특별히 재밌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졸업 학점도 2.87이에요. 예전에 교수님들은 자신의 학부 학점이 낮은 편이라는 말로 한번 웃고 넘어가시기는 했지만, 전 그중에서도 학점이 낮은 편이었죠. 그때는 공부가 재미 없었어요. 사실은 선생님들이 가르쳐 주시는 것들이 지루했죠. 그래서 공부는 하고 싶은데 배우는 방식이 따분하고, 도덕 이야기를 하는 것도 싫었죠. 전 평범한 사람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데 누군가가 계속 나한테 잘못했다고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깊이 간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원에 갔죠. 학교에서 조교도 하고, 그렇게 공부를 했는데 … 다시 슬럼프에 빠지게 되었어요. 그 후에 군대를 다녀오고 ‘내가 하고 싶은 건 교사’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중학교 선생님이 됐어요. 3년 반 정도 교단에 섰죠. 가르치는 게 무척 좋았고 그때 학생들이랑은 지금까지도 연락해요. 결혼하면 연락도 오고 카드도 와요. 참으로 교사로 사는 게 좋았는데 한편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공부는 하고 싶은데 재미는 또 충분하지 않고 고민하다가 서울대학교 박사 과정에 들어갔죠. 그러나 조금 더 나은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을 접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죠.

그러면 미국으로 가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공부를 깊게 하겠다고 결심하면, 무언가 더 좋은 학교에서 더 좋은 교수님들 밑에서 공부하고 싶어 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런 열망이 당시에 좀 컸던 것 같아요. 학부 과정에서도 수업 시간이 즐겁지 않고, 대학원 과정에서도 여전히 재미가 없더라고요. 공부는 정말 하고 싶었는데 지루함은 멈추지 않고요. 아! 이제는 우리 학생들이 내 수업이 재미없다고 할까 봐 걱정이네요. (웃음) 내 핑계일 수도 있지만요. 그런데 미국에서 공부하며 비로소 공부란 것이 좀 즐겁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독일 베를린과 드레스덴에 있는 독일 통일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방문하여<br>
2015 SNU 통일학교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하였다

 

 

독일 베를린과 드레스덴에 있는 독일 통일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방문하여
2015 SNU 통일학교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하였다

어떤 점이 달랐다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에서의 교육은 교수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심적이지만 미국에서의 교육은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게 많았던 것 같아요. 교육학적으로 말하면, 구성주의적 교육 방식이었던 것이죠. 학생들이 지식을 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미국 교육의 바탕이 되는 관점이죠. 토론을 하고 학생들이 질문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죠. 그리고 당연하게도 미국에서는 제가 미국 사람들보다 영어를 잘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한국에서는 뭔가 답답하게 살기는 했지만 단지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소수자라는 생각은 안 해봤거든요. 그런데 그곳에서는 말도 잘 못하지, 돈도 없지, 공부하는 것도 힘들지, 이러니까 내가 처음으로 소수자가 된 것이죠. 그리고 지도교수님도 흑인 여성분이시다 보니 자연스레 소수자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에서는 그 시절 다문화에 대해서 안 가르쳐줬는데, 전 그때 거기서 다문화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어요. 다문화를 공부하니까 책에 적혀있던 내용들이 다 제 이야기인 겁니다. (웃음)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약자가 나였던 거죠. 그걸 읽으니까 사회적 약자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사회를 조금 더 비판적인 관점에서 이해해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내 아이가 미국에서 태어났으니까 Korean American이잖아요? 내 아이도 소수자로 살게 되는 거고요. 같은 맥락에서 나는 탈북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내가 했던 경험을 토대로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앞으로 ‘통일교육센터’에서 열고 싶은 프로그램이나 교수님께서 개인적으로 하시고 싶으신 일이 있다면요?

지금까지 했던 ‘탈북청소년 예비대학’이나 ‘리더십 프로그램’을 지속적해서 운영해 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이 프로그램들을 확대시켜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원하는 것은 국민 통일 인식 재고, 사람들이 한번쯤 통일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걸까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요. 통일해도 ‘괜찮다’, 뭐 이런 정도? ‘그렇게 걱정할 바는 아니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그렇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요. 실제 현상보다 언론이나 정치 ‧ 경제계에서 부정적인 측면을 많이 부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전 교육자의 입장에서 국민이 이런 기회를 통해서 더 많이 소통했으면 좋겠어요. 또 이제는 학술적인 측면에서 연구를 많이 하고 싶어요. ‘예비대학’ 같은 활동은 말하자면 교육 프로그램이잖아요? 이런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멘토들이 오기 전엔 무엇을 느꼈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는 무엇이 힘들었으며 결국엔 어떻게 변화했는지 … 이런 식으로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연구하고 싶어요. 또, 탈북 대학생들이 무엇을 특히 더 힘들어하는지 밝혀서 이런 프로그램을 위한 실질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싶군요.

글·사진양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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